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과 플라스틱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요리를 좋아하다 보니, 주방에서 다양한 물건을 사용하게 된다.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없을 때는 몰랐지만, 막상 관심을 가지고 보니 비닐 제품들을 쓰는데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무심코 톡톡 뽑아 쓰는 비닐 지퍼백과 비닐랩, 그리고 알루미늄 포일은 한번 쓰고 나면 자연스럽게 휴지통으로 직행이다. 그리고 몇십 년 동안 땅속에서 썩지 않는다. 여러 번 쓸 수 있고 좀 더 환경에 무해한 제품은 없을까?
비닐랩과 지퍼백을 마지막 한 장까지 쓰고 나서 더 이상 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요리를 할 때 비닐을 안 쓰려니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요리를 하고 남는 야채나 식재료를 지퍼백에 담아왔던 터라, 지퍼백을 대체할 물건이 필요했다. 찾아보니 실리콘 지퍼백이 대체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리콘 지퍼백 중간 사이즈를 4개 정도 주문해서 식재료들을 담아보았다. 자주 쓰는 대파도 손질해서 담고, 나물 무침하고 남은 시금치도 보관한다. 딸기나 방울토마토 같은 작은 과일들도 보관한다. 비닐랩처럼 투명해서 재료를 알아보기 쉬운 반면, 비닐랩과는 달리 여러 번 세척해서 재사용할 수 있으니 환경에 더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요리를 하다보면 실리콘 지퍼백으로 대체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무나 토마토처럼 크고 동글동글한 식재료는 넣기가 힘들다. 그리고 손질한 재료를 냉장고에 넣기 전에 그릇을 덮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찾아보니 비즈왁스랩이라는 제품이 있다.
비즈왁스랩은 천연 밀랍을 깨끗한 천에 코팅해 비닐랩 대용으로 사용하는 친환경제품이다.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져 생분해되고,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하다. 비닐랩에 비해 가격은 사악하지만 일단 도전해본다. 사용해보니 당근이나 무, 토마토 같은 식재료를 싸서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편하고, 그릇을 밀봉할 때도 좋다.
환경에 좋은 제품이긴 하지만 단점도 있다. 손이나 그릇에 끈적한 왁스가 묻을 수 있고, 비닐과 달리 체온으로 고정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불편함을 조금씩 감수하는 것, 그리고 습관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제로 웨이스트의 시작이니까.
주방의 플라스틱 제품들도 서서히 줄여가고 있다. 플라스틱 양념병 대신 유리병을 열탕해서 말린 뒤 양념통으로 쓴다. 통깨, 고춧가루, 콩 등을 넣으니 유리병도 이쁘고 쓰기에도 편하다. 양념을 다 먹을 때마다 한 번씩 열탕 소독해 주면 좀 더 위생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부터 예전에는 무심코 샀던 물건들을 한번 더 생각하고 소비하게 되었다. 환경을 위한 걸음은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서툴지만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점점 더 환경에 무해한 사람이 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