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동은 60년대 말 동네가 탄생할 시점부터 원래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만 형성된 지역으로 아파트 이외 단독 건물은좀처럼 볼 수 없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몇 안 되는독특한 모습의 단독 건물들이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 반백 년 이촌동을 지켜온파출소
이촌동 LG 자이 아파트 건너편에는 '꿈나무'라는 이름의 어린이 공원이 있고 그 공원 안에는 아담한 단독 건물이 한 채 있다. 2022년 현재 이 건물은 텅 비어 있지만 사실 이 건물은1975년부터 2020년 4월까지 약 반백 년 가까이이촌동의유일한 파출소로 사용되었던 건물이었다.
그랬던 파출소가 약 2년 전 갑자기 철수하게 되었는데 이유는 파출소가 위치한 땅의 소유권 관련 소송에서 경찰이 땅 주인에게 패소했기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어찌 된 일인지 그렇게 파출소가 폐쇄된 이후에도 2년이 넘는 현시점까지 파출소 건물은 철거되지 않고 텅 빈 상태를 유지한 채 그대로남아있다.
70년대 신용산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동네를 오가며 늘 보던 친숙한 건물이었는데 이제는 폐가처럼 남아있게 된 것이다. 언젠가는 철거되겠지만 어쨌든 이 건물이 이촌동을 상징하는 대표적 단독 건물 중 하나인 것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전편에서도 이미 언급했던 카페지만 이 카페도 나름 이촌동의 독특한 건물 중 하나다. 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단독 건물이 아니고 아파트의 지하실을 영업장소로 사용하는 카페인데, 그 입구가 워낙 독특하고 주변과 확연히 구분되어서 마치 하나의 별도 건물이있는 것처럼 보이는것이다.
또한이 카페에서 가장 가까운 상점도 최소 50미터 이상은 떨어져 있을 만큼 주변에는 상가가 없어서 이 카페는 홀로 외롭게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건물 입구가 온통 붉은색인 점이 주변의 회색 시멘트건물들과는 강한 대비가 되기도 한다.
사진) 사튀로스 외관 및 입구 모습
사튀로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동물의 모습을 한 존재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시종이며 술과 색을 몹시 밝히는 존재라 한다.
● 잘 찾아봐야 보이는식당
장미 맨션 앞 골목은 온통 아파트 숲이지만 그 안에서도 외롭게 박혀 있는 단독 건물을 한 채 마주칠 수 있다. 바로 식당 건물인데 마산 아귀찜이라는 상호를 가진 식당이다.
사진) 마산 아귀찜 외관.
이 건물은 자세히 보면 지붕에 기와가 있는데담쟁이덩굴로 워낙 짙게 뒤덮여 있어 잘 보이지가 않는다. 특히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한여름에는 식당 출입구 외 나머지 공간은 모두 담쟁이덩굴로 짙게 덮여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이촌동에 기와가 있는 건물은 아마도 이 건물이 유일할 것이다.
한강 성당 앞에는 붉은색 벽돌로 외벽이 마감된 멋진 디자인의 독채 건물이 한 채 있다. '꿈밭'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린이집이다.
이 건물은 어찌 보면 밋밋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보면 나름 꽤 신경을 써서 디자인한 건물이 틀림없는 것 같다. 특히 이 건물은 주변의 나무들과 매우 잘 어울리는데, 그런 멋진 풍경 덕분에 집에서 이촌역으로 오가며 이 건물을 볼 때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계절에 어울리는 독특한 건물의 멋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삭막한 회색빛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칠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이촌동건물이다.
사진) 꿈밭 어린이집 외관과 건물 앞 화분 속 유채꽃 모습
●은밀한 공간 속 아파트 경로당
처음에는 관리사무소 건물인 줄 알았는데, 지도를 검색해 보니 아파트 경로당이었던 건물도 있다. 물론 이촌동 각 아파트 단지 별로 자체적인 경로당을 갖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대우 아파트 경로당만큼 눈에 띄는 디자인의 건물은 못 본 것 같다.
사진) 대우 아파트 경로당.
그런데 사실 2000년 대우 아파트가 완공이 된 이후에도 무려 20여 년 동안 이런 건물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이 건물이 있는 곳까지 깊숙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좀 더 색다른 곳을 산책하겠다는 생각에 대우 아파트 안으로 깊이 들어간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 이 건물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사진) 대우 경로당으로 가는 샛길.
다소 외떨어진 지역인 만큼 이 건물 주변은 외지고 적막감까지도 느껴지는 그런 공간이었는데 이 건물 내부뿐 아니라 이 건물로 접근하는 인근 샛길에도 인적이 전혀 없어 여기도 혼잡하기만 한 이촌동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건물만큼 주변 샛길 또한 꽤 운치가 있는 공간이었다.
● 아파트 숲 한복판 작은꽃집 플로블랑
플로블랑이라는 꽃집은원래 한강 맨션 상가에 있었다. 그런데 2020년 어느 날 이전 공고를 붙이더니 얼마 후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우리 마트 뒤쪽의 주차장 공간에 독채 건물을 한 채 짓고 그곳으로 이전을 했다.
이 독채 건물이 내가 기억하기로는 아마도 이촌동에서 가장 최근에 건축된 독채 건물인 것 같다.
이 건물은 꽤 앙증맞고 귀엽게 디자인됐는데 외벽도 온통 흰색으로만 칠해져 있어서 그 독특함이 더하다. 이 건물 역시 새로 탄생한 이촌동의 명물 건물이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