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뉴욕에 와서 받았던 첫 번째 반려문화 충격이 길거리에 즐비한 도그 워커들이었다면, 두 번째 충격은 도그 파크였습니다. 뉴욕의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공원들 안에는 이렇게 개들을 목줄 없이 풀어놓고 놀 수 있게 해 놓은 도그 파크가 있는데요. 사진을 보면 아실 수 있듯이, 도그 파크는 한국말로 '개판'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긴 하지만, 그 개판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그 개판에 뛰어들고 싶어 손발이 간질거리는 이상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처럼 반려동물이 없어 서러운 유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안에 들어가서 같이 놀면 되지 않나요?"
라고 묻는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저도 무척이나 그러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럴 수 없습니다. 개와 함께하지 않는 '휴먼 HUMAN'은 도그 파크 내에 들어갈 수 없다는 룰이 도그 파크 입구에 떡하니 새겨져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도그 파크 주변에는 울타리 넘어의 주인과 개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비 반려인들도 자주 목격되곤 합니다. 이런 안과 밖의 광경을 멀찌감치 서서 한 장면으로 보고 있노라면, 세상 개를 키우는 것이 '좋음'을 넘어서 무언가 '옳은'일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곤 해 관찰자인 저는 종종 혼자 실소를 터뜨리기도 합니다.
도그 파크 내의 개들은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공놀이도 하고 다른 개들과 뒤엉켜 뛰어놀기도 하는 진기한 광경을 연출하곤 하는데요, 개들이 뛰어노는 동안 주인들도 덩달아 옆의 다른 반려인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또 처음 보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뉴욕의 문화에 다시 한번 부러움을 느끼게 되죠. 물론 여기도 낯가림이 심하거나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반려인들이 도그 파크나 길거리에서 반려동물로 인해 안면을 트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우리가 하루 동안 마시는 커피의 수만큼이나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진지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요, 뉴욕에서는 반려동물들과 산책을 할 때 목줄 없이 다니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습니다. 저도 잡지에 반려동물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래저래 공부를 해가며 배우게 된 사실인데요, 뉴욕에서는 목줄을 하지 않고 길을 거닐 경우 $200~$400 정도의 벌금을 물어야 한답니다. 실제로 그래서인지 제가 뉴욕에 처음 왔을 때 확실히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동물을 찾아보기가 힘들어 신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이런 규칙이 있어 목줄 없이 개를 풀어놓을 수 있는 도그 파크가 반려인들과 개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요즈음 동물과 출입이 가능한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한국에서도 곳곳에 생기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도 한국 집에서는 두 마리의 개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저 같은 반려인들에게는 좋은 소식이겠지만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소식일 겁니다. 이를 반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적으로 '왜 동물을 싫어해?'라고 묻기보다는, 먼저 우리가 그들을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그 출발점이 목줄을 잘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배려들이 먼저 있고 나면, 목줄에서 해방된 반려동물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도그 파크 같은 곳이 한국에도 많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