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타이베이 식당 (2-1)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6편 Taipei-15)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Taipei



15. 추억 속의 타이베이 식당 (2-1)


요즘은 타이베이에도 한국 식당들이 꽤 많아진 것 같은데, 2007~8년 내가 대만 법인에 근무할 당시에는 타이베이에 한국 식당이 의외로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전 근무했던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에 비하면 한국 식당의 수가 가장 적었던 도시가 타이베이였던 것 같은데, 무엇보다 그즈음 타이베이에 체류하는 한국인과 타이베이를 찾아오는 한국인 관광객이 전술한 도시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려서부터 워낙 한식에 꽂혀 있어 타이베이에서도 식사는 역시 대부분 한국 식당에서 해결했다. 타이베이에서는 가장 먼저 가본 한국 식당이 도심 푸싱베이루(復興北路 62號)에 있는 '경주관'이라는 식당인데, 부임 초기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인근 호텔에서 체류하던 시절에 수소문을 통해 근처에 한국 식당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혼자 찾아간 곳이다.


2층에도 넓은 자리가 있던 적지 않은 규모의 식당이었는데, 주방을 제외하고 홀 안에만 사장님 부부와 두 딸 그리고 약 2~3명 정도의 직원 등 총 6~7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대략 60대 중반쯤으로 보이던 사장님 부부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화교라고 하셨는데 당연히 한국어는 매우 유창하게 구사하셨다. 근처 호텔에 숙박하던 기간 내내 하도 여러 번 가서 그런지 지금도 여자 사장님 인상은 기억에 생생하다.


큰 딸도 부모님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대화하는데 문제없을 만큼 한국어를 꽤 구사했다. 반면에 20대 초반쯤 돼 보이던 둘째 딸은 한국어를 거의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아마 사장님 부부가 대만으로 올 때 너무 어린 나이였거나, 아니면 대만에 도착한 이후 출생해 애당초 한국어를 배우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다른 가족이 모두 한국어를 구사하니 그녀도 역시 한국어를 구사하는 줄 알고 초기에는 둘째 딸에게도 한국어로 주문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럴 때면 뭐가 그리 겸연쩍었는지 꽤나 곤혹스러워하며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고 슬쩍 자리를 피하던 둘째 딸의 재미있는 모습도 기억이 난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주말에 점심 먹으러 가면 항상 2층에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러 오곤 했는데, 수십 명이나 되는 한국인분들이 어찌나 시끄럽게 떠드는지 같은 한국인으로 민망하기도 했던 기억도 있다. 한국에서는 중국어가 참 시끄럽게 들린다고 하는데, 대만에 와서 보니 정반대로 대만인들의 중국어는 매우 조용했던 반면에 식당 안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말은 거의 모두 한국어였다. 한국인과 한국어도 참 시끄럽다는 것을 그때 새삼 깨닫기도 했다.

(경주관 모습)

https://blog.naver.com/ulkeuni96/220133452462

https://blog.naver.com/ulkeuni96/220870096455


찾아보니 경주관을 소개하는 위와 같은 블로그들도 있던데, 부임 초기 호텔에 거주할 때 주말에는 블로그 내용 사진에 보이는 저 식당 테이블에 외롭게 혼자 앉아서 식사를 하곤 했었다. 고기를 못 먹는 내가 즐겨 먹었던 음식이 있었는데 시간이 꽤 흘러 그런지 안타깝게도 그게 어떤 음식이었는지 이제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음식 맛은 꽤 좋았던 식당이었다.


블로그 사진에는 직원들이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모습으로 보이는데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2007~8년 당시는 사장님 부부만 빼고 두 딸 포함 직원들 모두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의 구글 지도를 보니 여전히 같은 주소에 경주관이라는 식당명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아직도 같은 장소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계신 것 같았다. 2007~8년경 당시에 이미 30년 가까이 그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다 했으니, 이제는 40년도 넘게 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차별과 냉대속 한국을 떠나야만 했던 수많은 화교분들처럼 그들 역시 그들이 태어난 고향 한국에서는 더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 자의 반 타의 반 대만으로 와야 했었을 것이다. 그래도 대만에 와서는 40년도 넘게 같은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니, 한때나마 단골이었던 나 같은 손님이 보기에도 참 다행이고 보기에 좋은 것 같다. 대를 이어 번창하는 사업을 하고 계시기를 기원한다.


(경주관 뒷문 쪽 골목 거리뷰)

https://goo.gl/maps/3cfggNV5pDmNEnAYA

※ 당시는 아직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는데, 이 골목길을 오랜만에 다시 보니 얼큰한 국물의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는 식당 뒷문으로 나와 바로 이 골목에서 너무나도 뜨끈뜨끈한 타이베이의 태양을 맞아가며 담배 피우던 13여 년 전의 내 모습이 거리뷰 속에서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블로그를 검색하다 보니 사장님이 한인 2세라 하는 블로그도 역시 있던데 식당은 그대로지만 그 사이 사장님은 바뀌셨는지도 모르겠다.



네후(內湖) 루이광루(瑞光路)에 있던 법인 바로 옆, 걸어서 3분 거리에도 한국 식당이 하나 있었다. 청와대라는 이름의 한국식당이었는데, 역시 주인은 한국 태생의 화교분이셨다. 단,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60세가 넘어 보이는 여성분도 계셨는데 사장님에 의하면 그녀는 한국인이라고 했다.


회사 바로 옆 너무 가까운 곳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장 자주 이용했던 식당은 이 식당이었다. 점심, 저녁을 연이어 이 식당에서 해결하는 날도 많았다. 또 한국에서 출장자가 오면 출장자와의 회식도 이 식당에서 주로 했다. 이곳에서 주로 먹었던 음식도 기억나는데 바로 꺈쇼새우였다. 체질상 육고기를 못 먹으니 저녁에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면 항상 안주로는 깐쇼새우를 주문해서 먹었다. 조미료가 좀 세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아래 청와대를 소개하는 볼로그에도 역시 비슷한 내용이 적혀 있다.


사장님은 여성분이었고 남편으로 보이는 분도 가끔 나와서 함께 일하곤 했는데, 언젠가 사장님께 남편분 얘기를 하니 남편은 무슨 남편이냐고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펄쩍 뛰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런데 나뿐 아니라 그 식당에 자주 갔던 주재원과 직원들도 모두가 그 남자분을 남편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한국인이라는 그 식당의 주방장 분과는 단 한 번도 대화를 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어느 날 식당 근처에서 보니 60세도 훌쩍 넘어 보이시는 그 주방장님이 굉음을 내면서 고속으로 달리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 손을 흔들고 비명에 가까운 환호를 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하루 종일 덥고 비좁은 주방에서 일하니 스트레스가 쌓여 그렇게나마 해소하시는 것 같기도 했는데, 사실 연세도 좀 있으신 분이 그런 모습을 보이시니 좀 의외였다.


2014년에 작성된 이 식당 관련 블로그도 있던데 최근 구글 지도에는 이 식당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식당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는 '六品小館(류핀 시아오구안)'이라고 하는 전혀 모르는 식당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더 이상은 영업을 하지 않는 것 같다.


(2014년 작성 청와대 소개 블로그)

https://blog.naver.com/4julove/10190632230

(최근 거리뷰)

※ 붉은색 간판이 있는 식당이 청와대가 있던 자리

https://goo.gl/maps/muqNm5qom81nNB316




당시 타이베이에서 가장 음식 맛이 빼어난 식당으로 알려진 한국 식당은 한국인 포함 외국인들이 다수가 거주하고 있던 티엔무(天母)라는 지역에 있는 제주관이라는 식당이었다. 언제나 손님들로 붐벼서 혼자서 4인석 테이블차지하고 식사하기에눈치가 꽤 보이는 식당이었는데, 이 식당에는 주로 같은 동네에 살던 법인의 화교분 직원 가족들과 함께 주말에 가곤 했었다.


손님 중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대만인이 오히려 좀 더 많은 그런 식당이었는데 나는 고기를 먹지 못해 잘 모르지만 이 식당에 같이 다녔던 화교분 말에 의하면, 타이베이에서 이 식당의 고기 요리가 한국에서 먹던 맛과 가장 비슷하다고 다.


함께 이 식당에 가곤 했던 법인 직원 부부는 모두 한국에서 태어난 화교분이었는데 20년 넘게 한국에서 살다 대만으로 왔다. 그러니 당연히 한국어는 나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잘 구사했다. 아니 솔직히 어쩌면 영어, 중국어 뒤죽박죽 섞어 이상한 한국어를 구사하던 나보다도 한국어를 잘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참 신기했던 것이 이 부부의 5살 7살쯤 되는 아이들 둘은 단 한마디도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했다. 두 아이 모두 대만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흔하게 한국어를 들으면 적어도 '아저씨' 같은 단어 한마디 정도는 할 수도 있을 것도 같은데, 날 보고는 항상 싱글벙글 웃기만 했지 단 한 번도 아저씨라고 부른 적이 없다.


말은 안 했지만 아마도 한국에서 안 좋은 경험과 기억들이 많았을, 그래서 결국 고향인 한국을 떠나서 대만으로 와야 했을 그 아이들의 부모가 의도적으로 한국어 습득을 막았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제주관 모습)

https://blog.naver.com/4julove/10189228863



식당 이름과 주소가 좀 가물가물하긴 한데, 지도를 보고서 찾아보니 아마 시내 후린지에(虎林街132巷37號)에 있는 고려옥(高麗屋)이라는 식당이 기억 속의 그 식당이 아닌가 싶다.


이 식당은 법인의 화교 출신 총감님이 소개해 줘서 알게 된 식당인데, 대로 주변도 아니고 꽤 구석진 골목 안에 있는 식당이었다. 거리상 법인에서는 다소 멀었는데 그럼에도 식당에도 매우 자주 갔었다. 그 이유는 딱 하나, 바로 기가 막히게 맛있는 이 집의 광어 조림을 먹기 위해서였다. 내가 고기를 못 먹는 것을 알던 류 총감님이 고맙게도 생선 조림 잘하는 집이 있다 해서 같이 가게 된 곳인데 이 식당 사장도 화교 출신으로서 류 총감님과는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사실 나는 광어는 회로 먹는 생선이지 그걸로 조림 요리도 해서 먹는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결국 대만에 있는 이 한국 식당에 와서야 광어 조림이란 한국 음식을 처음으로 먹어본 셈인데, 먹어보니 신선한 생선과 칼칼한 양념 맛이 너무도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의 어느 오래된 시골 마을에서 정통 생선 조림을 먹어보는 그런 맛이었다.


(고려옥 모습)

https://kklove0620.pixnet.net/blog/post/466423955-%E3%80%90%E6%8D%B7%E9%81%8B%E6%B0%B8%E6%98%A5%E7%AB%99%E3%80%91%E9%AB%98%E9%BA%97%E5%B1%8B-%EF%B8%B3%E8%99%8E%E6%9E%97%E8%A1%97%E5%B7%B7%E5%85%A7%EF%BC%8C%E6%87%89%E8%A9%B2


하지만 이 식당은 좀 허름하고 한국 교민에게는 잘 알려진 식당이 아니어서 보면 손님 자체가 항상 적었고 한국인 손님은 아예 볼 수가 없었다. 아마 그래서 그런지 이 식당을 소개하는 블로그 역시 한글로 작성된 것은 찾을 수 없었고, 대만 사이트를 검색해 위 링크를 겨우 찾아냈다.


손님도 별로 없는 이 식당의 컴컴한 한 구석에 류 총감님과 마주 앉아 칼칼한 광어 조림 한 냄비 불에 올려놓고 유명한 대만의 금문고량주 한잔하며 회사일과 세상사를 토로하던 그 시절이 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13여 년 전이다.




내가 다니던 타이베이 한인교회에서 도보 5분여 거리에도 '한궁'이라는 한국 식당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들어가서 식사를 해본 적은 없어 식당 분위기나 음식 맛은 모르겠다. 일요일 예배가 끝나면 이곳에서 점심을 먹을까도 몇 번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육식 위주로 메뉴가 되어 있어 육고기를 못 먹는 내가 먹을 음식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 한인 교회 인근에 있던 한국 식당 '한궁' 입구 모습 (2007. 2월)


구글 지도를 검색해 보니 같은 장소에 한궁이라는 식당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지금도 역시 이 식당은 영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궁 소개 블로그)

https://blog.naver.com/ckn7138/220992938229

(한궁 거리뷰)

https://goo.gl/maps/rKc5VnqVBAu1Bgvc6




다음 편 "16. 추석 속의 타이베이 식당 (2-2)"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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