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어떤 것에 대한 도전은 첫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 2015년 가을 어느 날 나는 빵과의 첫 경험을 가졌다. 나의 첫 빵을 구운 것이다. 그것도 사워도우 빵을. 나는 블로그에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조그만 플라스틱 통에 통밀가루와 물을 반반씩 넣어 잘 섞고 뚜껑을 살짝 덮은 후 3일을 기다렸다. 처음 이틀간 아무런 변화가 없던 밀가루 반죽이 3일 차부터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밀가루를 먹겠다고 몰려든 효모와 유산균들이 왕성하게 먹고 싸서 밀가루 반죽 곳곳에 보글보글 기포를 만들고 플라스틱 통을 상큼한 과일향으로 가득 채웠다. 좀 더 안정되도록 이틀간 밥을 더 주니 반죽이 부풀어 올랐다 꺼지는 게 규칙적이게 되었고 과일향은 더욱 향기로워졌다.
이제 르뱅을 만들고 빵을 만들어 볼 때가 되었다. 발효종 한 숟가락과 물, 통밀가루를 섞어 르뱅을 만들었다. 거실에 놓아두었다. 퇴근 후 들여다보니 기포가 보글보글 생기고 과일향이 나는 것이 르뱅이 준비가 다 되었다.
이제는 반죽을 할 차례. 르뱅이 잘된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한번 확인을 위해 레시피에 있는 양에 맞추어 받아놓은 물에 르뱅을 띄워보았다. 잘 뜬다! 르뱅이 잘 준비되었다는 증거.
르뱅을 물에 잘 풀고 밀가루를 넣어 반죽을 만들고 30분 휴지. 휴지 후 소금을 넣고 잘 섞은 후 1차 발효.
30분 간격으로 접어주기를 세 번. 1차 발효를 4시간 정도 한 후 성형을 해보려니 반죽이 영 힘이 없이 축축 쳐지며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발효가 충분히 되지 않은 듯.
다시 볼에 담아 랩으로 싸고 시원한 창가에 밤새 놓아두었다. 그리고 오늘 새벽, 눈을 뜨자마자 창가로 달려가 반죽을 살펴보니 덮어놓은 랩 위로 반죽이 넘쳤다. 발효가 너무 심하게 된 듯. 볼에서 반죽을 꺼내 성형을 해보려고 했지만 반죽은 축축 처지는 게 모양이 안 만들어진다.
어쩔 수 없이 축 늘어진 반죽을 베이킹판에 부어 굽기로 한다. 힘없어 보이는 반죽이지만 오븐 안에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부풀어 오르는 게 참 신기하다.
칼집이 멋지게 열린 책 속 사진에 나온 빵을 기대했건만 내 첫 번째 천연발효종빵은 이렇게 납작한 녀석이 되었다. 녀석을 본 아내는 피식 웃음을 날렸고, 딸내미는 장난감 미니어처를 가져와서는 빵 위에 올려놓았다. 눈사람이란다.
블로그에 기록한 나의 첫 빵 도전기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빵 만들기, 보이는 것처럼 그리 쉽지 않다. 어디 빵 만들기 뿐이랴.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다.
벌써 4년 반전의 일이다. 그동안 나는 수 없이 많은 빵을 구웠고 기술도, 지식도 늘었다. 이제는 나의 첫 빵 사진을 보며 피식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