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이 주어지면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

내 힘으로 해내는 게 아니라면 진짜 성장은 주어지지 않는다

by Jay

장하려면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뎌야만 한다.


책임은 성장의 동력인 동시에 스트레스의 원흉이기도 하다. 나는 성장이 고팠기에 책임을 원했지만, 한편으로는 책임에서 오는 업무적 프레셔를 두려워하기도 했다. 이 둘 사이에서 발현된 긴장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의 이중성을 보게 되었다. 나는 성장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성과에 대한 부담 없이 편하게 일하고 싶었다.


조직 안에서 자신만의 강점으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 동시에 부담스러운 업무 프레셔에서 벗어나 편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 이 둘 중 어떠한 마음을 단 1g도 갖고 있지 않다고 얘기할 수 있는 직장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교롭게도, 이 두 마음은 완벽하게 상충한다. 성장하기 위한 도전적인 과제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성장하려면 책임을 감내해야 하고, 반대로 정체될지언정 편해지고 싶다면 책임을 회피해야 한다(물론, 정체되는 사람이 살아남기 힘든 곳이 조직이긴 하지만). 이 둘은 절대로 결을 같이 할 수 없다.




8개월 만에 온 책임이 사실 좀 부담스러웠다.


8개월 만에 어렵게 온 도전적인 과제와 책임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동시에 너무 부담스럽기도 했다. 모르는 것 투성이에, 불확실한 의사결정의 연속이었다. 업무를 진행하는 내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점차 작아져만 갔다. 책임과 함께 주어진 부담감에 마음이 짓눌려버린 것이다.


내 힘만으로는 해낼 수 없을 거 같았다. 도움이 필요했다. 나도 모르게 팀장님과 선배들에게 애처로운 눈빛이 향했다. 저들이라면 나에게 온 이 부담감을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웬걸. 팀장님과 선배들에게 받을 수 있는 도움의 크기는 내 기대 이하였다.


업무적인 지도나 케어가 없었던 게 아니다. 내가 너무 많은 걸 기대하고 있던 게 문제였다. 나에게 맡겨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직접 고민하고, 부딪히는 과정이 두려워서 상급자의 경험과 연륜에 그저 기대고 싶어 했다. 부끄럽지만, 난 나에게 온 책임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했다.




상급자로부터 내 기대만큼의 도움이 오지 않았다고 해서 서운해 할 일이 아니었다. 내 일이었고, 내 프로젝트였으니까. 내 일을 봐주는 것에 언제나 최우선 순위를 둬주길 바라는 어린애 같은 마음을 하루라도 빨리 떨쳐버려야만 했다.


최소한의 도움과 지도는 받을 수 있었겠지만, 그걸 떠나서 나는 나대로 책임감 있게 내 일을 감당해야 했다. 그렇게 1인분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성장해가는 과정이기도 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힘으로 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 책임을 통해 성장해가고자 하는 사람의 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팀장님과 선배들의 지도만으로는 완벽하게 채워지지 않았던 수많은 업무적 필요들을 내 힘으로 해결해보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이런저런 업무에서 맨땅에 헤딩할 일이 정말 많이 생겼다. 그 과정들 하나하나는 좀 아프긴 해도 내 경험을 확장시키는 배움의 기회였다. 책임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된 것이다.




일을 맡기면 반드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이 있다. 쿠바를 놓고 미국과 스페인이 전쟁을 벌일 당시, 반스페인군의 가르시아 장군에게 대통령의 서신을 전달하는 임무를 명 받았던 로완 중위의 영웅담이 담긴 책이다.


당시 가르시아 장군은 쿠바의 울창한 밀림지대 안 어딘가에 있었다. 그런데,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 밀림 안에 적들은 얼마나 있는지,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했던 각종 정보들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로완 중위에게 주어졌던 것은 대통령의 서신 한 통, 그리고 '이 서신을 가르시아 장군에게 전달하라'는 명령뿐이었다. 그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핑계하지 않았다. 대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가르시아 장군을 찾아 편지를 전달할 궁리를 했다. 결국, 편지는 가르시아 장군에게 무사히 전달됐다. 그리고 전쟁은 승리로 끝이 났다.


처음 프로젝트 PM에 들어갈 당시,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조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상황에 관계없이 어떻게든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여, 결국에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구나




나는 반드시 내 힘으로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내고 싶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가르시아 장군에게 성공적으로 편지를 전달한 로완 중위처럼, 나 또한 핑계하고 싶지 않았다. 안 되는 이유를 100가지 찾아내는 사람보다는, 되는 이유 1가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리라.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만 나를 신뢰하고 일을 맡길 수 있지 않겠나 싶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나는 결국 내 책임을 다했다. 프로젝트의 목표 숫자를 얼추 만들어낸 것이다. 조직의 일원으로 내가 만들어낸 최초의 숫자적 성과였다. 마음이 고무됐다.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어낸 성과를 보는 것은 정말 짜릿한 일이었다. 조직 안에서 인정받는 기분도 느껴볼 수 있었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분투하던 과정을 통해 얻은 성장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발악하는 과정에서 나는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 과정이 유쾌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 됐건 내가 바라던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책임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지만, 이를 견디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해낸다면 성장은 반드시 온다. 나에게 온 첫 PM 업무를 통해 나는 그 사실에 대해 완벽하게 인정하게 되었고, 지금도 그 사실은 업무에 대한 나만의 신념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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