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라는 선택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by Jwook

말하지 않는 선택 앞에서


옆집 여자가 남자를 죽이는 것을 목격한 순간, 이시가미는 망설이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않았다. 그는 조용히 사건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용의자가 되는 방향으로.


우리는 보통 진실을 말하는 것이 옳다고 배운다. 거짓은 비겁함이고, 침묵은 회피라고 여긴다. 하지만 모든 침묵이 회피인가. 모든 진실이 반드시 말해져야 하는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밀어붙인다. 그 중심에는 단 하나의 결심이 있다.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겠다는 결심.


반전을 설계하지 않은 추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작가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트릭이 없다. 트릭보다 더 앞에 놓인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반전 대신 하나의 윤리적 물음을 설계했다.


서점 한 코너를 채울 만큼 다작가인 그의 소설은 추리와 감동 사이를 넓게 오간다. 그 스펙트럼의 한가운데에 『용의자 X의 헌신』이 있다. 일본과 한국 양쪽에서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대중적이지만, 이 소설이 20년이 지나도록 서가에서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흥행 때문이 아니다. 세상이 점점 더 빠르게 말하기를 요구할수록, 말하지 않는 것의 의미를 묻는 이 소설은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대중소설의 극적 장치 아닌가. 그 반론은 틀리지 않는다. 다만 대부분의 미스터리는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질서가 회복된다. 이 소설은 반대다. 진실이 드러난 순간, 독자는 무엇이 정의인지 더 알 수 없게 된다. 장치가 질문을 만들어낼 때, 그 장치는 이미 장치 이상의 것이 된다.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


이혼 후 딸과 단둘이 살던 야스코는 어느 날 밤 찾아온 전 남편과 마찰 끝에 그를 죽이고 만다. 우발적인 사건이었다. 공황 상태에 빠진 바로 그 순간, 벽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이웃에 사는 수학 교사 이시가미였다.


그는 야스코를 오랫동안 사랑해왔다. 아니,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매일 아침 야스코의 도시락 가게 앞을 지나며 하루를 시작했지만, 말을 건 적도 없고 관계를 바란 적도 없다. 그저 그녀가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며 한 가지 물음에 오래 머물렀다. 숭고한 사랑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누군가를 저 멀리 먼발치에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이토록 아낄 수 있는 감정은 어떻게 발현되는 것인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다른 무언가인가.


소설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다만 그 감정이 무엇이었든, 그것이 그를 움직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사건을 은폐하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며, 경찰의 자문으로 개입한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 이시가미의 대학 시절 친구이자 지적 라이벌 — 까지 속일 수 있는 계획을 만든다.


침묵이라는 설계


이시가미의 침묵은 감정적 충동이 아니다. 그것은 치밀하게 설계된 선택이다. 그는 단순히 입을 닫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 드러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차단한다. 여기서 침묵은 소극적인 상태가 아니라 적극적인 행위가 된다.


우리 사회는 이런 선택을 쉽게 비겁함으로 분류한다. 의견을 내지 않으면 방관자, 중립을 지키면 무책임이 된다. 그 기준은 언제나 바깥에서 온다. 그러나 이시가미의 침묵은 그 바깥의 기준을 거부하는 행위다. 자신을 지우는 방식으로 타인을 살리는 선택이며, 침묵이 때로는 가장 치열한 형태의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몸으로 증명한다.


반전이 남기는 것


그런데 이 소설에는 반전이 있다. 독자가 이시가미의 침묵을 숭고한 헌신으로 읽어가던 바로 그 순간, 히가시노 게이고는 전혀 다른 층위를 열어 보인다. 이시가미의 설계가 야스코를 보호하는 동시에, 야스코 스스로 진실을 고백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만드는 구조이기도 했다는 것이 드러날 때, 독자는 멈춰 서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침묵이 상대방에게는 짐이 될 수 있다. 지키려 한 행위가 지켜지는 사람의 의지를 빼앗을 수 있다. 이시가미의 침묵은 숭고하고, 동시에 잔인하다. 헌신인가, 통제인가. 그 질문 앞에서 쉽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기 어렵다는 것이, 이 소설이 오래 남는 이유다.


끝까지 말하지 않는 이유


결국 이시가미가 끝까지 침묵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의 선택이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존재 방식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그래서 끝까지 말하지 않는다. 그 침묵은 두려움이 아니라 일관성이다.


당신도 어느 순간 침묵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말하지 않았던 그 순간, 스스로를 비난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시가미는 묻는다. 정말 그것이 비겁함이었는가. 아니면, 그 침묵 안에 당신만이 아는 무언가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 책은 판단하지 않는다.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다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언제 침묵할 권리를 가지는가. 그리고 당신의 침묵은, 지금 누군가를 지키고 있는가.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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