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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화 Feb 26. 2022

완벽한 휴식

야자수가 늘어선 세부해변


흰 구름이 떠있는 푸른 하늘과 야자수가 늘어선 바닷가.

 완벽한 휴식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그런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넓은 차양의 하얀색 그늘 막 아래 느긋하게 누워 책을 보며 시간이 더디 가는 여유를 느껴본다. 쫒기 듯 하나라도 더 보려던 여행을 하다 이런 한가로운 경험은 처음이다. 옆에는 딸이 누워있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밀짚모자로 얼굴을 덮은 채 발을 까딱거린다. 독립해야할 나이의 딸은 결혼도 재취업도 불투명한 상태다. 현실적인 부담감은 잠시 잊고 엄마와 딸이 여행한다는 모처럼의 기회를 만끽한다.      

 현재에 집중하려는 마음도 또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오니 여유라는 자체가 습관이 안 된 듯하다. 책을 느긋하게 보려고 갖고 왔지만 생각은 어지럽다. 그래도 ‘연금술사’를 읽어본다.     

 노인이 젊은 양치기에게 말한다.

만물의 정기는 사람들의 행복을 먹고 자라지. 때로는 불행과 부러움과 질투를 통해서 자라기도 하고. 어쨌든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세상만물은 모두 한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네.     

 연금술사의 문구를 되새겨본다. 간절히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가장 어려운 자신과의 싸움을 회피하며 미루고 숨었던 것은 아닌지. 남들이 많이 가는 무난한 길에 묻혀 가면서 안도를 했던 것 같다.     

 딸이 다니던 디자인 회사에서 나와 꽃꽂이를 하고 싶다 했을 때 재취업만 주장했다. 아동미술지도와 교직을 권유했다. 모든 걸 떨치고 마음 상하는 일 없게 휴식만 취하자 했으면서도 딸에게 결국 잔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내가 경험으로 알고 있는 안전한 길만 제시하며 딸의 도전과 시도를 우려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을 때 호텔 정원에서 떨어진 꽃잎들을 줍는 종업원을 봤다. 해변에서는 모래 위에 이물질 들을 제거하는 종업원들이 있었다. 붉은 열대꽃이 피어있고 고운 모래가 낙원 같은 휴양지는 누군가들의 땀과 정성으로 형성된 장소였다. 별세계인 리조트를 나서면 주민들이 사는 주거지는 열악했다. 바다 가운에 배를 세우고 하는 호핑투어에서 잠수를 도와주는 어린 소년들의 마르고 왜소한 체구는 미안한 마음이 들게 했다. 배에서 낚시할 때 물고기가 안 잡히면 진행하는 사람들은 미리 바늘에 물고기를 꿰어놓은 낚싯대를 쥐어주며 즐거움을 주려했다. 완벽한 휴식을 선사하려는 사람들의 연출은 현실이었다.      

  완벽한 휴식이라는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다시 살아내기 위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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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는 필리핀 제2의 도시이자 세계적인 휴양지이다. 산 페드로 요새와 산토 니뇨 성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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