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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 Aug 14. 2022

이촌동 연가 (25)

■ 이촌동의 공간들 - 1/5

이촌동을 거닐다 보면 인상적인 공간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그런 이촌동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



● 이촌 시장 좁은 골목길


사진) 정성스럽게 꾸며진 이촌 시장 골목길 (2021. 12월)


이촌 시장과 로얄 맨션 사이에 매우 좁은 골목길이 하나 있다. 그런데 정말 좁은 공간이지만 이 골목길 옆에 있는 상점이 언젠가부터 카페로 바뀌면서 카페 사장님이 나름 신경을 쓰셔서 멋지게 새로 꾸며 놓으셨다. 그리고 사진 속에 보이는 것처럼 골목 안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들도 배치해 놓았는데 날씨 좋은 날 어스름한 저녁 저 의자에 앉아서 와인 한 잔 하기에는 정말로 잘 어울리는 분위기인 것 같았다.


예전 홍콩에 거주할 때도 구룡 침사추이에 가면 이런 좁은 골목에 이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민 와인바들이 꽤 있었는데 그곳의 분위기와 매우 비슷한 것 같기도 해서 이 공간을 지나면 오래전 그 시절 추억이 문뜩 떠오르기도 다.


골목의 이전 모습은 아래 사진과 같은데, 정성스럽게 꾸며진 위 사진의 모습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관심에 따라 주변 공간의 느낌과 분위기는 정말로 많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 공간을 보면서 실감할 수 있었다.


사진) 같은 골목길 꾸미기 전 모습. 꽤 큰 차이가 있다. (2020. 7월)


사진) 동일한 골목길의 꾸미기 전/후 모습 비교.



점보 맨션 앞 거리의 사계절


90년대까지만 해도 이촌동 거리는 그저 너무도 평범한 그런 거리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거리가 점차 가꾸어지면서 언젠가부터 나름 꽤 운치 있는 거리로 탈바꿈하기도 했는데 그런 거리 중 하나가 바로 점보 맨션 길 건너 거리 아닌가 싶다. 


수목이 울창한 이 멋진 가로수 아래 거리를 거닐 때면 70년대 어릴 적 우리 세대가 걷던 이촌동 거리와는 너무도 차이가 나서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우리 세대는 어린 시절 결코 누리지 못했던 멋진 환경을 후배 세대는 훨씬 더 오랜 시간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 좀 질투가 나기도 했다.


사진) 70년대 우리 세대가 10대이던 시절 이촌동 모습


사진) 2020년 녹음이 우거진 점보 맨션 앞 거리 (2020. 8월)


사진) 점보 맨션 앞 거리를 계절별로 찍은 사진


어린 시절 황량하기만 했던 이촌동 거리는 이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공원 같은 그런 아름다운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촌역 4번 출구 앞


이촌역 4번 출구 앞 도로도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번의 공사를 거쳤다. 그리고 그런 공사들 덕분에 도로 자체도 좀 더 멋진 모습으로 변했지만, 그보다는 전철역 입구 주변의 오래된 나무들이 세월과 함께 더 성장하게 되면서 그 주변을 더욱 멋진 공간으로 만들어 주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아래 사진에도 그런 느낌이 전해지는데, 4번 출구 주변의 거목들과 그 잎들이 오가는 행인들을 도열해서 보호하고 있는 듯 주변과 천장까지 온통 짙게 덮고 있다. 무더운 한여름 8월 저녁의 열기와 거목 아래의 서늘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런 모습이다.


사진) 이촌역 4번 출구 앞 거리 (2015. 8월)


사진) 이촌역 4번 출구 앞 거리 (2021. 4월)



거리의 장미꽃


주민센터에서 이촌 시장으로 연결되는 좁은 길 담 너머에는 장미꽃이 유난히 많아 여름이 시작되는 6월 경에는 붉은빛 만발한 장미꽃을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누군가 장미를 오래전에 그 길가에 심었던 덕분에 오가는 행인들이 매년 이촌동의 멋진 공간을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장미꽃들도 불과 몇 주 뒤에 다시 보니 거의 모두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인간의 인생에도 언젠가는 그 끝이 오듯이, 아름다운 이 거리의 장미꽃에도 그 짧은 끝이 있었던 것이다....


사진) 좁은 길 주변이 온통 붉은 장미로 짙게 물들어 있는 모습. (2020. 6월)


사진) 위 사진을 찍은 후 몇 주 지나지 않아 같은 장소에서 다시 찍은 사진인데 그 사이 이미 꽃잎이 많이 떨어져 있다. 좀 섬찟한 표현이지만 마치 피가 땅으로 흥건하게 흘러내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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