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by 실배

오늘 오후 갑작스레 처리할 일로 동분서주하던 중 아내에게 연락 왔다. 초를 다투는 일이라 전화받을 수 없었다. 이어지는 카톡 소리를 뒤로 한 채 정신없이 일 마무리했다. 뒤늦게 카톡 확인부터 하니 둘째가 돌봄 교실 추첨에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글자만으로도 아내의 격양된 마음이 느껴졌다. 서둘러 연락했다.

목소리부터 떨렸다. 지원 인원 중 고작 9명이 떨어지는데, 하필 둘째가 그 안에 들어간 것이다. 아내는 돌봄 담당 선생님께 연락했더니,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해서 더 화가 났다고 했다. 이제 목소리에서 울먹임까지 느껴졌다. 일단 아내를 진정시켜야 했다. 그리고도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아내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사실 처음에는 생년 월일로 조정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추첨으로 바뀌는 등 오락가락하는 상황이 나도 이해되지 않았다. 1학년 때도 이 문제로 시끌시끌했던 기억이 있다.

아내와 나는 커다란 장애물에 봉착했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돌봄 교실 외에는 당장 아이 맡길 곳도 없다. 아내가 프리랜서라서 그나마 시간 조율하고 돌봄 교실 다녀온 이후는 학원에 보내며 간신히 틈을 메울 수 있었다. 돌봄 교실 한 반인원 25명에 3개 반이 있으면, 추첨에 떨어진 아이들이 각 반에 3명씩만 더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내는 학교에 연락하고 싶은데, 지금 마음 상태론 어려워 나에게 부탁했다.

조금 한가한 시간 연락했다. 남자분이 받았는데, 딱딱한 목소리가 느껴졌다.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돌봄 교실에 대해 문의했다. 이미 나와 같은 연락을 여러 번 받았는지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전화받은 분은 교감 선생님이셨다. 지금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설명한 후 한 반이 25명 이내라는 규정이나 지침이 있는지 물었다. 갑자기 더듬거리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전화 끊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후 바로 연락이 왔다. 학교 내부 지침에 한 반은 25명 내외로 되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25명이 넘어도 된다는 의미였다. 나는 한 반에 2~3명이 더 추가되면 안 되냐고 물었고, 교감 선생님은 그러면 아이 관리하기에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하셨다. 물론 당연히 그러리라. 나도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장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어찌할 방법 없는 현실을 좀 더 고려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교감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께 보고 드리고 좀 더 논의한 후 답을 주기로 했다.

연락 마치고 아내에게 그 상황을 전해주었다. 아내와 일단 학교의 답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 우리도 나름의 대비를 해야 한다. 아내와 함께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학교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자꾸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우리 아이가 붙었다면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리라. 위기가 닥쳤다. 어떻게든 둘째가 영향받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