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베이킹랩 이성규 Mar 05. 2020

직(織)이 아닌 업(業)을 택하겠다

인생의 후반전

《작년 직장서 밀려난 40·50대 49만 명…5년 만에 최대》


올해 2월 초 어느 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2007년 경제위기 이후로 한국의 직장에 대한 개념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직장은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라 50줄 어디쯤에는 그만두어야 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포스트 버블 세대인 지금의 40·50대인 내가 속한 인구집단이 처한 냉엄한 현실이다.


여기에 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현실이 있다. 바로 기대수명이다. 통계청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여성 85.7세, 남성 79.7세이다. 2009년의 여성 83.4세, 남성 76.7세에서 10년 동안 여성은 2.3세, 남성은 3.0세 증가하였다. 이런 추세라면 내가 기대 수명에 다다를 때엔 남성의 기대 수명이 적어도 80세는 될 것이다. 50줄 어딘가에 직장을 그만둔 이후에도 20여 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마냥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나 긴 세월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며, 그 긴긴 시간의 무료함은 또 어찌할 것인가? 우리는,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선 선례가 없는 크나큰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이제 인생 2막을 살 수밖에 없다. 그게 타의에 의해서든 자의에 의해서 든 간에. 


직이 아닌 업을 택하겠다



직은 job이고 타이틀이다. 반면 업은 힌디어로 karma, 라틴어로 mission이라 한다. 업은 바로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 즉, 나의 존재 가치이다. 인생의 전반전이 직을 추구하는 삶이었다면 인생의 후반전에서는 업을 따르는 삶을 살고 싶다. 나의 업은 무엇일까? 참 오랜 시간 가지고 있던 화두이다. 화두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업이란 결국 내의 존재 가치이니 나를 이해하는 게 가장 우선이 되어야 했다. 이런저런 시도와 내 삶에 대한 성찰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에 가치를 두는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의 가치는 생명과 그 생명을 기르는 자연에 있음을 깨달았다. 내를 농사와 음식으로 이끈 동력이었던 것이다.


2016년 12월 30일 나는 페이스북 담벼락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리고 업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였다. 호기롭게...

마지막 날입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절반 가까운 기간을 직장생활을 하며 보냈습니다. 이제 직장생활을 그만두려 합니다. 돌이켜보니 지난 20년간의 직장생활은 성장과 이윤을 추구하는 삶이었습니다. 이제는 자연과 자연을 닮은 음식을 화두로 살아가려 합니다. 기웃대기만 했던 이 길을 이제 본격적으로 걸어가 볼까 합니다. 안 가본 길,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그 길, 저를 지지해주는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걸어가 보렵니다.
이전 02화 근데 왜 하필 빵집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