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고찰 3: 좋은 것을 먹어야 좋은 사람이 된다.
나는 그 흔한 배달앱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진짜 놀란다.
나는 먹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참으로 직관적인 문장이지만 한 글자도 버릴 수 없는 진리이다.
내가 삼십 대였을 때 육아를 위해 휴직을 하고 잠실에 살았었다.
우리는 주말마다 코엑스에 있는 막 한국에 상륙한 서양식 패밀리레스토랑에 가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그 당시의 나를 돌아보면 대충 이런 모습이다.
지금도 여전히 대기업인 S그룹의 과장이었던 남편과 백화점의 브랜드 옷을 걸치고 비싼 유모차를 끌면서 그런 곳을 드나 다니는 것을 낙으로 삼고 그게 중산층으로 입성하는 자들의 표상인 줄 알았다.
햄버거가 최고의 음식이라는 남편과 그것에 동조하는 아내는 아이들에게 패스트푸드와 백화점 식당가 음식을 사 먹이는 것을 일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아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이의 아토피와 알레르기는 갈수록 더해갔고, 그저 스테로이드가 잔뜩 처방된 약으로는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남편과 나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환경과 유기농의 중요성에 눈뜨기 시작했다.
특히 고기를 매끼 먹었던 당시의 습관으로는 항생제 범벅인 육류와 공장식 가축으로 자란 육계와 계란의 위험성을 알고는 경악하였다.
그렇게 자연식과 유기농, 슬로푸드로 식습관을 바꾼 후부터 아이들의 아토피와 알레르기는 거의 완치되었고, 정확한 체험을 한 나는 먹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만큼 실천하고 있다.
이제 아이들이 다 독립하여 나갔고, 차라리 한 그릇 시켜 먹는 게 더 경제적이고 편하지만, 나는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여전히 나를 위해 정성껏 식사를 차린다.
아침은 양배추와 있는 야채를 생들기름과 식초를 섞은 드레싱에 버무리고, 계란반숙과 사과 반 개, 바나나 한 개를 챙겨 먹는다. 요즘은 유행인 당근라페를 해서 먹는데 활용도가 아주 높다. 김밥에 넣어 먹어도 참 맛있다.
점심과 저녁은 된장이나 청국장등을 이용하여 잡곡밥과 함께 간단하게 먹는다.
나이를 보태면서 점점 소화가 자신 없어진다.
조금만 과식을 하거나 외식을 하면 체하거나 설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청담동 건물주도 나이를 먹으면 특급호텔뷔페를 사 먹을만한 충분한 경제력은 있는데 소화력이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팩공이자 격공이다.
또 하나의 나의 식습관은 체하면 무조건 굶는다는 것이다. 속이 편해질 때까지 굶고 나서 불편함이 좀 사라질 때쯤 생강차를 마시면 완전히 좋아진다.
주변에서 ‘유난하다, 대단하다, 귀찮지 않냐’ 등 반신반의의 평가들이 쏟아진다.
그럴 때마다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것을 이미 체득한 나는 가볍게 뼈 있는 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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