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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 Mar 06. 2022

이촌동 연가 (2)

■ 사라진 70년대 이촌동 아파트

90년대 중반 이촌동 1세대 아파트인 공무원 아파트와 민영 아파트가 철거될 당시에 나도 한때 거주했었초등학교 친구들도 여러 명이 거주했 정든 아파트들이 모두  무참하게 허물어지는 현장을 인근 청탑 아파트라는  다른 이촌동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매일  수 있었다.


때 그렇게 허물어지고 사라져 가는 70년대 과거 기억과 추억의 현장이 너무도 아쉬워서 아파트가 철거되는 장면을 사진으로  장 찍어 두었는데 아래 사진이 그 사진들이다.


사진) 재건축을 위해 허물어버린 공무원 아파트 모습. 사진 왼쪽에 신용산 초등학교 건물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현재 이촌 아파트 102동 근처 모습으로 보인다.


사진) 허물어진 아파트 뒤로 삼익아파트가 보이는 것으로 봐서 현재 강촌 아파트 101동 자리에 있던 아파트다.


사진) 우측에 점보 아파트가 보이는 것으로 봐서 역시 현재 강촌 아파트 101동이나 102동 근처 모습이다.


사진) 공무원 아파트살았친구 집에서 수시로 밥을 얻어먹기도 했는데  70년대 억의 공간이 모두 완전히 허물어져버렸다. 


이 아파트에 살던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저녁 시간이 되면 친구 어머님께서 항상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주시곤 하셨다 물론  시절의 맛있는 식사라고 해봤자 반찬이라곤 김치에 찌개가 하나 그리고 운이 좋으면 달걀프라이 정도로 조촐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친구 어머님께서 만들어 주시던  모든 반찬들 모두 맛이 있었고 특히 거의 매번 제공되었던 그 집의 청국장찌개는 그 맛이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좋았다.


우리 어머님이 들으시 섭섭해하시겠지만 오죽하면 왜 우리 어머님께서 해 주시는 찌개는 그런 맛이 안 나나 하는 원망까지도 했었을 정도였다. 지금까지도 그 친구 집 좁고 컴컴한 방구석에 앉아 고 작은 CRT TV를 보면서 밥상에 음식들을 올려놓고 친구와 친구 어머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함께 먹던 그 청국장이 내가 지금까지 평생 먹었던 청국장 가장 맛있는 청국장으로 기억하고 있다.


친구 어머님은 몸이 좀 안 좋으셔서 가보면 거의 언제나 이마를 수건으로 싸매고 계셨는데 친아들처럼 대해주시던 이제는 돌아가신 그 친구 어머님이 그립고  이젠 다시 맛볼  없는 친구 어머님그 청국장 역시 너무도 그립다. 


아울러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이미 폐허가 된 저 아파트가 멀쩡하던 과거 그 시절에 저 아파트 던 친구 친구와 함께 나누었 이제는 돌아갈 수가 없는 70년대  시간들 역시 그립기만 하다....


사진) 공무원, 민영 아파트를 배경으로 초등학교 친구들을 찍은 70년대 사진. 어찌 된 영문인지 정작 이 사진에 나는 없다.


이 사진을 찍은 장소는 현재 이촌동 신한 은행 건물이 있는 장소로 기억한다. 그 장소가 70년대에는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터였던 것이다. 공터라고는 전혀 없는 현재의 이촌동과는 전혀 다른 과거의 모습이다.


사진 속에 있는 친구들 중에 옷을 똑같이 입은 우측 두 명은 형제인데 형이 신용산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오래지 않아 미국으로 가족 모두가 이민을 갔다. 되돌아보면 70년대 그 시절 이촌동 친구들 중에는 꽤 많은 수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것 같다. 같은 한국 땅에 있는 동창도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니 미국으로 떠난 그 친구들은 이제 더 만나기 어려운 그저 그립기만 한 친구들이다....


사진) 약 50여 년이 지난 2022년 현재 위 사진과 동일한 장소를 다시 찍은 모습.


사진) 공무원 아파트를 허문 이후 그 자리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인 강촌 아파트와 한가람 아파트 머릿돌. 각각 97년, 98년에 사용 검사를 완료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공무원 아파트는 그 이전에 이미 헐렸다는 얘기다.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강촌 아파트 103동 횡단보도 바로 앞, 그리고 이촌 주민센터 앞에 이 머릿돌들이 위치해 있다.


하지만 5층짜리 낮은 아파트들을 대신해 그 자리에 그렇게 새로이 들어섰던 위풍당당한 강촌, 이촌, 한가람 아파트 등 고층 아파트도 완공된 지 20여 년만인 2022년 현재 모두 리모델링이 검토되고 있다. 따라서 결국 머지않아서 이러한 아파트들도 과거 자신들이 화려하게 대체공무원과 민영처럼 허물어지고 사라져 갈 운명인 이다. 


세상은 그렇게 바뀌어 가는 것 같고, 이촌동도 마찬가지로 역시 그렇게 끊임없이 바뀌어 가고 있는 셈인데 시간들 사이에 이촌동이란 공간에 한동안 살았던 사람들은 하나  이촌동을 또는 '이 세상'을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촌동 어제와 오늘)

https://m.blog.naver.com/dhntoy/22191774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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