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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 된 재난 ‘극한 호우’, 선제적 대응 방법은?

한층 강화된 기후위기의 모습, 극한 호우


집중 호우, 호우주의보, 침수 피해, 대피소, 인명피해.. 이번 장마도 어김없이 전국적인 피해와 함께 따라다니는 용어들로 뉴스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근데 이번 장마에는 일상적인 재난 단어들 외에도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했습니다.  장마보다 현재 한국의 기후를 표현하는데 더 적잘하다는 우기와 극한 호우입니다. 극한 호우는 시간당 누적 강수량이 72mm가 넘거나, 시간당 누적 강수량이 50mm이면서 3시간 동안 90mm 이상 비가 내릴 때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 용어들의 공통점은 바로 기후 위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강도와 빈도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5일 청주 오송지하차도에서 침수 사고가 발생하여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사진 출처 : ©Getty Images / 대한민국 소방청 제공

매년 반복되는 장마지만, 이번 장마는 더 위협적이었습니다. 한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내리는 폭우로 정전, 침수, 도로 통제 등의 일상생활 불편함을 끼칠 뿐만 아니라 극한 호우로 인한 하천 범람, 산사태 등 연쇄적인 자연재해가 일어나 인명 피해 및 사회 경제적 피해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극한 호우 형태의 폭우는 아시아 전역에서 그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한국 장마가 도달하기 전 일본에서도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25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인도에선 몬순(우기) 영향으로 45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하여 인명 피해 및 경제적 타격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상기후 현상, 원인은 기후위기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엘리뇨 영향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 온도 상승이 더 촉진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엘리뇨의 강도에 따라 2024년 지구 온도의 새 기록을 남길 만큼 역사상 가장 더운 해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엘리뇨 영향으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여 수증기를 발생시키게 되는데, 수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수증기의 양은 4~7% 증가합니다. 이번 장마도 수증기의 영향이 컸습니다. 적도 부근에서 형성된 대규모 수증기가 한반도에 도착해 북쪽 찬 공기가 만나면서  가늘고 긴 띠의 형태로 장마전선이 형성되었습니다. 수증기가 많아진 대기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좁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로 나타났고, 이런 강우의 형태일수록 예측하기가 어려워 더 큰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전국적인 폭우로 1천 3백여대의 차량이 침수 피해를 보았습니다. (7월 18일 기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 42년간 주요 지역별 일일 강수량과 연 강수량을 분석하여 강수 패턴의 변화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린피스 리서치팀에서 분석한 결과 전국단위에서 연 강수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기상청에서 지난 14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일일 최고 강수량을 경신했다고 합니다. 군산과 충남 부여의 일일 강수량이 각각 359.1mm와 225.2mm를 기록하였고, 이번이 비 피해가 유독 컸던 충남 공주는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누적 강수량 632mm를 기록하며 극한 호우의 패턴을 보여주었습니다. 

42년간 분석한 지역별 연 강수량으로 서울, 남해, 울진, 부산에서 연 강수량 증가 추세를 보인다. 데이터 출처 : KMA; 그린피스 리서치 유닛 분석

일일 강수량의 증가는 산사태의 발생 빈도와도 연결됩니다. 이번 장마의 특징 중 하나는 산사태가 함께 일어났다는 점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산사태로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일어난 경북 예천은 연간 강수량의 약 1/6이 비가 지난 3일 동안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해당 지역은 평소 산사태 우려가 없었던 곳이었던 만큼 기후 위기에 안전지대가 없음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정부·지자체의 선제적 대응의 부재


안타까운 인명피해와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 기상청에서 발송한 ‘극한 호우’ 긴급 재난 문자는 기술적인 오류로 오발송되었고, 작년 반지하 침수로 대대적인 대책 마련과 반지하 퇴출 방침이 무색할 정도로 실제 이행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방이 붕괴되어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도 반복적으로 일어난 인재입니다. 3년 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 후 행정안전부가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또 다시 사고가 반복되었습니다. 기후 재난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피해는 가장 취약한 곳부터 커지고 미흡한 정책은 이 피해를 극대화시킵니다. 

이번 폭우의 영향으로 인해 지난 15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산사태 ‘심각’ 단계 경보가 상향 발령되었습니다. 사진: 2020년 일본 규수 지방 산사태 현장

기후재난 대응 정책의 부재로 인한 재해도 잇달았습니다. 충북 괴산댐은 담수 용량을 초과해 넘쳤다가 월류가 멈춘 다음 댐 수위 조절을 위해 방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월류 피해로 괴산댐 하류 마을이 침수되어 인근 주민 6천여 명이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섬진강 댐은 집중 호우로 3년 만에 수문 개방을 했지만 3년 전 침수 피해가 극심했던 섬진강 하류 구례군의 주민들 우려가 큽니다. 아직 3년 전 침수로 인한 피해도 다 복구되지 않은 상황인데 추가적인 침수가 일어날까 우려됩니다. 전문가들은 집중 호우가 발생하기 전 댐의 홍수기 제한 수위를 낮추는 방법 등 기후 변화에 맞춰 댐 운영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기후 정책 수준은 국제사회 최하위권에 머물러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 재생에너지, 에너지소비 및 기후 정책 등 4개 기준을 통해 전반적인 기후 정책을 평가하는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 연구소의 보고서
에 따르면 전체 63개국 중 한국은 최하위권인 60위를 차지하며 4개 평가 요소에서 모두 ‘매우 저조함’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축소가 평가에 영향을 끼쳤으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선제적 대응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탈탄소 사회로 전환해야 합니다.

정부는 더 강해지고 있는 기후 재난에 대비한 기후 정책들을 마련해 나가야 합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맞춘 대응 방안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 해결 없는 대응 정책은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상 기후 현상의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않으면 매년 기후 위기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져 피해의 규모를 줄이기 위한 대응 정책 또한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뉴노멀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멈춘다면 현재 상황이 뉴노멀이 될 수 있겠지만 감축에 대한 노력이 없다면 인간과 생태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재난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하죠. 


기록적인 기후 재난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대가입니다. 지금 정부에서 해야 하는 선제적 대응은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입니다. 어쩌면 이미 선제적 대응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기후 위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반복적인 피해를 발생해선 안 됩니다. 안전하고 가장 빠른 방법으로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합니다. 지금 그린피스와 함께 우리나라 정부의 신속한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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