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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Oct 06. 2021

MBTI 유형으로 풀어보는 '나'

엔프피(ENFP)가 바라보는 세상

“너는 뭐가 그렇게 행복하니.” 


되돌아보면 살면서 ‘뭐가 그렇게 행복해서 실실 웃고 다니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던 것 같다. 그저 그 질문에서 그쳤다면 다행이다. 따지듯 채근하는 사람도 있었다. 넌 왜 매일이 행복한 듯 보이냐고. 왜 자꾸 실없이 웃고 다니냐고. 일하는 게 즐겁냐, 사는 게 즐겁냐, 인생이 즐겁냐. 


이 질문에 뭐라 답해야 할지, 글쎄요, 라고 멋쩍게 웃으며 답하는 것 말고는 덧붙일 말이 없었다. 나 역시 자문했다. 지금 내 삶이 딱히 꽃밭은 아닌데…그러다 몇 년 전 MBTI가 한창 유행하고서야 적합한 대답을 찾고야 말았다. “제 MBTI는 ENFP거든요.” 


일명 ‘재기발랄한 활동가’로 불리는 ENFP 유형은 상상 속에 살아가는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로 ‘당신이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저는 관심 없습니다. 다만 제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이 가슴 저리게 동경하는 것이 있는지, 당신 마음속 깊은 바람을 감히 충족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지 입니다’라고 성격유형 검사 결과지에는 쓰여 있었다. 아, 이거다. 이거야 말로 나라는 사람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무엇이다!!


20대 초반, 나도 나를 잘 모르던 그 시절에는 사주, 타로점 등을 취미처럼 보러 다니곤 했다. 누군가 넌 이런 사람이고, 앞으로 이런 인생을 살 것이다, 라고 내 인생의 정답을 미리 말해준다면 불안으로 가득했던 내 마음이 한결 나아질 것 같았다. 나는 무엇이 될까. 나는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당시 그런 질문들이 내 머릿속에는 가득했고(지금이라고 별반 달라진 게 없지만서도), 때문에 PT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삼성동에 위치한다는 한 ‘직업컨설팅 사주’를 보러 갔다. 


그곳은 통계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해 일반 사주를 보는 곳과 비교해 과학적이라는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었는데, 실제 장소가 풍기는 이미지도 흡사 병원 같았다. 그곳에는 카운터가 있고, 깨끗한 소파에 앉아 내 차례를 기다리다 카운터 직원이 내 이름을 부르면 어떤 방으로 들어간다. 대학 컨설팅을 받으러 온 학생 마냥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주를 봐주시는 분과 마주 앉았다. 생년월일을 말해주자 그 분은 컴퓨터에 내 생년월일을 기입하고 가뿐하게 엔터 버튼를 탁 눌렀다. 



“모든 걸 다 가져도 자신을 찾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네요.” 



그 날 들었던 다른 설명들은 다 희미한데, 저 문장만큼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건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어서다. 타인이 보기에는 얼핏 갖출 것은 갖춘 사람처럼 보일 지는 몰라도(직업도 있고, 결혼도 했고, 자녀까지 있으므로) 내 안에서는 자아를 찾는 여정을 떠나느라 마음이 분주한 사춘기 소녀가 살고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maKZ67FaGM&t=708s

유튜버이자 개그우먼 강유미씨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MBTI 유형별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는데, 그녀가 묘사한 ENFP 동영상 속의 여성이 ‘나’와 꽤나 흡사해 킥킥댔다.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들 속 ENFP들도 또 다른 나처럼 느껴졌다. 세상에 나와 비슷한 부류가 이만큼이나 살고 있다니, 뭔가 든든한 동지를 얻은 듯 했다. 


물론 개개인을 16개 MBTI 유형으로 딱 나누어 정의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니까. 하지만 본래 타고난 성격과 자질이 그 사람의 ‘뿌리’라면, 나무에 여기저기 뻗어있는 가지와 줄기들 정도는 MBTI로 대략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의 수많은 엔프피(ENFP) 중 한 명으로서 나라는 사람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인지하지 못했던, 그러나 너무도 나일 수 밖에 없는 나에 대해 새삼 알게 된다면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유튜버 '밀라논나' 할머니의 말씀처럼 '자기 맥'을 찾아서 나답게 사는 일이 한 번 뿐인 이 삶을 충만하게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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