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느낌의 진화 - 썸을 결정하는 기준, 느낌!
넌 너무 느낌적이야.
책 느낌의 진화
부제 : 생명과 문화를 만든 놀라운 순서
안토니오 다마지오 저/임지원, 고현석 역/박한선 감수, arte(아르테), 2019년 05월 20일
한줄평 : 썸을 결정하는 기준, 느낌!
“넌 너무 이상적이야! 네 눈빛만 봐도 너에게 말 걸어줄 여자는 없어.”
자자의 ‘버스 안에서’라는 가사다. 이 노래가 유행했던 1990년대 청소년들은 버스 안에서 호감 가는 이성과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았을까?
우리는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바라보게 된다. 자신이 그 사람을 계속 보면서 유독 그 사람과 자주 눈이 마주친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자기를 바라본다는 걸 어떻게 알까? 응시가 느껴지기 때문에 고개가 돌아간다. 눈이 자주 마주친다는 걸 호감이라는 감정으로 지각한다. 이제 가사를 바꿔보자 ‘넌 너무 느낌적이야!’로.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느낌의 진화’에서 느낌이 일어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의식적인 항상성이 느낌으로 나타난다. ‘항상성’이란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자신의 상태를 균형 있게 조절하려는 힘이다. 항상성이 적절한 수준일 때는 긍정적인 느낌, 위협적일 때는 불쾌감이 느껴진다. 내가 운전하는 차가 적절한 속도와 방향으로 잘 가고 있으면 심신이 편안하지만 차가 중앙선을 넘어서면 차에서 경고음이 울리면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처럼 말이다. 또다른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는 긍정적인 기분이 들지만, 과거에 장염을 심하게 앓게 했던 음식은 불쾌감이 든다.
‘두 번째 느낌의 원인은 미각, 후각, 촉각, 청각, 시각 등 수많은 감각 자극에 의해 촉발되는 정서적 반응, 세 번째 원인은 배고픔이나 목마름과 같은 충동, 성적 욕망 또는 유희 욕구와 같은 동기에 이끌리는 정서적 반응이다. 첫 번째와 달리 두 번째, 세 번째에서 묘사한 정서적 반응은 일차적인 항상성의 흐름으로부터 생성되는 자발적 자연적인 느낌이 아니라 뭔가에 의해 촉발되는 느낌이다(느낌의 진화, 137p.)’.
느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썸의 실전에서 보자.
나는 20대 때 6년 정도 연애하지 않은 기간이 있었다. 어째 느낌이 싸하지 않은가? 싱글 6년 차, 크리스마스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커플 대전을 앞두고 나는 소개팅한 남자와 크리스마스 날에 만나기로 했다. 우린 서로 호감이 많지 않은 상태였다. 둘 다 아마 알았을 것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쭉 만나든, 만나지 않든 결정 나겠지.’ 그가 만나자고 약속을 잡은 곳이 인상적이었다. 장소에 대한 호기심도 그를 만난 이유에 한 몫을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일하는 곳으로 체험관이었다. 체험에 혹해 ‘크리스마스’ 특수를 간과했다.
그는 영화 ‘어바웃 타임’처럼 남녀 주인공이 암흑의 레스토랑에서 만나 나눈 로맨스를 기대했나? 손을 잡거나 가벼운 허그 같은 터치? 사람 그렇게 안봤는데 엉큼하기는? 이런 생각을 했던가? 가물가물하다.
크리스마스 날, 예상대로 관람객 대부분 연인이었다. 직원이 우리에게 물었다.
“자, 여기 함께 오신 분들 팀 이름을 정할 거에요. 거기 두 분은 커플이세요?”
“아니요.”
“그러면 친구?”
“아니요.”
주위 사람들이 낮게 웃었다.
“그러면 둘 다 아니니까 아직 모르는 관계로, 물음표로 할게요.”
요즘 같으면 썸남썸녀! 깜깜한 체험관에서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 있었다. 암흑 공간에 들어가 무언가를 마시고 나오는 체험이었다. 우선 입장하면서 그 칠흙 같은 어둠에 놀랐다. 내 눈앞 사람 정도는 희미하게 보일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이 예민하게 날이 섰다. 발걸음을 조심조심 떼고 앞으로 걸었다. 손으로 더듬더듬 벽을 짚고 싶었다.
시각장애인 직원의 인도하에 우리는 천천히 이동했다. 누군가와 살짝 부딪혀 미안하다, 같이 온 사람 어딨냐며 찾는 소리가 웅성댔다. 우리가 잠시 멈춘 곳은 음료를 마시는 곳, 직원이 음료 종류를 안내하는데 저음의 목소리다. 안 봐도 분명 훈남일 것 같았다. 그때였다. 나와 같이 온 물음표가 물었다.
“뭐 마실래요?”
나는 직원의 저음에 취해있다 정신을 차렸다.
물음표의 목소리와 입 냄새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귀와 코가 평소보다 몇 배 더 민감했다. 저음과 비교되는 가는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그의 입 냄새가 지독했다는 게 아니다! 왠지 모르게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은 불쾌감이 들었다. 체험이 끝나고 나왔다. 동공 반사로 눈이 부셨다. 뿌옇게 희미했던 사람과 사물이 보였다. 직원은 장난스레 우리에게 물었다. “물음표 팀, 체험한 후 관계가 달라졌나요? 여전히 물음표인지? 느낌표인지?” 그들의 궁금함을 충족시킬 필요는 없었다. 나는 속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 일이 있기 전 건강 관련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키스가 면역력을 증진시킨다? ‘뭐래, 그래서 싱글인 내가 감기에 자주 걸리는구나.’ 하고 지나쳤는데 더 신기한 게 있었다. 키스할 때 서로 교환하는 ‘침’과 ‘땀 냄새’로 상대의 면역 유전자가 나와 얼마나 다른지 본능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1995년 생물학자 클라우스 베데킨트의 연구에서 나온 결과다. 연인에 대한 첫 번째 생물학적 평가는 자신과 면역 정보가 다른지다. 면역의 취약성이 같다면 후대 자손이 번성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 아닐까? 많은 부부가 체질이 다르게 음인과 양인으로 만나듯 말이다.
나는 체험관에서 그와 키스하지 않고도 이미 목소리와 침 냄새로 성적, 생물학적 매력을 느낌으로 평가했다. 후각과 청각으로 들어온 자극(정보)으로 이 사람과 나랑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몸에서 지각된 느낌은 불쾌감, 그러한 느낌을 해석하니 그가 비호감이었다. 물론 그도 내가 비호감이었을지 모른다! 십 몇 년 전 이름 모를 그에게, 나의 글로 소환해 귀가 간지러웠을 것이다.
양해의 말씀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사진 출처 : yes24 느낌의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