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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비 8시간전

매의 눈, 매실 님

언젠가 간간이 만나는 지인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떨었다. ㄱ언니가 눈썹 문신을 한 사실을, 놀랍게도 나를 뺀 모두가 알아챘다. 자연스럽게 잘 되었다는 둥, 어디서 했냐는 둥 호들갑이 오간 뒤에야, (그러고 보니 꽤 도드라진) 언니의 눈썹 라인에 눈길이 갔다. 


“잘됐다, 언니. (전에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훨씬 낫네.”

나도 사람들 말에 맞장구를 치고는, 문신 가격이며 가게 위치를 열심히 듣는 시늉을 했다. 


이런 에피소드를 겪고 나면, 나는 작가로서의 자질인 ‘남다른 관찰력’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남들이 다 보는 것마저 지나치는 사람인가…… 싶지만, “보는 것은 일종의 선택 행위”(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인 것. 우리는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만” 보기 마련이며, 나는 눈썹에 큰 관심이 없을 뿐이다. 다만 나 자신 역시 “가시적 세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납득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내 눈썹이 거슬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손질이 안 된 눈썹이로군. 끝만 다듬어도 훨씬 깔끔할 텐데…….’


실제로 그날 한 지인은 눈썹 왁싱 잘하는 곳을 안다며, 함께 가자고 집요하게 권유했다. 


수영을 하면서 나이 지긋한 회원님들의 관찰력에 종종 놀란다. 자세에 신경을 쓰려고는 하지만 숨이 차오르면 팔다리를 대충 저어 간다. 의지를 불태우기에는 나날이 기력이 달린다. 초보 시절에 비하면 물론 자유형 뺑뺑이도 늘었고 평영이나 접영도 조금은 그럴싸해졌지만(내 생각), 더 이상 크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노쇠가 노련을 상쇄한달까, 실력이 늘 고만고만하다. 점점 틀에 박혀 가는, 나이 든 수영인의 길에 접어든 기분. 그 해이해진 순간, 무심코 흘려버린 몸짓을 어느새 들켜 버린다. 


숨이 덜 차는 배영이 그나마 자신 있고 편안한데……. 편안한 나머지, 배영을 할 때면 휴양지 리조트에 있는 나를 상상한다. 야자수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풀장, 남국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 위를 느릿느릿 떠가는 중이라고. 눈부신 하늘을 눈에 담은 채 잔잔한 물살에 몸을 맡기고 양팔은 나긋나긋 물을 가르며…….


지난 자유수영 시간에도 그렇게, 자유수영이니 더더욱 편한 자태로 배영을 서너 바퀴 돌았다. 그러자 매실 님이 쓱 다가왔다.


“팔이, 팔이 자꾸 굽어. 쭉 펴야 혀.”

매실 님은 충청도 사투리를 쓰며, 가느다랗고 끝이 약간 올라간 눈매가 언뜻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네? 아아, 네. 그렇죠…….”

다른 것도 아닌 배영 자세를 지적받아 약간 당황했다. 개중 자신 있는 영법이고 나머지 영법에 비하면 그나마 봐줄 만하다고 여겼건만. 그래도 나이 든 회원님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그들 눈에 어떤 동작이 거슬렸다면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매실 님 눈에는 다른 건 몰라도 그 배영, 특히 내 팔 동작만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팔을 곧게 뻗어 보였다. 


“그렇지. 아직 젊으니까 자세가 예쁜 게 좋지.”

매실 님이 싱긋 웃자 


“그래. 형님이 잘 봐주시네.”

“맞아. 잘 배워 봐.”

어느새 우리 레인 회원님들이 모여 나의 배움을 응원해 주었다. 


그 뒤로 나는 배영을 할 때면 팔 동작에 무척 신경이 쓰였고, 

“신경을 쓰니까 훨씬 나아졌네.” 

며칠 뒤 매실 님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었다. 


이제 배영을 할 때면 매실 님의 조언을 저버리지 않으려, 정확히는 저버리지 않았음을 ‘보여’ 드리려 팔을 꼿꼿이 뻗는 데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더 이상 편안할 수만은 없다. 언제 어디서 주시하고 있을지 모르니 방심해서는 안 된다. 수영선수권대회 8번 레인쯤에서 분발하는 약체 선수의 심경이 된다. 이렇게 애를 쓰다 보면 점점 자세가 좋아질 테고, 이대로 괜찮은 거겠지. 


굿바이~ 느긋이 떠가던, 햇빛 찬란한 남국의 풀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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