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나에게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무신론자였던 내가, 아니 어쩌면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내가 특정 신앙과 친밀해지기 시작한 해로. 다가가게 된 이유나 연결 고리를 굳이 찾아보면,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고 의미를 붙이기 나름이긴 하지만 나는 이에 대해 할 말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나의 짝이었던 그녀는, 지금까지 삼십 년도 넘게 나의 베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녀는 가톨릭 신자이다. 2018년에 나는 그녀와 단둘이서 스페인 여행을 했다. 내가 남편이 아닌 타인과 단둘이서 여행을 한 것은 그녀가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이다.
십 년 전쯤이었을까.
"성당에서 하는 부부 프로그램이 있는데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봐. "
전화통화 중에 그녀는 이런 말을 했고 나는 이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묻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분명 그녀의 말을 기억 속에 저장하고 있었다.
올 삼월 근무지를 옮겨 학교로 왔다. 코로나 확진으로 선생님들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기간제 강사를 채용하게 되었는데, 그중 한 분이 이 프로그램의 리플릿을 내게 건네주었다.
"기회가 되면 참여해 보세요."
리플릿은 내 책상에서 뒹굴고 있었고 가끔 내 눈에 들어왔다.
여름방학이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나의 학교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딱 그날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2박 3일간 부부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오빠, 여름방학 때 나랑 2박 3일 여행 갈까?"
"음...... 그래."
"7월 22일에서 24일까지 2박 3일, 어때?"
"음...... 괜찮은 것 같은데."
아내가 하고 싶은 일에 좀처럼 거절을 할 줄 모르는 남편은 그 여행에 대해 행선지가 어디인지, 무슨 생각으로 여행을 하자고 하는지 1도 모르면서 수긍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내가 생각하는 여행에 대해 남편에게 설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음, 사실은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이, 음, 성당에서 하는 건데......, 예를 들면 템플스테이 같은 거야."
종교가 없는 그가 당황하거나 거절할까 봐 두려운 마음으로 말을 꺼냈다.
"......"
"음, 부부 상담 프로그램 같은 거라는데, 내 친구 영애 알지? 영애가 전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라고 하더라고. 내가 또 영애 말은 기억하잖아. 선입견 갖지 말고 일단 해보는 거지. 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잖아. 그러니까 그냥 열린 마음으로 한 번 해 보자. 알았지."
그렇게 우리는 '부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2박 3일 동안 24년의 결혼 생활 동안 한 번도 나누어 보지 않았던 '대화다운 내면의 대화'를 하게 되었다. 부부란 무엇이며 우리가 어떻게 부부로서 살아갈 것인지 어느 곳에서도 체험할 수 없었던 '단 한 번의 체험'을 감사함 속에 경험하게 되었다. 만남, 결혼, 출산, 육아, 자녀교육, 그리고 다시 둘이 마주한 시점에서 새롭게 '결혼'을 하는 그런 느낌이었고, 이 은혜로운 체험을 기억하고 되새기며 새로워질 수 있기를 하고 안으로 안으로 곱씹게 되었다.
아마도 이 체험이 가장 큰 '끌림'이 되지 않았을까. '끌림'은 '울림'을 낳았고 변화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파리 여행에서 나의 최애 장소는 노트르담 성당이었고, 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사 온 검은 성모상은 내 책상머리를 지키고 있다. 개인적으로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2'를 좋아한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사찰 여행을 즐기듯 나 또한 산세가 좋은 곳에 위치한 사찰을 찾아 떠나기 좋아하고, 사찰 툇마루에 앉아 염불소리에 마음을 쉬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템플스테이도 하고 스님과 차담을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신앙적 공간이 주는 평화로움, 편안함, 고요함, 엄숙함, 겸허함, 감사함 등을 나는 참 좋아한다.
나의 국내 첫 수도원 여행은 경북 칠곡에 있는 '왜관 수도원'이었다. 그곳을 찾은 이후로 더 많은 수도원을 찾아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얼마전에 우연히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가르멜 여자수도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난 일요일 다녀왔다.
기도하는 마음. 인간에게 있어 기도하는 마음의 의미.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눈을 감고 고요해지는 시간을 갖는 사람은 행복한 삶으로 닿는 길 위에 있다고 나는 느낀다.
나무에 기댄 보라색 구절초가 참 예뻐서 카메라에 담았다.
가르멜 여자수도원 정경부지런한 손길이 닿아 수도원 곳곳은 정갈했다. 수도원 정면으로 야트막하고 정겨운 산이 수도원을 감싸고 있어서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더해 주고 있었다. 이방인의 방문에 일손을 멈추고 급하게 나온 듯 앞치마를 두른 깨끗한 얼굴의 수녀님이 성당을 소개해 주셨다. 우리는 기도를 위해 만들어진 그 고요한 공간에 자리잡고 앉아 눈을 감고 조용하게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음이 충만해지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