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밤 운동이 좋다. 한산한 공원을 가로질러 다리 하나를 건너면 뛸 수 있는 운동장과 만난다.
유난히 까만 밤이었다. 킥보드 타고 나를 따라온 딸과 준비 운동 중이었다.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달의 모양이 신비로웠다. 밝음의 나머지 부분이 유독 티가 났다. 마치 뚜껑으로 반을 덮은 것 같았다. 딸에게도 보여주었다니 신기해했다. 사진으로 찍어도 선명했다. 오늘은 바빠서 완전히 숨지 못했나 쓸데없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뛰고 딸은 킥보드 타고 따라왔다. 이어폰 너머로 은은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딸은 내가 좋아하는 그믐달 눈을 떴다. 왼쪽 가슴 어딘가에서 찌릿한 전기가 흐르며 행복이 열심히 헤엄쳐 내 머릿속에 도달했다.
내가 목표로 했던 바퀴 수를 모두 채우고 천천히 딸과 트랙을 걸었다. 딸은 쉼 없이 조잘댄다. 웃음 스위치를 모두 켠 체 어떤 말에도 깔깔댔다. 나의 오른손은 딸의 왼쪽 허리춤에, 딸의 왼손은 나의 오른쪽 허리춤에 끼웠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면 이런 느낌인 걸까. 우리를 지켜보는 달님에게 묻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잠시 벤치에 앉아 땀을 식혔다. 딸과 사이좋게 이어폰을 나누어 쓰고 음악을 들었다. 눈앞에 불빛은 공원의 고즈넉함을 더했다. 집에 가기 싫다는 딸의 말처럼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우유가 듬뿍 들어간 달달한 라테가 생각나는 고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