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E.T. 보았다. 포근한 이불속에 우리 셋은 나란히 누웠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두둥. 40여 년이 흐른 뒤 다시 본 E.T.는 어떤 모습일까.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은 7살 때쯤으로 기억한다. 지방에 계신 아버지가 오셔서 온 가족이 처음 극장에 갔다. 무엇보다 거대한 화면 앞에 나는 압도되었다. 처음 맡은 팝콘 냄새도 낯설었고, 불 꺼진 컴컴한 극장은 더욱더 무서웠다. 아버지 옆에 꼭 붙어 바들댔다. 영화가 시작되고 이내 신기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티를 앞에 태우고 커다란 달 가운데를 날아가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난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예전 포스터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티켓값이 2,000원이었다니 신기하다.
E.T.가 홀로 남겨져 주인공 집에 들어간 순간, 딸은 긴장되었는지 내 손을 꼭 잡았다. 드디어 주인공 가족과 만나 모험이 시작될 찰나에 잠이 오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아들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E.T.가 죽었어. 일어나 봐!"
꿈 속임에도 아들 목소리가 선명했다. 딸도 옆에서 몹시 안타까워했다. 둘이 한 목소리로 나에게 진짜 죽은 거냐고 물었다. 나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 한 체 무심코 그렇다고 답했다. 정말 E.T.는 차가운 시신이 되어 있었다. 그 순간 화분 속에 죽은 꽃이 되살아나더니, E.T.가 살아났다. 아들과 딸은 내가 거짓말했다며 연타를 날렸다. 나는 억울했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그냥 답한 것인데. 그 뒤로 동네 아이들과 무서운 어른들 사이에 추격전이 펼쳐졌다. 나는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드디어 E.T.가 가족을 만나 지구를 떠나는 순간, 아쉬운 작별하는 순간 나도 마음이 짠했다. 어린 꼬마였을 때도 그 장면에서 슬퍼했었는데.
영화 끝나고 딸은 후유증에 빠졌다. 틈 만나면 둘째 손가락을 나에게 뻗었다. 그 당시에도 이 손가락 인사가 대유행이었다. 친구들과 수시로 이러고 놀았었다.
비록 영화 전체를 보지 못했지만, 잠시 추억 여행 다녀왔다. 아이들이 크면 아빠와 E.T. 보았던 기억을 떠올려줄까.
달 건너는 저 장면은 언제나 내 마음속 최고의 순간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