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일, 느긋한 성취의 발견
은퇴 후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쉬는 삶도 좋지만, 너무 오랜 휴식은 오히려 삶의 리듬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 소소한 경제활동이 정신 건강에도 좋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문제는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그리고 “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직장생활 25년 차에 퇴직한 한 지인은, 오랜 꿈이었던 카페를 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커피를 좋아해 주말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러 다녔고, 퇴직 후에는 바로 카페를 차렸다. 하지만 몇 개월 뒤 접을 수밖에 없었다. 임대료, 장비 구입, 공과금, 홍보비까지 지출은 쌓이는데 수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했지만, “사업”은 역시 다르다는 걸 절감했다고 한다.
반면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직장 생활 중에서도 틈틈이 디자인 작업을 도와주던 지인이 있었다. 자신이 만든 템플릿을 정리해 디지털 파일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하고, 노션 템플릿과 전자책 제작 가이드를 엮어 매월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별도의 공간이나 직원 없이도 노트북 하나만으로 가능한 1인 디지털 창업이다.
두 사례의 차이는 단순하다. 리스크를 얼마나 줄였는가, 무엇을 중심에 뒀는가다.
앞서 망하지 않는 창업을 위한 몇 가지 원칙을 나눠 보자.
은퇴 후 창업의 핵심은 “절대 망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창업보다는, 온라인 기반의 가볍고 민첩한 구조를 택하는 것이 좋다. 유튜브, 블로그, 스마트스토어, 클래스101, 탈잉, 브런치북 등 요즘은 플랫폼을 이용하면 공간 없이도 창업이 가능하다.
소자본 + 소규모 + 소리 없이 시작해서 테스트 해보고, 반응을 보고, 그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식의 느슨한 창업이 오히려 오래간다.
"좋아하는 일 = 수익이 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꾸준히 할 수 있고, 남들과 다르게 할 수 있는 영역은 반드시 있다.
예를 들어, 독서를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책 요약 전자책’이나 ‘도서 리뷰 크리에이터’처럼 소비자의 시간을 줄여주는 콘텐츠 형태로 전환해볼 수 있다. 나의 관심사가 남에게 어떤 가치가 되는가를 고민하면 방향이 보인다.
요즘은 정말 다양한 도구가 있다.
로고는 Canva나 미리캔버스에서 만들 수 있고, 마케팅 카피는 ChatGPT, 웹사이트는 Notion이나 Imweb으로도 뚝딱 만들 수 있다.
초반부터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은 피로감만 쌓인다.
AI나 템플릿을 적극 활용해 효율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지속의 비결이다.
내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욕심내기 전에, 매일 30분씩 투자할 수 있는 루틴부터 만들어야 한다. 퇴직 후 시작한 블로그에 하루 1줄 글을 쓰다가, 그것이 전자책이 되고 강연 요청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요한 건 “버티는 힘, 누적의 힘”이고, 그 힘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수익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일이 내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가다.
은퇴 후 창업은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돕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작은 강의, 동네 클래스, 온라인 모임 운영, 콘텐츠 만들기 등은 소득 이상의 의미를 준다.
은퇴 후의 창업은 더 이상 "내 가게 차리기"나 "대박 아이템 발굴"이 아니다.
내 삶의 흐름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작게 수익을 만들고, 꾸준히 기여할 수 있는 일이면 충분하다. 망하지 않는 창업은 ‘느긋하게 시작하고, 오래 버티는 창업’이다.
그리고 그 출발선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이 순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