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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부부 Aug 15. 2019

페더바이저

by 베를린 부부-Piggy


한동안 아가를 재우고 마시는 차가운 맥주가 하루 중 가장 큰 기쁨이었다. 게다가 독일에서 맥주란 매일 다른 걸 마셔도 새로운 것이 늘 나타나니 고르는 재미도 있다. 그러던 중 페더바이저[Federweisser]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실 작년에 임신했을 때부터 들었는데 그땐 알코올 섭취가 안되니 흘려 들었다가 새로운 알코올을 찾아다니는 요즘 딱 관심사에 맞아떨어졌다.

알코올 지수도 낮고 달달하니 술술 넘어간다는 소리에 더욱더 먹어보고 싶었는데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이 만나는 시기, 그러니깐 포도를 수확할 때부터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와인을 만들기 전 첫 포도를 수확해서 만드는 4%~10%의 알코올을 함유한 달달한 술이라니 듣기만 해도 어찌나 맛있게 느껴지던지. 와인이 되기 전 알코올이 조금 함유된 진한 포도주스라고 보면 되겠다.


페더바이저 노래를 부르다가 하루는 집 앞 슈퍼마켓에 들어갔더니 냉장고에 떡하니 있었다. 와인과 마찬가지로 레드, 화이트, 로제까지 3종류인데 신나는 마음에 레드를 들고 계산대로 갔다. 아무 생각 없이 가방에 넣는 순간 점원이 뭐라 뭐라 한다. 들어보니(사실 듣기 전에 이미 가방과 계산대는 음료가 새어 나와 난장판이었다) 똑바로 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페더바이저는 천연효소가 함유되어서 직사광선을 쬐거나 병이 많이 흔들리면 스스로 발효되어 병이 터질 수 있다고 한다.

그저 먹고 싶기만 했지 그런 정보를 알턱이 없었던 나의 첫 페더바이저는 끈적거림으로 남았다.


그리고 다음날, 화이트가 더 맛있다는 정보를 듣고는 슈퍼로 가서 사 오는데 아기띠로 아기를 맨 채 또 술이 샐까 봐 한 손으로 들고 집으로 걸어왔다. 아기를 낳고 나니 사람이 더 단순해진 건지 페더바이저를 들고 집에 오는데 저녁에 먹을 생각에 어찌나 행복하던지.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그림 그리는 아내와 아기가 살아가는 베를린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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