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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Oct 13. 2021

말실수 줄이는 방법

엔프피(ENFP)에게 수다란


사람들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 그 말은 하지 말 걸…’ 속으로 생각한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왜 나는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걸까? 오디오가 비는 순간에는 필사적으로 하지 않아도 될 아무 말들을 다 끄집어 내뱉고야 마는 걸까? 낮에 했던 헛소리 작렬을 떠올리며 이불킥을 했던 숱한 밤들. ‘앞으론 절대 쓸모 없는 말을 하지 않을테다!’고 백날 마음 먹어도 백날 실패하는 나란 사람. 


엔프피(ENFP) 유형이라고 해서 매일 실없이 기분이 좋고, 떠들고 싶은 말이 넘쳐나는 건 아니다. 물론 기본적인 성향이 수다쟁이이긴 하지만, 어색한 사람들 속에서 떠는 수다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친밀한 사람과의 진정성이 녹아있는 대화이지, 겉도는 껍데기같은 대화가 아니다. 


그렇지만 어느 장소에서나 ‘투머치 토커’로 분류되는 일이 잦은 건 어색한 상황이 극도록 싫기 때문. 특히 상대방도 지금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어색함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면 초조해진다. 아무 말이라도 꺼내서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강렬한 내면의 충동에 나는 매번 진다. 때문에 하지 않아도 나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고, 집으로 돌아와 후회하기 일쑤인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조금 달라졌던 것 같다. 해야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는 사람이 됐다고 해야하나. 사회생활 바로 직전에 ‘말’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던 터라 더욱 내 입에서 나오는 말에 대해 성찰하게 됐다. 거름망 없이 머리에서 떠오른 대로 내뱉은 말들 때문에 창피한 경험은 둘째치고 소중한 친구와 멀어지기까지 했으니, 내가 뱉은 말들로 인해 정작 나 또한 상처를 입었다. 


남편은 MBTI에서 알파벳 하나 겹치지 않듯 나와 반대의 인물, 즉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으므로 말 실수도 거의 없는 편이다. 한 때는 그런 남편이 부럽다고도 생각했으나,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나는 말이 없는 사람으로 살 자신이 없다. 말을 하지 못하면 두드러기가 날 것 같으니 아무래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투머치 토커로 앞으로도 살아가되, 나만의 룰을 만들었다. 이른바 '말실수를 줄이는 방법'


1) 뒷담화는 하지 말기


2) 싫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피하기



이 두가지만 지켜도 말실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먼저 뒷담화를 하지 말자는 다짐은 지난 2017년에 하게 됐다. 시기는 아주 아꼈던 한 친구가 내 뒷담화를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된 직후였다. 지금와서는 '타인의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가볍게 넘길 수 있게 됐지만, 당시의 충격은 컸던 걸로 기억한다. 어떻게 너가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란 말을 혼자 있을 때도 몇 번이고 되뇌였다. 좋아하는 사람을 향한 배신감은 생각보다 썼고, 내부에 가해진 충격은 비교적 오래갔다. 


그러다 문득 내가 과거에 내뱉었던 말들에도 누군가를 향한 비난과 조롱이 섞여 있었고, 그로 인해 누군가는 나처럼 상처입고 괴로운 날들을 보냈을 거라는 선명한 사실을 마주하게 됐다. 상처입은 건 나뿐이 아니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상처입었다. 생각이 그쪽으로 미치자 마음 속 노여움이 한결 수그러들고, 앞으로 어떤 말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을 얻었다. 무엇이든 뒷담화로 치부될 만한 말은 최대한 하지 말자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당연히 나 또한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기에 다짐을 한 후에도 누군가를 흉보는 일이 있기야 했지만, 최소한 가족 이외의 사람에게는 자제하고 있다. 남편은 나의 '대나무 숲'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사람에 상처받아 말로 풀어야 할 때 남편은 묵묵한 지지자가 되어 주었다. 남편에게 털어놓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고, 밖에서 뒷담화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한 선배로부터 "참 맑은 사람인 것 같아요. 누구 욕 하는 걸 못 봤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기뻤다. 적어도 난 직장에서만큼은 나와의 다짐을 지키고 있구나 싶어서. 직장 뿐만 아니라 일상 관계들 속에서도 뒷담화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처절하게 노력해야지. 



다음으로 말실수를 줄이기 위해 싫어하는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삼가려고 한다. 본래 나는 OO가 너무너무 싫어! 라는 표현을 즐겨하곤 했는데, 그 표현으로 인해 그 OO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 상황에서 뻘쭘하고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사람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다 다를진데, 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갈 수록 '편가르기'하는 방식으로 대화가 이어진다는 사실을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색한 상황이 싫은 난 여전히 투머치 토커로 살고 있다. 밤마다 이불을 차며 내뱉은 말들을 후회하는 일도 더러 발생한다. 향기나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는 건 인생의 숙제다. 도를 닦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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