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시에 일어난다

미라클 모닝이 보여주는 풍경

by 빛길

프리랜서의 삶은 득도 있지만 그만큼의 실이 많다. 우선 정해진 근무일정이 없는만큼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득이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든 나태해질 수 있음'으로 바뀔 수 있기도 하다. 일이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프리랜서는 선택받는 직업이다. 나같은 초보 프리랜서가 선택받기란 쉽지 않기때문에 일이 있는 날보다 일이 없는 날이 더 많다. 그래서 더 자유로운 시간, 즉 나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어김없이 한동안 나태와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규칙 없이 잠을 자고 규칙 없이 밥을 먹었다. 잠과 밥은 인간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기본적인 규칙, 통상적인 틀이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틀이 무너지니 일상의 전반이 무너지고 있었다. '오늘 하루는 공쳤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내게 기본적인 틀이 무너지는 것은 더욱 무서운 일이었다. 하루의 시작을 망쳤다는 생각은 곧 종일을 망쳤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라클모닝을 시작했다. 대단한 것 없이 일단 바뀐 밤낮부터 되돌리자는 마음으로 말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일은 고역이었고 실패를 거듭했다. 어떤 날은 6시, 어떤 날은 7시, 또 어떤 날은 10시에 일어나기도 했으니. 그래도 이러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요즘은 새벽 5시에 곧잘 눈을 뜨곤 한다.

미라클 모닝에는 정해진 순서가 있다. 명상을 하고 독서, 글쓰기, 확언 등을 하는 것인데 나는 이러한 순서를 다 제치고 바깥 풍경부터 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 여름의 새벽 5시란 다른 계절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주위가 밝다는 것. 다른 계절이었다면 아직도 어두웠을 시간이지만 여름의 새벽은 다르다. 눈을 떴을 때 이미 하늘은 파랗게 밝아 있는데 이때 나는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풍경을 맞는 듯한 착각을 한다. 작열하는 여름 태양의 뜨거운 온도가 아닌 선선한 여름 공기를 맛볼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시끌벅적한 여름밤의 선선함과는 다른, 새 지저귀는 소리뿐인 그 고요함이 나의 마음을 깨운다. 가끔은 눈을 감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아니라 깊은 산사에 있다는 공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이 시간은 우리 동네 한켠에 동상처럼 세워져 있던 폐지수레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종일 덩그러니 놓여있던 수레는 새벽 5시에 주인을 만나 움직이고, 그 안에 담긴 내용물도 바뀐다. 때때로 폐지줍는 노인의 숨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운다.


나의 하루 시작은 미라클모닝이라기보다 새벽 5시 기상에 가깝지만 그래도 평소 볼 수 없던 것, 느낄 수 없던 것을 보고 느낀다는 점에서는 '미라클'모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새벽 다섯시의 눈과 귀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새로 깨어나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자고 다짐한다. 미라클 모닝이 아닌 미라클 매일이 될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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