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는 아니지만 타이중(台中)에 정말 음식을 잘하는 한국 식당이 하나 있었다. 바로 삼원가든이라는 식당인데, 대만 남부 도시 가오슝에 출장 가는 길에 이곳에 잠시 들러 점심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이 식당은 널찍하고 아름다운 정원이있어 그것도 특이하고 매우 보기 좋았지만 무엇보다 식당이라면 가장 중요한 음식 맛이 너무나 좋아서 왜 이런 맛집이 하필 타이중에만있고 타이베이에는 없는지 꽤 아쉽기도 했었다. 그런데 2009년 초 내가 홍콩 법인 발령을 받아서대만을 떠나고 나니 불과 1년여 만에 타이베이에도 이 식당의 분점이 생겼다. 그것도 내가 근무하던 법인에서 걸어서 겨우 10분 정도 되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생겼다.마치 내가 대만 떠나길 의도적으로 기다렸다가 내가 떠나니 곧바로 오픈한 것 같은 느낌까지도 들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식당 삼원가든과 이름이 같은데, 실제로 서울 삼원가든 사장님의 친동생분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식당 이름은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법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60대 한국 출신 화교분이 운영하는 허름한 밥집 같은 식당도 하나 있었다. 한국식당으로 정식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았고 그저 일반 대만식음식을 파는 식당이었는데, 나 같은 한국인들이 찾아가면 한국식으로도음식을 해주던 그런 식당이었다.
역시 법인 화교 출신 류 총감님이 알려 줘서 같이 한잔하러 다니며 알게 된 식당인데, 같은 한국 화교 출신이라 그런지 류 총감님과 이 식당 사장님은 꽤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이 식당 관련해서는 지금도 기억나는 일이 한 가지가 있다. 류 총감님과 한잔하면서 얘기하던 중 우연히 식당 사장님도 같이 합석해서 대화를 하게끔 되었는데, 갑자기 사장님께서 자신이 허름한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은 타이베이 인근에 소유한 땅도좀 있고 이 식당은 단순히 소일거리로운영할뿐이라는말씀을 다소 톤을 높여서 말씀하셨다.
아마 대화하면서 내가 사장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그런 말실수를 부지불식간에 했고 자존심이 상하셨던 사장님이 나도 무시받을 사람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았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 한국을 떠나 대만으로 와야 했었을 만큼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부정적 인상이 남아 있었을 분에게, 한국인이었던 내가 말실수까지 하니 무시당하는 느낌을받으셨던 모양이었다. 괜스레 과거 아픈 상처를 덧나게 한 것 같아 꽤 죄송했다.
이 외에도 타이베이 시내 곳곳에 크고 작은 한국식당들이 좀 더 있었고 그중 적지 않은 곳을 방문해서 식사를 하기도 했는데안타깝게도 식당 이름, 위치, 음식 등에 대한기억이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어글로 옮기지는 못한다.
검색해 보니 2010년 기준 자료로 다소 오래되기는 했지만 타이베이의 한국 식당 리스트도 있던데 참고로 첨부한다.
육식을 못하는 데다가 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해서 타이베이 2년이나 거주했으면서도 사실 대만 식당에는 자주 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다 가게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그렇게 방문했던 대만 식당들의 기억을 적는다.
과거에는 그다지 많이 보지 못했었던 것 같은데, 2014년에 한국에 돌아오니 '이자카야'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일본식 주점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일본과 일본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은 타이베이에도 그러한 주점이 법인 근처에 몇 군데 있었는데, 그중에 음식 맛이 좀 괜찮은주점이 한 곳 있었다.이 주점은 마침 위치도 법인에서 집에 가는 길중간쯤에 있어같은 동네 사는 화교분 직원과 함께 퇴근할 때는 가끔 이 주점의 식당 밖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타이베이의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식사 겸 한잔하곤 했었다.
이 집에 가면 항상 주문을 하고 난후 바로 식사값과 술값을 먼저 지불하고 식사가 끝나면 식당 안으로 들어가 계산하는 절차 없이 바로 일어나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일주일에 2~3번 정도한동안 그 집에서 그렇게 식사를 하곤 했는데, 마침 한국에 출장을 가게 되면서 약 1주 이상 그 집을 가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이후 한국 출장에서 돌아와 역시 그 화교분과 함께 이전과 마찬가지로 저녁 식사를 하러 그 식당을 찾아갔다. 그런데 우리들이 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더니 그날따라 식당 사장님이 좀 유난스럽다싶을 정도로 너무도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그래서 항상 앉던 야외 테이블에 앉으며 사장님께 혹 무슨 좋은 일 있으시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아니고 1주 전 식사할 때 우리가 계산을 하지 않고 그냥 갔다는 것이다. 항상 식사 주문과 함께 먼저 계산을 했는데 그날은 안 하길래 나중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와 보니 우리들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로 단골손님에게 거짓말을할 사장님으로 보이지는 않았고, 아마 실제로 그날은 우리가 사전에 계산하지 않은 채 한잔한 김에 깜빡하고 평상시처럼 그대로 일어나 집으로 가버렸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가버리고 갑자기 1주 이상 안 나타나니 사장님은 우리가고의로 계산을 안 하고 도망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1주 후 태연하게 다시 나타나니 그것이 그렇게 반가웠던 것이었다. 당연히 그날 계산할 때는 이전에 누락했다고 하는 것까지도 포함해서 계산을 했다.
이 식당도 여전히 남아 있는지,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꽤 궁금하기도 한데, 식당 이름이나 위치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국 음식을 선호하는 대만인 직원들도 많았지만 싫어하는 직원도 간혹 있었다. 그런 직원들과 식사를 할 때는 고기가 많이 들어간 대만 음식은 내가 먹지 못하므로 대만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아니라 법인 근처에 있었던 이태리 식당을 자주 갔었다. 이 식당은 단순히 이태리 식당으로만 기억이 남아있을 뿐 이름은 기억이 없었는데, 다행히 식당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서 지도로 찾아보니 식당 이름이 다소 묘한 'Calacala'였다.
육류를 좋아하는 대만인 직원들은 이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해서 먹기도 했지만, 나는 해산물 파스타나 알리오 에 올리오 같은 파스타를 주문해서 먹곤 했었는데예상외로이식당의 파스타는 꽤 맛있었다.
또 위 링크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실내 분위기도 매우 아기자기하고 잘 꾸며져 있어 이 식당에 가자고 하면 특히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대만 여성 직원들이 꽤 좋아했다. 사실 음식 값도 직원들이 회사 근처에서 통상 사 먹는 대만 우육면 같은 것과는 달리 매우 비싼 편이었는데 나와 함께 가면 계산은 항상 내가 해주니 그다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법인장과 식사하는 고통을 한동안 견뎌야 하는 것 이외에는직원들이 이 식당에 가는 것을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기온은 10도 이상이지만 습해서 그런지 타이베이의 겨울도 은근히 꽤 춥게 느껴지는데, 타이베이의 한 겨울에 이 멋진 식당에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맛있는 파스타 먹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대만에는 만두 같은 음식들과 함께 차(茶)를 파는 찻집 겸 식당도 있었는데 'Chafortea(天仁喫茶趣)'라는 곳이다. 이 찻집은 1953년 대만 남부 가오슝에서 처음으로 매장을 열었다는데 현재는 대만뿐 아니라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 등 전 세계에 걸쳐 약 16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꽤 큰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마침 대만 법인 바로 옆에도이 찻집이 하나 있어서 간단한 점심을 먹거나 차를 마시러 이따금 가곤 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차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그다지 아는 것도 없지만 이 찻집에서 푸얼차를 한번 마셔 보고는 대만 차가 그렇게 독특한 맛과 향이 있다는 것을 처음 깨우치기도했었다.
대만에서는 채식을 '쑤차이(素菜)'라 하는데 이 찻집에는 쑤차이 만두도 있었고 그 맛이 꽤 담백하고 좋았다.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 곳이 대만이었지만, 또 의외로 채식이 꽤 발달되어 있는 곳이 대만이기도 했다. 현지에서거주하며 경험한 바에 의하면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홍콩과 비교해서도 대만 채식 수준이 가장 앞서 있었던 것 같은데, 식당의 채식 메뉴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면 1위가 단연코 대만, 2위가 홍콩 그다음으로 한국, 중국은 비슷했던 것 같다.
이 찻집에서는 차를 구매할 수도 있었는데, 중국에도 차가 유명하고 많기는 했지만 모조품이 많은 중국에서는 차를 살 때는 항상 가짜를 걱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대만에는 그런 가짜 음식이 거의 없어서 언제든지 안심하고 차를 구입할 수 있었다.
더욱이 Chafortea와 같은 유명 매장은 말할 것도 없어서 한국 출장 갈 때에는 가짜 걱정할 필요 전혀 없는 이곳에서 차를 사서 가곤 했었다.아울러 출장자들이 왔을 때도 역시 이곳의 차를 선물로 사주곤 했는데 차 품질이 매우 좋아서 그런지 받은 사람들의 선물에 대한 반응은 모두 꽤 좋았다.
위 링크 사진 속에 보이는 바로 저 카운터에서 한국에 보낼 차를 구매하곤 했었고, 사진 속에 보이는 것과 같은 만두와 차를 바로 저 테이블에 앉아 먹거나 마시곤 했었다.
'Chafortea'의 중국어 표기는 '天仁喫茶趣'인데, 중국어로 읽으면 '티엔런츠차취'이지만 한국어로 읽으면 그 발음이 '천인끽차취'로 다소 이상한데, 여기서 특이한 발음 '끽'은 담배 피운다고 할 때 '끽연(喫煙)'의 '끽'과 동일한 한자다. 끽연은 예전에는 자주 쓰이던 단어였던 것 같은데 일본식의 용어라는 것이 부각된 이후요즘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것 같다.
Chafortea 만큼 유명한 대만 식당 체인점이 또 있었는데, 바로 만두 전문 식당으로 유명한 딘타이펑(鼎泰豊)이다. 이 식당은 타이베이에서 시작된 식당으로 역시 현재는 동남아, 중국,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 약 150개 정도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에도 5개 매장이 있다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정작 타이베이에 근무할 때는 이 유명한 식당을 전혀 몰랐었다. 그러다가 홍콩 법인으로 근무지가 바뀐 후 홍콩에서 지인의 소개로 이 식당의 홍콩 분점을 가 보고 처음으로 이 식당을 알게 되었는데 거기서 먹어본 이 식당의 채식 만두가 너무나도 맛있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정한 만두의 신세계를 접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지금도 그 맛이 기억나는데 이 식당은 심지어 만두를 찍어 먹는 간장까지도 너무 맛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서울에도 딘타이펑 분점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홍콩에서 먹었던 그 채식 만두 맛이 그리워 딘타이펑 김포공항점을 한번 찾아갔다. 그렇지만 웬일인지 그곳에는 의외로 채식 만두가 없었다. 안타깝지만 한국에서는 채식을 찾는 손님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채식 만두는 취급하지 않는 것 같았다.
법인 근처에 'Aoyu(青柚)'라는 고급 식당도 있었다. 개점 초기에는 프랑스식과 일식을 제공한다고 했는데, 그 이후에 메뉴가 좀 변경된 것 같았다. 간혹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는 직원들과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었는데 이 식당을 소개한 아래의 블로그 사진에서도 느껴지지만 나름 꽤 고급 식당이었다.
실내 디자인도 독특하고 또 운치도 있었는데, 불과 두세 달 전에 지도 검색을 했을 때도 간판이 여전히 있었지만, 오늘 다시 확인해 보니 간판이 없어졌다. 음식 맛은 꽤 좋았지만 값이 다소 비싸서 그런지 가보면 대부분 손님이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 손님이 그렇게 없으니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식당 2층에는 꽤 큰 대형Room도 있어서 법인 직원들과의부서별 회식이 있으면 그곳에서 하기도 했었다.
아쉽지만 이름과 위치가 기억나지 않는데 역시 법인 근처에 있던 식당이었다. 저녁 늦게 회의를 끝내고 법인 직원 10여 명과 함께 단체로 식사를 하러 갔던 곳인데 갑자기 식사를 하게 된 경우라 사전에 예약을 못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마침 식당 안에 10여 명이 들어갈 정도 규모의 방이 있길래 방에서 먹어도 되겠냐고 식당 사장님에게 문의했다.
그런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방을 사용하려면 얼마 이상 먹어야 한다든가 아니면 방 사용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든가 어쨌든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장님이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그런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는 말이 그 순간왠지 외국인이라고 바보 취급하는 것처럼만 들려서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 버럭 한마디 하고는직원들모두 데리고 그대로 나와 버렸다.
그런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한국에서 식당을 다녀 보니 한국에도 그런 식당들이 종종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참 오래전 한국에는 그런 식당이 없었던 것 같은데, 한국에도 그러한 식당들이 적지 않았고, 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대만 이전에 거주했거나 출장을갔던 다른 나라에도 마찬가지로 그런 식당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나라마다 또는 식당마다 식당 운영 방식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화를 내고 인상 쓰고 나왔던 것이 나중에 돌이켜보니 많이 민망했다. 회사 근처 식당이니 그 식당 사장님도 내 어눌한 중국어 말투를 듣고 분명히 내가 근처의 한국 회사에 근무하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직감했을 텐데, 결국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만 나쁘게 만드는 결과만 초래했던 셈이다.
대만인 중에는 한국인이매우 퉁명스럽고(Abrupt), 예의 없다고(Rude) 인식하는 사람도 꽤 있었는데 바로 나 같은 한국인이 이런 언행을 하며 대만을 열심히 돌아다니니 실제 그런 인식이 대만에서 형성되고 굳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만 같다.
버럭 화를 내고 나가는 나를 보고 당황하시던 식당 사장님 모습이 지금도 마음에 걸리고 한참 지났지만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법인 사업도 꽤나 어려웠고, 실적과 숫자에만 거의 미쳐서 지내던 시절이었다 보니 그저 독과 악이 가득 차서 정말 별 일도 아닌 일로 엄한 주변 사람들을 마구 쏘아붙여 가며이 세상을 피곤함으로물들이는그런 삶을 살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과거 그 시절 그때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살아 보고도 싶은데, 이미 흘러간 세월이니 그저 후회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