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경화 Jul 30. 2022

마음 넉넉한 야생화 선배들과 함께

5월의 생기가 가득한 청태산

동의나물



  교직에 있을 때 전교 행사로 등산대회를 한 적이 있다. 서울대 방면에서 관악산을 올라가 과천향교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향교 근처 계곡의 물소리도 듣고 5월의 신록과 늦은 벚꽃의 화려함도 감상할 수 있었다. 귀가 길에 전철역에서 사진전시회를 봤다. 야생화를 찍은 사진들이었다. 언젠가 야생화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전시회에도 참가해보고 싶었다. 그 이후 명퇴를 하고 사진을 배웠다. 하지만 야생화를 찍으러 다닐 기회는 없었다.

      

   여고동창이 야생화 동아리에서 알게 된 분과 청태산을 간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실행해 볼 기회가 왔다. 야생화이름을 알아가며 사진을 찍고 싶었던 바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작은 꽃들을 선명하게  찍고 싶어서 화질 좋은 핸드폰을 구매했다. 친구 영애와 동행한 선자 씨는 우리보다 나이가 적었지만 듬직했다.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야생화를 찾아다닌다고 했다. 청량리역에서 10시20분에 KTX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걸려 둔내 역에 도착했다. 둔내가 고향인 선자 씨의 지인이 운행하는 택시를 타고 청태산 입구까지 갔다.     

 

  휴양림을 지나 데크길을 따라 등산로 1길을 올라갔다. 청태산에는 철따라 계속 다채로운 야생화가 피어났다. 선자 씨는 물 만난 듯 마주치는 꽃들마다 이름을 대기 시작했다. 산개불주머니꽃, 처녀치마, 병꽃나무, 천남성, 피나물... 혼자 왔다면 그냥 풀이나 흰색과 노란색 꽃 정도로 여기며 무심히 지나쳤을 식물들에게 다 이름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미나리냉이나 는쟁이냉이 같은 경우는 이름도 비슷해서 헷갈렸다. 한참 피어나는 꽃들이 있고 이미 지는 꽃들도 있었다. 모데미풀과 너도바람꽃은 씨방이 보였다. 약간 흐린 날, 맑은 공기속에서 반가운 꽃들을 만났다.  

     

   물소리에 이끌려 걸어갔다. 나무들 사이로 작은 물길을 내어 흐르는 계곡은 5월의 산을 더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연녹색의 나도개감채, 흰색 홀아비 바람꽃, 보랏빛 벌깨덩굴... 특별히 동의나물에 눈길이 갔다. 이끼 낀 돌들과 묵은 낙엽들 사이로 흐르는 물 옆에 자리 잡은 꽃, 다섯 이파리의 선명한 노란 빛 꽃은 생기로 가득했다. 쉼 없이 형성되는 자잘한 물결과 어우러진 동의나물 꽃을 한참 바라봤다.  개별꽃은 다섯 잎 흰색에 검은 점이 있어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까 검은 색은 꽃술의 끝부분이었다. 흰색 꽃잎 5개가 별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인가 싶었다. 비슷한 꽃이 보였는데 꽃잎이 7개였다. 그 꽃 이름은 큰개별꽃이라고 했다. 속새와 박새, 박쥐나물과 애기괭이 눈, 도깨비 부채는 꽃이 안 보여 풀 같았다.

       

  영애와 선자 씨의 환호 소리가 들렸다. 눈여겨 찾아볼 꽃 중의 하나인 연영초를 발견했단다. 연영초는 뿌리에서 솟은 대 위로 넓은 세 개의 잎이 있었다.  꽃대 끝에 달린 흰 꽃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세 개의 꽃받침위의 세 개의 꽃잎은 두툼하고 찰져 보였다. 꽃 안의 연한 노란색 꽃밥은 6개의 수술대보다 긴 것이 독특했다.       

  등산로를 오르며 단풍취, 풀솜대, 족도리풀, 잔털제비꽃들을 봤다. 해발1000미터에 이르렀다. 연푸른 색을 띄는 현호색과 노란 금괭이눈, 흰색 태백제비꽃을 볼 수 있었다. 이름을 배우는 중이어서 현호색을 발견하고 영애에게 말했더니 갈퀴현호색이라고 한다. 꽃잎 옆에 갈퀴처럼 달린 게 있었다. 청태산 정상 500미터 남긴 곳에서 2등산로 쪽으로 내려왔다. 고개 숙인 얼레지가 보였다. 꽃 안쪽에는 종모양의 연한 다섯 꽃 잎 안에 짙은 보라색 술이 있었다. 높은 지대에 있는 태백바람꽃은 고고한 느낌이었다. 흰색 꽃받침 조각이 뒤로 젖혀서 있어서 바람꽃이라고 했나 보다. 암술과 수술들이 풍성하게 드러나 보였다.     

  

   2등산로로 내려오는 길은 완만해서 걷기 좋았다. 들바람꽃, 노랑제비꽃, 고깔제비꽃...계속 새로운 꽃들이 보였다. 선자 씨가 걸음을 멈추고 작은 몽우리가 진 풀을 가리켰다. 곧 있으면 피어날 은방울꽃이라고 했다. 작은 종 모양의 꽃들이 피어나면 귀여울 것 같았다. 나중에 또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표소방면으로 내려오니 야영장이 있었는데 익숙해 보였다. 예전에 남편과 와서 텐트를 치고 1박을 했던 곳이다. 그때는 청태산에 야생화가 있는 줄도 몰랐다. 아는 만큼 다르게 보인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마음도 넉넉한 것 같다. 친구 영애와 선자 씨는 야생화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설명해주어서 고마웠다. 평지로 내려와서도 야생화 선배들의 설명은 이어졌다. 함박나무  삼색병꽃, 딱총나무, 좁쌀냉이, 뿔쪽도리...하루만에 많은 야생화를 만나고 이름을 배운 날은 기억 속에 선명히 남을 것 같다.      



태백바람꽃

이전 02화 마당 있는 집으로의 여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