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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타호텔 Nov 27. 2023

옛 절, 강화 전등사

계절로 치면 가을

옛 절.

말 그대로 오래된 절이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 지어졌다고 하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옛날이다.

옛날 사람들은 고구려가 망하고 고려가 망한 땅에 살았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

내가 조선이 망한 땅이 아니라 조선의 역사 끝에 살고 있다고 느낀 것은 조선이 망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일까.

각설하고 지금까지 간 절과 가장 다른 전등사의 특징이라면 '바다가 없다'는 것.
강화도에 위치하고 있지만 보문사와 달리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전등사에는 교과서에 나오던 유명한 건축물이나 불상도 없다.

여러 보물이 있지만, 사실 우리가 아는 건 반가사유상이나 관촉사 미륵보살 정도라고 한다면 전등사에 있는 것들은 보통 사람이라면 아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전등사가 주는 느낌은 그야말로 '절' 그 자체다.

절에도 각각의 이미지가 있는데, 양양 낙산사나 부산 해동용궁사가 누가 봐도 화려한 느낌의 관광지라면, 전등사는 '헤어질 결심'에 나왔던 송광사처럼 왠지 스러질 것 같은 옛 절이다.

계절로 치자면 가을의 절이다.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은 스산한 절에서 차 한잔을 마신다.

날씨는 비슷한데도 겨울이 오기 전의 가을과, 봄이 오기 전의 가을은 다르다.

겨울이 지난가을엔 곧 봄이라는 희망이 어우러져 있다.

아직은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오늘도 절에 와서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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