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들어간 반의 남자 선생님(그를 준쌤이라고 하겠다)은 인상이 좋고 체격이 탄탄하며 목소리도 낭랑했다. 준쌤은 부드럽고 자상하게, 열과 성을 다하여 가르쳤다. 열과 성을 다한 나머지 조금의 쉴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동안 ‘나머지 레인’에서 설렁하고 느긋했던 나의 50분은 빈틈없이 꽉꽉 채워졌고, 그 급격한 밀도차에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선생님은 그러나 이 정도를 운동이라 할 수 없으며 운동량을 적어도 두세 배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수업을 계속 따라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으나, 준쌤은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고, 쉼 없이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의 자상한 독려에 나는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돌리고 또 돌려졌다. 몇 달이 흐르자, 이런 나도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는데, 자유형 ‘뺑뺑이’를 무려 네 바퀴까지 돌 수 있게 되었고(홀로 감격함), 배영과 평영 자세가 아주 조금은 더 그럴 듯해졌다. 그리고 접영…….
접영은 지독히 더뎌서, 물론 발이 바닥에 닿던 초창기에 비하면 얼추 접영처럼 보이기도 하고……, 장족의 발전을 아니했다고도 할 수 없으나, 도무지 속도가 날 기미는 안 보였다. 접영을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다각도의 무수한 가르침과 각오를 새기며 필사의 몸부림을 쳐 보지만, 어떻게 해도 제자리 수영에 가깝다는 게 비애.
보통 접영을 할 때는 옆 사람과 부딪치지 않도록 한 명씩 편도 25미터를 간 뒤, 다시 25미터를 돌아오고는 했다. 잘하는 순서대로 일고여덟 명의 회원들이 도달한 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면 모두가 자연스레 나를 응시하게 되는데……. (그들은 별생각이 없겠지만) 그 시간은 늘 민망하고 뻘쭘하고 목표 지점까지는 까마득하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제자리인 듯하여 안타깝고 애가 끓었다. 대충, 이런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