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드니 Jan 08. 2024

[사람] 사고치면 제발 바로 말해줘

묵혀두면 폭탄되니까 제발 바로 말해주셈 ㅠㅠ


똑똑한 MZ사원들,
사고가 발생하면 무너진다




전 화에서는 상사들에 대해 이야기 했으니

이번 화에서는 후배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MZ, MZ 난리지만 나도 MZ인 관점에서 확실히 요즘 주니어사원들 뛰어나다. 주어진 시간 내에 일을 착착 끝내고, 부당한 일은 거부하고, 시간이든 노동이는 손해를 보는게 0.1도 없다. 내 주니어시절에는 선배에게 설명 같은 걸 요구해본 적이 없었다. 이미지 파일에 있는 표 숫자를 엑셀에 넣으라고 하면 하나씩 하나씩 쳐서 긴 엑셀 장표를 채우곤 했었다. (기본 2시간 날림)


요즘에 누가 그런걸 시킨다면 다들 이미지파일을 문서화하는 어플을 사용해서 5분만에 표를 다 채웠을 거다.나는 그런 시절도 아니었고, 그런 어플을 알았더라도 부장님이나 선배들에게 성실함을 보여주려고 성실하게 채우는 모습을 보여줬을 지도 모른다. (네 바보 같은 거 압니다.)


일하면서 손해도 없고 노가다가 없는 요즘 후배들을 보면 부럽다가도, 가끔 현타가 올 때가 있다. “저는 일을 잘해요.”라는 아우라를 풍기며 항상 논리적이던 애가 사고를 친다. 사고의 내막을 살펴보니 이미 일주일 전부터 당사자들끼리 일어날 수 있음을 예견했던 일이다. 그런데 업무상 사고가 발생하면 귀찮을 뿐더러 자신의 이미지와 평판에 해가 될 수 있으니 남이 처리해주길 바라고 묵히고 있다가 겉잡을 수 없는 사고가 터진다.


결국 내 손에 사고가 접수 됐을 때는 수습이 불가능할 때다. 교통사고는 보험사라도 있지 회사에서 생기는 사고는 1차적으로 팀장책임이다. 책임은 져야하지만, 주니어(실무자)가 하고 있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기가 어려워 억울하기도 하지만 일단 처리에 집중한다. 사고를 한바탕 처리하고 나서 팀원들을 불러 앞으로 모든 메일에 나를 CC를 넣으라고 했다. 그런데 한 팀원이 이런 말을 한다.     


“그렇게 남기면 제가 불리할 것 같아요.”

앞으로 사고를 막자고 모인 자리에서 또 유불리를 따지는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일단 막 웃었다. 하하하, 우리 A씨가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그것도 참 신박한 생각이네. 잠시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사고를 또 안나게 할까. 앞으로 메일에 나를 참조로 안 넣으면 500원씩 받는 다고 할까? 장첸같은 표정으로 ’장난 하냐?‘고 일갈 해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식은 진입장벽을 더 낮추는 거다.

“음,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책임을 지기도 하지만. 여러분을 보호해야합니다. 제가 보호하기 위해서는 돌아가는 팀의 정보를 잘 알고 있어야해요. 이번 건 같은 경우에도 잘못하면 실무자들까지 견책을 받을 수도 있었어요. 다행히 그건 막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없으려면 여러분들도 저에게 뭐든 말해주세요.”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팀원들. 말귀를 알아들은 것 같아서 안심하고 있는데, 이제는 사소한거 하나하나 다 나에게 보고를 한다. 제발, 중립 좀...

이전 07화 [사람] 전설의 티키타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