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바퀴 돌다 보면 순번은 종종 바뀌어 있다. 분명히 키가 큰 냉이 님 다음이었는데, 어느샌가 딸기 님 발이 눈앞에서 살랑살랑 움직인다. 유난히 작고, 쪼글쪼글 주름진 발이.
출발 지점 모퉁이는 매실 님의 지정 자리다. 매실 님은 왼쪽, 오른쪽으로 트위스트를 추듯이 몸을 돌리며 제자리뛰기를 한다. 어떤 날은 수영보다 제자리뛰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매실 님의 특기는 평영이다.
하늘 님은 느릿느릿 움직이고 자분자분 이야기한다. 목소리가 작고 나직해서 흘려듣다가 문득 나한테 하는 말임을 알아채고는 한다. 하늘 님은 놀랍게도 학생 시절 육상 선수였다. 백 미터, 계주 가릴 것 없이 출전했다고. 하루는 “내가 (느려서) 방해물이지?”라고(회원님들 몇을 보며) 물었고, 그게 뭔 소리냐며 회원님들한테 타박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