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은 복잡한 감정을 단순하게
표현한다

삶을 결정하는 기분의 모든 것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나는 감정이 메마른 친구들과 학과 생활을 했다.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숫자 중심의 논리적인 수업만 듣다 보니 감정을 표현하고 나눌 기회가 없었다. 친구들은 꽃이 피었는지 낙엽이 떨어졌는지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감성이 풍부한 20대를 건조하게 보냈다.


그러나 동아리방의 분위기는 달랐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파전에 막걸리를 마셨고 바람이 불면 싱숭생숭하다고 맥주를 마셨다. 술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는 얼마나 낭만적이었나? 막걸리를 마실 때는 곧 입대할 선배를 위로한다며 다 같이 눈물을 흘렸고, 맥주를 마실 때는 다가올 축제를 생각하며 즐거움에 들떠 있었다. 나는 이렇게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동아리 생활이 무척 재미있었다.


특히 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이렇게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특히 기분 좋은 감정들이 느껴질 때면 낯설면서도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딱딱한 집안 분위기,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즐거움과 행복감을 깊이 느껴보지 못하고 자라서였을까? 동아리 생활을 통해 좋은 기분을 경험할 때마다 몸과 마음의 존재로서 내가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충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서 결국 나를 문화기획자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우리는 매 순간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비가 오면 쓸쓸하면서도 구슬프고 바람이 불면 시원함과 스산함을 느낀다. 벚꽃이 피면 즐거움과 행복감이 샘솟고 눈이 내리면 왠지 모를 설렘이 피어난다. 태풍이 올라오면 공포와 두려움이 생기다가도 댐에서 물이 방류되는 모습을 보면 쾌감을 느낀다.


시시각각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과 상황 속에서 감정은 생각에 반응해 다채로운 색깔로 우리 몸과 마음에 수를 놓는다. 고요함과 편안함, 즐거움, 행복, 기쁨, 황홀함 등의 긍정적인 감정부터 걱정과 두려움, 실망, 모욕감, 죄책감, 우울함, 절망 등의 부정적인 감정까지. 다양한 이름의 감정들을 매 순간 우리는 마주한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고 요동치는 감정, 헤아리기도 어렵고 복잡한 감정을 기분은 알기 쉽게 표현한다. 그것이 기분 좋은 감정인지 아니면 기분 나쁜 감정인지로 간단하게 드러낸다. 우리는 이 무지개 같고 변덕스러운 감정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분은 복잡한 감정들이 기분 좋은 감정인지 아니면 기분 나쁜 감정인지로 명확하게 나눠 느껴지도록 한다.


우리는 기분을 통해 감정이 기분 좋은 감정인지 아니면 기분 나쁜 감정인지로 알아차릴 뿐이다. 그래서 모든 감정은 결국 좋은 기분과 나쁜 기분으로 나눌 수 있다. 감정을 세세하게 관찰하는 대신 기분이 좋은지 아니면 기분이 나쁜지로 알아차리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기분이 전달하는 다양한 신호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좋은 기분을 느낀다는 건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모든 일들이 좋은 방향으로 펼쳐진다는 신호다. 반면 나쁜 기분을 느낀다는 건 삶이 원하는 방향의 반대로 흘러가니 생각을 바꾸거나 행동을 변화시키라는 신호다. 그래서 기분을 예민하게 살펴 좋은 기분과 나쁜 기분을 빨리 알아 치려야 한다. 그래야 삶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풍요로워진다. 나다운 삶으로 향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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