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로나의 아레나
베로나 이틀째 아침. 일행은 1세기 무렵에 세워진 원형극장인 아레나를 향해 걸었다. 브라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한가로워 보였다.
거의 2천 년 전에 세워진 아레나에서 지금도 오페라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혜진 아빠는 다음에 이곳에서 열리는 오페라 축제에서 나부코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을 관람하는 것이 버킷 리스트라고 했다.
님의 아레나도 좋았지만 베로나의 원형극장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아레나 중앙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조명장비가 많아서 원형 그대로의 모습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다. 옛 시설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보존을 위해서는 더 아끼고 사용을 자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맑은 햇살이 빛나는 공원
아레나를 나와서는 두 집이 각자 다니기로 했다. 남편과 한가롭게 걸으며 베키오 성 쪽으로 걸어갔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인지 아레나를 다녀왔는데도 거리는 오전의 산뜻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공원의 나무들은 맑고 투명한 햇살을 받아 환하게 빛났다. 공원 벤치에 혼자 또는 둘이 앉아 가을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 되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