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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부부 Mar 26. 2020

집에만 있으니 싸우기 시작했다.

by 베를린 부부-Piggy

치킨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참 기뻤다. 이 곳 특성상 마스크를 쓰지 않는 상황에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게 걱정이 되는 나날이었다. 아시아 혐오로 인해 여기저기 흉흉한 사건사고도 늘어갔다. 그러던 차에 이제 집에서 다 같이 있을 수 있으니 "우린 이제 괜찮아!"의 느낌이랄까.


아기와 단 둘이 집에서만 있다가 아빠가 집에 함께 있으니 아기도 신기한지 몇 번을 아빠가 일하는 방을 쳐다봤다. 오며 가며 일부러 그 방 주위를 맴돌면서 온 가족이 함께 있는 사실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오늘이 딱 일주일 되던 날이고 우린 말 그대로 대판 싸웠다.

집에 있지만 엄연히 일을 해야 되는 아빠의 불만, 일을 해야 되는 걸 알고는 있지만 아기를 혼자 보는 게 버거운 엄마의 불만 그리고 집에만 있으니 답답한 아기의 짜증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싸움이었다. 


아기가 답답해서 짜증을 내면 산책도 나가고 슈퍼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온전히 집에서 있자니 서로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도 아니라서 싸워봤자 어디 갈 곳도 없고 이동제한으로 어디 멀리 갈 수도 없는 현실이 더욱 우울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삼시세끼 집에서 해 먹자니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배달음식도 퀄리티가 떨어져서 그다지 당기지도 않으니 만들어먹을 수밖에 없고 정말 너무도 안 먹는 아기를 위한 매끼 다른 이유식까지 하루 종일 먹고 치우고의 반복이다. 


각자의 자유로운 삶을 즐기다가 24시간을 붙어있자니 참 쉽지가 않다. 몸만 건강하게 지킨다고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당장 내일부터 1일 1 산책을 해야겠다. 이러다 홧병이 먼저 올 것 같다.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그림 그리는 아내와 아기가 살아가는 베를린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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