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그 한 곳'을 바라보는 시간

by lee나무


초가 좋았다.

어둠을 배경으로 '그 한 곳'을 조용히 비추는.

'그 한 곳', '존재함'에 집중하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낮의 환한 빛이 사라진 시간에, 밤의 어둠이 채 가시기 전에 밝히는 촛불이 좋았다.

어둑어둑한 방을 고요하게 밝히는 은은한 빛이 건네는 평화와 위로가 나는 참으로 좋았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다고, 오늘 하루도 새 힘을 내어 기꺼이 기뻐하라고 말을 건네는 그 시간이 좋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맨 먼저 초에 불을 붙인다.

나이 탓인지 나이 덕인지, 해가 뜨기 전 으스름 새벽녘에 눈을 뜬다.

보이차를 준비하여 책상 맡에 앉는다.

멍하니 촛불을 바라본다.

눈을 감는다.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의 하루가 평화롭기를, 무탈하기를 하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면, 저절로 감사로 이어진다.

나이가 되면 그저 감사할 일이라더니.

그래서일까. 나도 그저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일어난다.

늘 곁을 지켜주는 남편, 사려 깊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무탈함이 감사하다.

이 감사함으로 또 앞으로 닥쳐올 힘든 시간들도 직면할 수 있으리라 긍정하게 된다.

살아낸다고 부단하게 애쓰고 있는 모든 생명들의 고유한 아름다움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게 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겨울에는 따뜻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딱 좋지 생각한다. 색색의 다양한 초도 좀 살까.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초의 모양과 색을 달리하는 것도 즐거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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