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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비 Jan 30. 2023

꿈을 꾸는 배우

나의 꿈-력(Dream Level)은 어느 정도일까

이번 훈련은 내가 꿨던 꿈들 중 하나를 골라 1시간동안 그 꿈을 상상 속에서 반복 재생하며 독백을 하는 것이었다. 훈련에 대한 일지를 적기 전에 꿈에 대한 나의 꿈-력(Dream Level)에 대해 자랑을 좀 해볼까 한다.


꿈은 나 자신의 무의식 세상이다. 어떤 충동도 억압도 없는 자유의 세상. 현실의 삶에서 표출되지 못하고 고여 있는 충동, 열망 같은 감정들이 마음껏 활개치는 세상이겠지. 꿈 속에서 비로소 나는 가장 나답게 살게 된다.


꿈 꾸는 것을 좋아하는 이른바 ‘드림 홀릭’으로서,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도 레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초보 레벨은 자기 전에 생각하거나 상상한 것을 그대로 꿈 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꼬꼬마 시절부터 나는 같이 놀고 싶은 친구가 있거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거나 했을 때 계속 그 대상을 생각하면서 무엇을 하고 놀지 상상하며 잠들곤 했다. 그럼, 꿈 속에서는 그 친구가 나타나고 함께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놀 수 있으니까!


얼마나 생생함을 느끼는지에 대한 것도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은 나를 쫓는 귀신과 아주 길고 긴 레이스를 했었는데, 계단을 올라가며 도망을 치다가 뒤따라오는 귀신에게 다리를 붙잡혀 물렸던 적이 있다. 짐승에게 물린 듯한 종아리 통증과 귀신의 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발길질. 눈을 뜨니 통증도 발길질도 이어지고 있었다.


꿈을 조금 꿀 줄 아는 사람들은 색이 있는 꿈을 꾼다. 인지 능력의 발달이랄까. 흑백tv에서 컬러tv로 기술이 발전하듯이, 이제는 흑백에서 컬러로 꿈을 꾸게 된다. 내가 컬러 꿈을 꾼 건 다소 늦은 시기이긴 한데, 코로나19 시대가 온 뒤 집에서 잠을 많이 자며 꿈만 꾸다보니 종국에는 색감이 아주 화려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첫 컬러 꿈은, 종로구 삼청동의 아기자기한 거리를 걷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내 앞에 있던 목련 나무에 맺힌 꽃봉오리가 아주 활짝, 하얗게 폈다. 하얀 건 흑백 아니냐고? 목련 나무의 배경이 된, 고개 들어 본 하늘이 아주아주 새-파랬다. 완연한 하늘색이었다. 하늘과 대비된 새하얀 목련이 실시간으로 피는 장면, 그것이 나의 첫 컬러 꿈이었다. 설레었고, 목련과 봄의 생기가 가득 찬 기분이었다.


중급 레벨이 되려면 꿈을 꾸고 있다는 자각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되어야 한다. 꿈에 귀신이 나와 쫓기고 있다, 너무 무섭지만 문득 깨달을 수 있다. 이건 분명히 현실이 아닐거야, 꿈일거야, 되뇌이다가 꿈을 깬다.


또 꿈을 많이 꾸다 보면 영화 <인셉션>처럼 꿈을 설계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오게 된다. 루시드 드림과도 같은 맥락인데, 꿈을 꾸면서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뿐만 아니라 꿈을 내 마음대로 만들어가고 행동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나는 꿈의 지배자가 된다. 순간이동으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로 가기도 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무사히 착지를 할 수 있는 초능력자가 된다.


꿈을 그렇게 꾸다보면 위기의 순간도 찾아오는데, 나는 꿈이랑 싸움을 벌인 적도 있다. 꿈속의 꿈 형태였는데, 나는 그때 꿈력(Dream Level)이 높다는 자부심이 굉장했었기 때문에, 아, 이건 꿈이지, 라면서 단박에 꿈 꾼다는 상태를 꿈속에서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꿈을 깨느라 눈을 짠 떴는데 웬걸, 같은 꿈이 계속 되고 있었다. 잠에서 깼는데 꿈을 벗어나지 못 했던 것이다. <인셉션>에서 봤던 꿈 속의 꿈이었다. 한 번 더 깨면 되지, 라며 호기롭게 또 다시 눈을 떴는데, 나는 여전히 꿈에서 벗어나지 못 한 채 같은 꿈을 또 꾸고 있었다. 꿈 속의 꿈, 속의 꿈이었다. 이쯤 되면 오기가 생겨 반드시 꿈을 벗어나 보이겠다는 투지력이 생긴다. 몇 번을 반복했을까, 기어코 현실에서 눈을 뜰 때는 얼마나 눈을 세차게 떴던지, 보통 잠에서 깰 때 눈을 뜨기가 힘든데 그날은 번쩍! 하고 눈이 뜨였다. 거의 심봉사 개안한 수준. 꿈과의 힘겨운 사투를 벌였던 그런 날도 있었다.


음, 훗날에는 타인의 꿈과 연결되어 꿈이 동기화되는 날도 오려나. 나만큼의 꿈력이 되는 사람은 꼭 동기화 체험 신청해 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내가 꿈을 설계해 주는 거지. 이런 꿈을 오늘 한 번 꿔보세요, 꿈을 맞춤형으로 추천해 주는거지. 오늘 하루의 이야기를 듣거나 최근의 기분 같은 것들을 듣고 나서, “오늘은 이런 꿈은 어때요?” 라면서 꿈을 심어주는 드림 메이커, 또는 꿈 기획자.


꿈 속 세상이 배우로 선 무대의 세상과 유사해 질 때, 자유롭게 나를 펼쳐보일 수 있지 않을까. 자유롭게 어느 시간이든 어느 장소든 어느 기억으로든 이동하면서. 내가 꿈 꾸고 상상하는 것을 확신하고 믿는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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