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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비 Jun 25. 2023

그래서 접영은...

새로 들어간 반의 남자 선생님(그를 준쌤이라고 하겠다)은 인상이 좋고 체격이 탄탄하며 목소리도 낭랑했다. 준쌤은 부드럽고 자상하게, 열과 성을 다하여 가르쳤다. 열과 성을 다한 나머지 조금의 쉴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동안 ‘나머지 레인’에서 설렁하고 느긋했던 나의 50분은 빈틈없이 꽉꽉 채워졌고, 그 급격한 밀도차에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선생님은 그러나 이 정도를 운동이라 할 수 없으며 운동량을 적어도 두세 배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수업을 계속 따라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으나, 준쌤은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고, 쉼 없이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의 자상한 독려에 나는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돌리고 또 돌려졌다. 몇 달이 흐르자, 이런 나도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는데, 자유형 ‘뺑뺑이’를 무려 네 바퀴까지 돌 수 있게 되었고(홀로 감격함), 배영과 평영 자세가 아주 조금은 더 그럴 듯해졌다. 그리고 접영…….   


접영은 지독히 더뎌서, 물론 발이 바닥에 닿던 초창기에 비하면 얼추 접영처럼 보이기도 하고……, 장족의 발전을 아니했다고도 할 수 없으나, 도무지 속도가 날 기미는 안 보였다. 접영을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다각도의 무수한 가르침과 각오를 새기며 필사의 몸부림을 쳐 보지만, 어떻게 해도 제자리 수영에 가깝다는 게 비애.


보통 접영을 할 때는 옆 사람과 부딪치지 않도록 한 명씩 편도 25미터를 간 뒤, 다시 25미터를 돌아오고는 했다. 잘하는 순서대로 일고여덟 명의 회원들이 도달한 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면 모두가 자연스레 나를 응시하게 되는데……. (그들은 별생각이 없겠지만) 그 시간은 늘 민망하고 뻘쭘하고 목표 지점까지는 까마득하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제자리인 듯하여 안타깝고 애가 끓었다. 대충, 이런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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