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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부부 Mar 12. 2020

사재기

by 베를린 부부-Piggy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유럽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그저 지구 반대편의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일로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이 곳 사람들도 확진자가 하루에도 몇 배씩 늘어나고 이탈리아의 심각성을 보면서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 

베를린의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듯 하나 예전과는 다르게 사재기를 하는 상황이다.

슈퍼에 가면 파스타, 밀가루, 계란, 우유, 통조림 등의 식품들이 동이 나고 있고 항상 쌓여있던 휴지도 텅텅 비는 날이 많다. 


이 곳 독일어로 사재기를 햄스터의 먹이를 모으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Hamsterkäufe"라고 한다.

사실 햄스터가 먹이를 모으는 모습을 생각하면 한없이 귀엽지만 사람들의 사재기의 현실은 귀엽지만은 않다.

텅텅 비어 가는 슈퍼를 보며 나도 하나씩 사서 모으고 있다. 아기와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너무 답답해하는 아기를 위해 하루 한번 집 앞의 슈퍼를 간다. 가서 쌀 1kg를 사 오기도 하고 파스타를 몇 팩 집어 오기도 한다. 슬금슬금 먹이를 모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기의 분유를 한 달치를 사고, 기저귀와 아기 물을 떨어지지 않게 여유분을 챙긴다.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구할 수 없고 슈퍼에도 저장식품들이 텅텅 비어 가는 것을 보면서 불안하다가도  감기의 일종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아픈지도 모르고 지나간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독일 사람들을 보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될지 모르겠다. 

그냥 혹시라도 감염되었을 때 2주의 격리기간을 대비하기 위해 모으고 있다. 한국처럼 많은 검사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확진자보다 이미 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발표하는 독일 정부를 보면서 긴 싸움이 될 테니 조심하면서 일상을 살아가야겠구나 생각한다. 


일상이 무너지고 있는 요즘, 막막하지만 그래도 끝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바이러스와 여기저기 들려오는 동양인 혐오로 인한 사건사고가 무서워서 집에 있는 동안에 그렇게도 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었다. 이미 꽃이 피고 해가 길어진다. 


막막한 싸움을 건강하게 이겨내고 햇빛 좋은 날 아기와 남편과 소풍을 갈 것이다.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그림 그리는 아내와 아기가 살아가는 베를린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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