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쾌락이 뭐야?"
오늘 아침에 둘째가 어디서 그 글자를 보았는지 물었다. 쾌락이라.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왠지 쾌락이란 금기시되는. 말하기 편치 않은 단어로 다가왔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좋아하는 것을 성취했을 때 오는 좋은 감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마카롱을 비유해서 설명했다.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마카롱이잖아. 네가 그것을 무척 먹고 싶었는데. 엄마가 그것을 너한테 사다 주었어. 그럼 기분이 어때?"
"정말 좋지."
"그리고 그것을 입속에 쏙 넣어 먹었어. 그러면?"
"하늘을 나는 기분이지."
"그런 기분을 쾌락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아. 정말 좋은 거구나."
딸의 이야기처럼. 좋은 의미의 단어였다. 그간 왜 불편한 단어로만 생각했을까. 그러다 얼마 전 참여했던 독서 모임에서의 일이 불쑥 떠올랐다.
우리가 이야기 나누었던 책은 '모데라토 칸타빌레'였다. 책을 읽으며 너무 난해하여. 미로 속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다른 분들도 비슷한 감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는 어려웠던 책과는 달리 무척 활발했다.
주인공 '안'은 상류층 여인으로 부유하나 갑갑한 삶을 살아간다. 마음속에는 작은 욕망의 불씨를 숨긴 체. 그러다 우연히 연인 간의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그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다. 술집에서 공장 노동자였던 '쇼뱅'을 만나서 술을 마시며 그 살인 사건을 복기한다. 점점 둘의 가슴속에는 욕망이 꿈틀댄다. 하지만 소설의 끝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은 체 허무하게 끝나 버린다.
함께 참여했던 한 회원분은 내내 불편한 마음을 토로했다. 어떻게 결혼 한 여자가 모르는 남자와 술을 마시며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냐며. 그 자체가 불륜이라고 단정했다. 다른 회원은 '안'이 계속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감옥 같은 삶에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며.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욕망이란 절대 부정적인 것이 아닌데, 대신 그것을 평소에 적절하게 잘 해소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본인은 남편과 각자 하고 싶은 것을 원껏 지지하되 가족들과 함께 해야 할 때는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나는 그 회원님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그리곤 나의 지금 욕망이 무엇인지 떠올렸다. 바로 글쓰기였다. 나는 지금 글 잘 쓰고 싶은 욕망에 빠져있다. 욕망은 글쓰기에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부족하지만 그래서 계속 쓰게 된다. 만약 내가 이 욕망을 억누른다면 그것은 분노로 전이되어 어딘가에서 빵 터질 것 같다.
생각해보니. '쾌락'이나 '욕망'이나 모두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이었다. 나는 왜 그간 불편해만 했을까. 조금 후회가 되었다.
오늘 딸의 질문을 통해서. 내가 단어에 가진 선입견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마 찾아보면 더 많이 있을 것 같다. 문득 그런 순간을 마주치면 한 번 다르게 생각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