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다이어트 해요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by 빛길

"선생님 저 다이어트 해요."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 키가 작은 아이, 키가 큰 아이, 마른 체형의 아이, 통통한 체형의 아이. 너나 할 것 없이.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한 사람은 모두 여자아이들이었는데, 살을 빼고싶어서 일부러 저녁을 굶거나 홈트레이닝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신체검사 전날은 일시적으로 이러한 기조가 더 심해지는 듯 하다. 자신의 몸무게나 체형이 부끄러워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 막 초등학생 티를 벗은 아이들이 예뻐지기 위해 살을 뺀다는 말은 내 마음을 굳게 만들었다.


나 또한 학창시절부터 다이어트의 굴레에서 헤매곤 했다. 한창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시절,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저녁 급식을 굶는 일이 예사였고 친구들과 같이 다이어트 내기를 하기도 했다.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이러한 양상이 더욱 심해졌는데 원푸드 다이어트, 그룹 PT, 물 마시기 다이어트, 저탄고지 다이어트 등 할 수 있는 일들은 거의 다 해본 듯 하다. 열 일곱에 시작했던 다이어트를 스물 다섯이 되어서야 그만두었다. 식이장애를 앓고, 누군가에게 예뻐보이는 일보다 망가진 나의 마음과 식습관을 되돌리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해진 후였다. 사실 아직도 다이어트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자신있게 말하긴 힘들다. 가끔씩 몸무게를 재고, 거울에 비친 나의 몸매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하니까. 그리고 내가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생각한다. 그 행동과 생각을 하는 이유에 대해. 또 다시 기력 없고 어지럽던 과거로 돌아가고싶은지, 매일 몸무게를 재며 우울해하던 그때가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또 물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도 나는 미디어에서 여성의 몸을 비추는 방식에 안타까움을 가진다. 아직도 미디어에서는 여자 아이돌 누가 살을 뺐고 누가 살이 쪘는지를, 출산한 여성 연예인 누가 출산 전과 다름없는 몸매를 과시하는지를 비추고 있으니까. 그러한 미디어에 둘러싸인 이면에는 아이들을 통해 과거의 스스로를 마주하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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