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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부부 Jan 30. 2020

바이러스가 불러온 또 다른 혐오

by 베를린 부부-Piggy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곳 독일에서도 확진자가 3명이 더 나오고 앞으로도 더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바이러스 자체도 두려움이 큰데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시비가 많이 생기고 있다.

분명 나를 봤음에도 무시하고 엘리베이터 문을 닫아버리는 사람, 대중교통에서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고 낄낄거리기도 한다. 

사실 나를 보고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음에도 괜히 위축되는 건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 줄은 알지도 못하는 나의 신찰리는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독일 아주머니의 옷을 잡아당기면서 장난을 걸고 혹시나 뭐라고 할까 봐 나는 미리 미안하다고 얘기를 한다.(다행히 그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나도 2명의 아이들이 있다고 했다.)


예전에, 기차에서 외국인은 다 나가라고 취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아저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 당시 찰리는 5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정말 누워만 있는 아기였는데 그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와 나의 신랑은 우리의 선택으로 '외국'에서 사는 것이지만 베를린에서 태어난 나의 아기는 어쩌면, 한국어보다 독일어가 편해지는 삶을 살 텐데 누가 봐도 동양인의 외모를 한다는 이유로 평생을 이방인 취급을 받으면서 살겠구나 했던 그 날의 아찔함. 

과연 이 삶이 누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밤새 고민했던 그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우리가 유럽인을 보면서 이탈리아 사람이구나, 스페인 사람이구나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아시아인을 싸잡아서 보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또 다른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찰리는 아직 어리고, 사회생활은 없지만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부터 이미 놀림을 받기도 하고 심하게는 괴롭힘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지나가야 될지 아직 모르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월요일부터 이앓이가 시작돼서 고열로 인해 집 밖에 못 나가고 있는데 오늘 저녁 몇 번이나 슈퍼에 갈지 말지 고민했다. 시선을 맞설 자신이 없어서. 


하지만 언제까지나 집안에만 숨어있을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안다.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아직은 두렵기는 하지만 내일은 나가보려고 한다. 마침 찰리도 열이 다 내렸고. 


모두들 건강하게 이 위기를 이겨나가길 소망한다.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그림 그리는 아내와 아기가 살아가는 베를린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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