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꽃이 폈다

이 겨울, 상실감을 느끼는 그대에게

by 빛길

겨울 나뭇가지에 구슬 꿰는 이의 손을 보니

어릴 적 아꼈던 구슬 상자가 떠올랐다.

손톱보다 작은 구슬이 귀하고 소중해

한알 한 알 만지다 덮어두던 어린날의 무지(無知).


떨어뜨린 구슬 상자가 깨질 때

제대로 꿰어 보지도 못한 구슬들이

한순간 흩어지는 모습만 바라보며

나는 두 가지 상실을 깨달았다.


소유물을 잃어버린 나의 상실.

쓰임을 잃어버린 구슬의 상실.


구슬 꿰는 이의 손을 보며

아낀다는 이름으로 잃어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무지한 열정을 헤아려본다.


구슬 꿰는 이가 꽃팔찌를 만들어 건넨다.

이제는 아끼다 잃어버리지 말고

용기로 하나하나 꿰어보라고.


이 겨울, 손목에 꽃이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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