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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수익은 어렵다

그래도 다시

by 송알송알

페어가 끝나고 나면 누군가는 많은 문의메일을 받는다 했다.

그렇다면 나는?

하루에 몇 번이고 메일함을 확인하지만 잔잔한 호수와 같이 고요했다. 결국 가라앉고 마는 물수제비처럼 내 마음을 떠보는 바이어를 가장한 광고메일뿐…


페어로 배운 것이 많다고 감격에 차 있었지만, 정말 나에게 남는 것이 있었을까?


아… 준비하며 남은 카드값… 그게 남았다.


조용한 반응은 내 마음을 점점 아래로 가라앉게 만들었다.

’ 정말 매력이 없었나 보다. 나는 어떻게 그려야 하나?’

알 것 같은 깨달음과 전혀 모르겠는 막막함이 번갈아 찾아온다. 그리고 결국은 모르겠다로 결론이 난다.

모르겠어. 모르겠어.


가라앉는 마음을 결국 끄집어 올리는 것은 비어 있는 통장 잔고다. 한숨 뒤로 숨을 수도 없고, 자책으로 넘겨 버릴 수도 없다. 자존감이 아래로 떨어져도,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도, 나는 계속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나가는 사람이고 싶다.

하고 싶은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이것뿐이니 해야 한다. 빵구난 주머니를 가득 채우지는 못하더라도 구멍만 바라보며 신세 한탄을 할 수는 없다.

팔지 못하고 남은 굿즈들과 책. 페어 전에는 괜찮아 보였지만 이제는 부족함만 보이는 것들. 전쟁에서 지고 돌아온 볼 품 없는 무기 같이 느껴져도 이건 나의

무기가 맞다.


과연 팔릴까?

아니 하나라도 팔아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쿡하고 사로잡을 무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딘 칼날을 쓰고 또 쓰며 다듬는 수밖에…


의심할 필요가 없다. 일단 해야지


꾸역꾸역 답답한 마음을 누르고 스마트스토어를 정리했다. 마음 같아선 페이지 하나하나에 나의 색을 가득 담고 싶은데, 아직 나도 내 색을 잘 모르겠다. 또 구색을 생각하며 주저하면 시간이 훌쩍 달아나 버리겠지. 아이를 키우며 얻는 스킬이 하나 있다면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줄어든 내 시간에 어물적 거리다 보면 시간은 언제나 쏜살 같이 흘러가 있다. 지금 할 수밖에 없다. 늘 미완성이고 언제나 완벽하지 못하다. 매일이 슬프지만 그래서 할 수 있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프리랜서에게 수익은 여전히 어렵다. 어렵지만 기다릴 수만은 없다. 다시 힘을 내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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