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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부부 Sep 05. 2019

베를린의 무더위

by 베를린 부부-Piggy


작년에 이어 올여름도 무척이나 더웠다. 40도를 육박하는 온도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에어컨이 나오는 백화점이나 쇼핑몰로 가려고 해도 문제는 대중교통에도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자 있어도 더운데 아기까지 붙어있으려니 저녁이 되면 나한테 간장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집에서 꼼짝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기승이어서 그렇지 독일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더운 날이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짓는 새 건물이 아닌 이상 에어컨을 보기가 쉽지 않다. 

작년에 식당에 갔는데 사람들이 더운데도 다 밖에 앉아있길래 왜 저러지 하면서 실내에 자리를 잡았더니 세상에 실내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밖보다 더웠다. 그래서 요즘은 맛보다는 에어컨이 설치돼있는 식당을 선호한다.


치킨의 회사는 약 8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건축사무실인 만큼 컴퓨터와 프린터가 가득하다 보니 가만히 있어도 발열이 심한데 역시나 에어컨이 없다. 

상상만 해도 더워서 불쾌한 그 사무실의 치킨의 자리는 서향으로 비닐하우스처럼 오후가 되면 점점 뜨거워진다고 한다. 사실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버티기에는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다.

심지어 아이스크림이 모자라면 먹지도 못하고 정시 퇴근하는 날이 있다. 유치원생도 아니고 아이스크림 노래를 부르는 것 아닌가 싶지만  땀에 찌들어서 퇴근한 시커메진 얼굴을 보면(사실 원래 좀 까맣다)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었으면 싶다. 


저번 주까지 갈듯 안 가던 더위는 이제 간 것 같다. 기온이 훅 떨어지고 해가 짧아지는 걸 느끼면서 긴 겨울이 시작되나 싶고 그러면 또 여름을 그리워하겠지만 한동안은 쌀쌀한 날씨가 반가울 것 같다.


여름아, 우리 내년엔 좀 살살 만나자.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그림 그리는 아내와 아기가 살아가는 베를린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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