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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또 다른 모습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7편 HK, Macau-31)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Hong Kong, Macau



31. 마카오의 또 다른 모습


마카오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도박과 카지노일 것이며, 이어서 호텔과 관광 같은 것들이 연상될 것이다. 한마디로 유흥과 환락만이 난무하는 화려한 도시의 모습이 주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마카오에 실제 가 봐도 호텔과 카지노가 밀집된 곳과 관광지 인근 지역은 그렇게 화려한 모습 일색이었다.


(마카오의 화려한 야경)

https://theconversation.com/how-macau-became-the-worlds-casino-capital-108866


하지만 홍콩 법인에 근무하면서 홍콩 법인 관할 시장이었던 마카오에 여러 차례 가 보니 의외로 이러한 모습과는 꽤 큰 거리가 있는 또 다른 마카오의 모습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09년에서 2014년 간 마카오를 오가며 느꼈던 그런 마카오의 또 다른 모습을 당시 찍은 사진과 함께 글로 옮긴다.




가장 먼저 의외로 다가왔던 것은 그간 사진이나 영상에서만 보아왔던 화려하기만 한 마카오의 이미지와는 다르 당장 무너져 내린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매우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마카오에는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그것도 마카오 외곽이나 변두리도 아니고 마카오 도심 한복판에도 그랬다.


사진) 마카오 도심의 낡은 건물들 모습 (2011. 1월)


인당 GDP가 약 9만 불로 전통적인 부자 나라 스위스 보다 더 높은 곳이 마카오였음에도, 시내에는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다 스러져 가는 주택들이 도처에 즐비했던 것이다.


(마카오 인당 GDP 스위스 추월)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14/07/954669/


물론 아무리 부자 나라의 도시라 해도 '슬럼가'라고 불리는 지역이 대부분 있는 것처럼 도시의 한 구석에는 매우 낡고 허름한 공간이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카오의 경우는 그런 공간이 존재하는 범위와 정도가 매우 심했다.


거리를 걸으며 이런 모습을 보다 보면 마치 19세기 중국의 어느 낡고 오래된 도시를 묘사한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까지도 들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세트장이 아니라 인당 GDP 9만 불에 달하는 마카오 한복판의 모습이었다.


근처에 Sofitel이라는 매우 화려한 5성급 호텔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회의를 끝내고 나와서 큰길 하나만 건너 골목으로 들어서니 호텔 분위기와는 너무도 다른 이런 건물들과 바로 마주칠 수 있었던 것이다.


(Sofitel 호텔 소개 블로그)

https://vingsted.tistory.com/205

(Sofitel 호텔 거리뷰)

https://goo.gl/maps/BkxanMTtJDcZhF34A


역시 도박의 도시로 알려진 미국의 Las Vegas에는 이렇게 낡고 허름한 건물들이 없었다. 아마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1900년대 이후에 Las Vegas라는 도시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마카오는 포르투갈인들의 집단 거주가 시작된 것만도 이미 1500년대 중반이었으니 포르투갈인들 거주 이후 시간만 계산해도 도시 역사가 500년도 넘는다. 따라서 그만큼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된 도시라지만, 도심 한복판의 건물들이 이처럼 전혀 보수도 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는 것은 꽤 의외였고, 게다가 정말로 혹 귀신이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침하고 무서워 보이는 이러한 건물에서 실제 마카오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더 의외였다.


2018년 기준 마카오의 인당 GDP는 8만 7천 불로, 한국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었으며, 스위스 8만 1천 불, 싱가포르 6만 5천 불, 홍콩 4만 9천 불보다도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들을 생각해 보면 마카오도 역시 부의 분배에 있어서는 홍콩과 유사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홍콩의 경우에 도시의 부가 극소수 부동산 재벌들에게만 과다하게 편중되어 빈부차가 매우 심했는데, 마카오 또한 도시 전체 GDP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도박 산업에서 창출되는 부가 일반 주민들에게 골고루 배분되지 않고 '카지노' 사업을 소유하고 있는 소수 부자들에게만 편중되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카지노 사업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돈이 워낙에 많다 보니 그 부를 66만밖에 안 되는 마카오의 인구로 나눈 인당 평균 GDP는 꽤 높게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그 부 거의 전부를 극소수 부자들이 독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다수 주민들의 소득은 통계치로 나타나는 마카오 평균 GDP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실제로 인구의 단 2.3%만이 빈곤층이라는 마카오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마카오에서 활동하는 자선단체 Caritas의 자료에 의하면 마카오 인구의 10% 수준이 빈곤층이며 이중 7%는 매일매일의 끼니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에 있을 만큼 심각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카오 주민 100명 중 10명은 빈곤층이며, 그중 7명은 매일매일 먹을 끼니조차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 GDP 9만 불에 달하는 부자 도시 마카오의 또 다른 모습이었던 것이다.

(마카오의 빈부차)

1. https://blog.naver.com/warmspeech3/221625250247

2.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7/mar/12/macau-poverty-las-vegas-of-east


Sofitel 호텔 건너편 골목 안의 건물들 거의 전부가 이러한 모습이었는데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너무도 허름한 이 주택들 사이로 아이들과 주부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매우 무덤덤한 표정으로 들락날락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마카오 주민들의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천문학적 액수의 재산을 둘러싸고 가족들 간에 법적 분쟁까지 벌였던 마카오 도박 재벌 스탠리 호와 그의 가족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해서 착잡하기도 했다.


마카오 도박 독점권과, 조폭 조직 삼합회를 활용해 스탠리 호와 그 일가가 엄청난 부를 꾸준히 축적해온 그 오랜 시간 마카오의 대다수 일반인 주민들은 변함없이 저렇게 허름한 주택에서 그들의 삶을 이어왔던 것이다.


물론 돈을 벌어서 부를 축적해 가는 과정을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결코 그렇게 보아서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빈부차가 고착화되고 수십 년 또 수백 년이 지나도 그 구조가 깨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분명히 그 구조는 문제가 있고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마카오 현실은 수백 년이 넘도록 전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Sofitel 호텔 인근 골목길을 벗어난 후, 마카오라는 지명이 유래된 곳으로 알려진 '마각묘(媽閣廟)'를 이번 기회에는 한번 방문하기로 하고 그 방향으로 더 걸어갔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골목의 건물들은 놀랍게도 방금 전 Sofitel 호텔 근처에서 봤던 건물들보다 오히려 더 심하게 낡은 건물들이었다.


정말 저런 곳에도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는데 일부 빈집이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전체가 모두 비어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분명히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곳도 있어 보였다. 아주 오래전에 존재했던 서울의 판잣집들을 다시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아래 사진이 당시 마주쳤던 그 낡은 건물들 일부의 모습이다.


사진) 마카오 시내 거리의 너무도 낡은 건물 (2011. 1월)


(첫 번째 사진과 동일 장소 거리뷰)

https://j.map.baidu.com/0b/HXaJ

(사진 속 건물과 너무도 대비되는 화려한 건물들)

http://www.china-macau.com/top10-hotels.htm


이 사진 속의 모습 역시 오래 전의 중국 도시를 묘사한 영화 세트장이 아니고 실제 마카오 거리 건물 모습인데, 마카오 도심 한복판이었음에도 인근의 건물들 거의 전부가 이처럼 심하게 낡은 상태였다. 보수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유지 보수했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편 마침 그날 날이 흐려서 그랬는지 대낮이었음에도 이곳 거리 전체가 꽤 어두웠었오고 가는 행인조차도 전혀 없어 좀 음산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가 마카오라 했는데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인적은 느낄 수 없었고 유령 집 같은 건물들만 즐비했다.


(세계 인구밀도 순위)

https://m.blog.naver.com/kdw9763/221383789240


하지만 그래도 좀 더 걸어가다 보니, 물론 마찬가지로 매우 오래되고 낡아 보이긴 했지만 그나마 이제까지 봤던 섬뜩한 모습의 건물과는 좀 다르게 다소 정감이 가는 그런 아담한 건물들도 볼 수 있었다.


아래 사진들이 그러한 건물들의 모습인데, 두 건물 사이에 앙증맞게 끼어있거나 또는 집의 폭이 너무 좁아서 들어가서 일자로 누우면 양쪽 벽에 머리와 발이 닿을 것처럼 보이는 건물들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이런 건물들 역시 마찬가지로 화려한 카지노의 도시로만 상상했던 마카오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상단) 건물 사이에 끼어있는 앙증맞은 주택

하단) 성냥갑처럼 폭이 몹시 좁은 2층 주택 (2011. 1월)




마카오에서 너무나도 낡은 건물들이 즐비한 모습을 본 것도 의외였지만, 마카오를 생각할 때는 언제나 도박과 관광만이 떠올라서 그랬는지, 마카오에 사는 일반인 주민들의 평범한 삶의 흔적을 보게 되는 것이 의외로 생소하게끔 느껴지기도 했다. 평범한 모습이 오히려 특이하게 느껴졌던 이다.


여느 평범한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카오 거리에도 역시 다양한 상점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는 반갑게도 한국의 기업 Brand를 간판에 새겨 놓은 상점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요즘에야 마카오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대도시에서도 한국 기업 Brand가 새겨진 간판을 거리에서 마주치게 되는 일은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번화가나 대로도 아닌 어느 후미지고 오래된 뒷골목에서 한국 기업 Brand가 새겨진 간판과 마주치게 되니 그 느낌이 좀 달랐던 것 같다.


뭐랄까, 골목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낡고도 오래돼서 그런지 마치 80년대 말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서울 어느 허름한 뒷골목에서 한국 기업의 간판을 보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아래 사진이 그때 마주친 골목 안 상점 모습인데, 이 상점은 에어컨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간판에 한국 LG 전자 로고가 붙어 있으며 그 옆에는 한자로 '力基(역기)'라 적혀 있었다.


사진) LG Brand가 부착되어 있던 상점 (2011. 1월)


이 상점의 간판에 새겨져 있는 '力基'라는 한자는 한국어로 읽으면 '역기'이고, 중국 표준어로 발음하면 '리지(liji)다. 하지만 마카오 언어인 광둥어로 읽으면 '릭케이(likgei)'로 발음돼서 LG의 예전 이름인 'Lucky(럭키)'와 그 발음이 꽤 유사하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LG 제품을 판매하던 이 상점은 한자로 Lucky를 표기할 때 '力基'로 적었을 것이다.


('力基'의 광둥어 발음)

https://fanyi.baidu.com/translate?aldtype=16047&query=%E5%8A%9B%E5%9F%BA&keyfrom=baidu&smartresult=dict&lang=yue2zh#yue/zh/%E5%8A%9B%E5%9F%BA


LG그룹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지만, LG라는 브랜드는 과거에 LG의 브랜드였던 'Lucky Goldstar'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Brand가 변경된 시점은 1995년으로 이미 꽤 오래전 일이다. 따라서 과거의 Lucky라는 Brand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상점 경우 Lucky라는 발음과 유사한 한자를 자신들의 상점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봐서 꽤 오래전, 즉 LG가 Lucky Goldstar로 불리던 시절부터 LG와 거래를 해 왔던 것 같다.


(럭키금성그룹 그룹명 변경, 1995년 기사)

https://news.joins.com/article/2995243

(LG 그룹명 뜻)

https://mk.co.kr/news/business/view/2017/01/22948/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서울의 용산 전자 상가 같은 모습의 IT 제품 전문 매장도 있었다. 아래 사진이 그 매장 모습인데, 일본이나 대만 Brand도 있었지만 한국 기업의 Brand 또한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이 상가 모습 역시 화려한 호텔이나 관광지와는 너무도 다르고, 또 내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던 화려하기만 한 마카오의 이미지와도 상당히 다른 평범하고 허름한 모습이었다.


사진) 서울의 용산 전자 상가와 유사한 IT 제품 취급 전문 매장 '행운각 상장(幸運閣商場)' (2010. 9월)


(幸運閣商場 거리뷰)

https://j.map.baidu.com/6a/vJKJ


66만 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는 곳이니 마카오에도 역시 이곳저곳에 슈퍼마켓도 있었다. 그런 슈퍼마켓 중 가장 큰 체인점으로 '來來(Lai Lai)'라는 슈퍼마켓이 있었는데, 이 슈퍼마켓은 마카오 전 지역에 35개의 매장을 갖고 있었다. 35개면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마카오의 전체 면적 및 인구가 서울 송파구와 유사할 정도로 작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같은 이름을 가진 슈퍼마켓이 송파구에 35개나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Lai Lai 매장 List)

https://www.royalsupermarket.com.mo/contactus2.asp


이 Lai Lai 슈퍼마켓 중 일부 매장은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서 우리 법인에서는 Lai Lai도 정식 거래선으로 등록해 거래를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자체 Retail 매장만 35개나 될 정도로 매우 많아서 이 거래선은 마카오 Retail 시장에만 집중을 하고 중국 밀수출에는 결코 관여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서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알고 보니 이 거래선도 역시 취급 물량 중의 일부는 중국으로 밀수출하는 그런 거래선이었다.


즉 예를 들어 우리 법인에서 100대를 구매해 가면 10대나 20대 정도는 중국으로 판매를 했는데, 결국 그들이 그렇게 중국으로 되넘기는 물량으로 인해서 중국 본토에 있던 우리 회사 법인들로부터 홍콩 물량이 본토로 넘어온다는 비난을 받게 되어 꽤 고생하기도 했었다.


홍콩에서처럼 마카오 Retail 시장에서도 매우 많은 물량이 중국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 당시의 현실이었는데, 관세가 전혀 없는 마카오/홍콩과 관세가 있는 중국 간 시장 가격차가 꽤 크다 보니 많은 Retail 유통들이 밀수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던 것 같다. 당시에 이렇게 밀수되는 제품 중 가장 유명했던 것이 바로 아이폰이었는데 무려 백대가 넘는 아이폰을 테이프로 몸에 붙인 채 중국으로 밀수를 시도했던 홍콩인이 세관에서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밀수 천국 마카오)

https://imnews.imbc.com/replay/2009/nwdesk/article/2315474_30553.html

(아이폰 146대를 온몸에....)

https://m.kr.ajunews.com/view/20150312153213727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Lai Lai 경영진들을 직접 만나보기도 했다. 그들은 창업자의 두 자녀로 매우 젊고 인상도 참 좋은 선남선녀 같았는데, 결국 그들 역시 홍콩의 Retail 유통과 마찬가지로 마카오에서 중국 본토로 관세도 납부하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 즉 한마디로 밀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지 않았던 셈이다.


그들은 오히려 단순히 '중국' 마카오에서 '중국' 본토로 즉 어차피 같은 중국 영토에서 제품을 판매할 뿐이라는 식으로 인식이 굳어져 있었는데 그런 밀수가 마카오 홍콩에서는 너무나도 흔하고 또한 마치 당연한 것처럼 너무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오다 보니 그들의 사고가 그렇게 굳어져버린 것 같았다.




북미 최대 도박 도시인 Las Vegas에 출장 갔을 때 그곳의 한국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는 '은대구 조림'이 있었다. 나로서는 그 식당에 가 보기 전까지는 '은대구'라는 생선도 들어보지 못했고 그러한 생선으로 만든 조림은 더더욱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먹었던 은대구 조림 맛이 너무도 좋아서 서울에 돌아온 이후 같은 메뉴를 하는 식당 몇 군데를 찾아가서 먹어봤는데 Las Vegas에서 먹었던 그 은대구 조림만큼 맛있는 곳은 아쉽지만 찾지 못했다.


사실 한국인 교민도 별로 없고 도시의 총인구도 65만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인 Las Vegas에서 그렇게 손이 많이 가고 또 맛있는 생선조림을 하는 한국 식당을 만난 것은 나름 꽤 의외였고 또 행운이었다. 그런데 비슷한 인구 규모를 가진 인구 66만 명의 또 다른 도박의 도시 마카오에서도 역시나 적지 않은 수의 한국 식당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마카오의 한국 식당 또한 음식 맛이 꽤 좋았다.


Las Vegas나 마카오 모두 도시 그 자체 인구는 65~66만 수준으로 매우 적었지만 관광, 도박 등을 즐기기 위해 많은 한국인들이 꾸준히 찾아오기 때문에 그렇게 적지 않은 한국 맛집 식당들이 운영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카오의 한국 식당들은 오래된 지역인 마카오 반도에도 있었지만, 새로 건축된 카지노 호텔들이 다수 들어서 있는 코타이나 타이파에도 역시 있었다. 아래의 블로그에 의하면 마카오에 있는 한국 식당들 수가 모두 20개도 넘는다 하니 마카오가 꽤 좁은 지역임을 감안하면 나름 적지 않은 한국 식당들이 운영되고 있었던 것 같다.


(마카오 한국 식당 리스트)

https://www.cagongtv.com/community/2534


2019년 기준 마카오를 방문한 한국인은 약 74만 명으로써 일본인이나 미국인보다 많아서 중국, 홍콩, 대만 등 인근의 중화권 지역을 제외한 순수한 외국 국가로서는 1위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마카오를 방문하고 있었던 덕분에 마카오에도 그처럼 적지 않은 한국 식당들이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이다.


꽤 많은 한국인들이 마카오를 방문하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 수치만이 아니라 현장에서도 실제로 느낄 수 있었는데 항만 등 마카오의 출입국 시설 안내문에 표기된 언어에는 한글도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즉, 한자, 영어, 포르투갈어 그리고 한글과 일본어였던 것이다.


(마카오 입국장의 한글 안내문, 두 번째 사진)

http://egloos.zum.com/eggry/v/4168070

(마카오 방문 국가별 순위 및 방문자 수)


한식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마카오를 방문해서 식사해야 할 때도 항상 한국 식당을 찾아가서 식사를 했다. 그럴 때 종종 찾아갔었던 식당 중 하나가 바로 마카오 반도에 있던 '이가 식당'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에는 육류 메뉴뿐 아니라 생선 구이나 오징어 볶음 같은 해물로 된 메뉴도 나름 다양하게 있어서 육고기를 못 먹는 내게는 딱 맞는 그런 식당이었다. 화려한 모습의 식당은 아니었지만 음식 맛도 역시 좋았다.


(마카오 반도 한국 식당 '이가' 소개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moodias&logNo=221532959998&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kr%2F

('이가' 거리뷰)

https://goo.gl/maps/n4uokWgRD9rkLRZR8


타이파나 코타이 지역에 있는 카지노 호텔들을 방문할 때는 갤럭시 호텔에 있던 '명가'라는 식당에서 주로 식사를 했다. 이 식당은 홍콩의 한국 식당 '명가' 주인이 같이 운영한다고 했는데, 고급 호텔 안에 있는 식당이라 그런지 음식 값은 좀 비싼 편이었지만 맛은 홍콩 명가처럼 역시 꽤 괜찮았다.


(갤럭시 호텔 내 한국 식당 '명가')

https://www.a4b4.co.kr/1791


마카오에서의 일을 마치고서 홍콩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전에 화려한 카지노의 도시 마카오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평범한 한국 식당 '이가'에서 친한 지인과 함께 칼칼한 오징어 볶음과 얼큰한 탕에 소주 한 잔 나누던 것도 지나고 보니 참 귀한 시간이었고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그런데 그처럼 많은 한국인이 꾸준하게 마카오로 찾아오니 그런 추억을 갖게 해주는 한국 식당들도 영업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사태 이후에 마카오를 찾는 외국인 방문객 무려 99.9% 정도 감소했다 한다. 거의 전멸한 셈이다.


결국 관광객들에 절대적으로 영업을 의존해 오던 많은 한인 업체들이 손님 급감으로 경영난에 허덕이게 되었다 하는데 2009~2014년 그 시절 마카오에서 먹었던 맛있는 한식의 추억이 남아있는 그 식당들이 방문객이 거의 전멸해버린 현 코로나 시국에서 무사히 잘 버티고 있을지 모르겠다....


(코로나로 방문객 급감, 한인 업체 경영난)

https://www.ytn.co.kr/_ln/0104_20201121034349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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