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LT Mar 27. 2022

이촌동 연가 (5)

■ 한강 맨션-2/2

한강 맨션은 한강 바로 위치하고 있어서 한강 경치를 전혀 막힘없이 내려다볼 수 있는 18동, 28동, 38동 등 3개  아파트 면적이 가장 넓었 그만큼 가격도 비쌌다. 다 어린 시절 한강 맨션에 살 때는 그런 사실을 잘 몰랐다, 강 맨션이면 모두 살았 17동 32평짜리와 같은 면적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3개 동 중 하나인 28동에 살던 초등학교 동창이 놀러 오라 해서 가보게 되었고 그때 한강 맨션에는 우리던 32평짜리 아파트와는 다른 55평 등 훨씬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게다가 이 친구 아버님은 당시  유명한 기업 사장님이었는데 그처럼 대단한 부자이다 보니 사장님에게는  넓은 55평조차 면적이 충분하지 않으셨는지 공사를 해서 55평짜리  터서 한 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결국 친구와 나는 같은 한강 맨션 거주하 있었지만 실제로  친구가 살던  면적은 우리 집 면적의 무려 3배도 넘는 110평이었던 것이다.


사진) 한강 맨션 55평 평면도. 이런 아파트 두 채를 터서 한 집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니 친구 집에는 방 8개에 화장실이 4개, 주방이 2개가 있었던 셈인데,  넓은 집에 거주하는 가족은 가사 도우미 포함 고작 5명이었다.


그 친구 집에 가보고우선 그 넓은 면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친구 따라 그 넓은 집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걸어가면서 주변의 휘황찬란한 장식을 보면서 놀라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도 운동장처럼 한참을 걸어가야만 집의 또 다른 쪽 에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요즘에도 100평이 넘는 대형 아파트들이 꽤 있지만 그런 아파트는 나 같은 사람과는 실제 아무런 인연이 없는 것이 현실이고, 70년대 그때 봤던 110평짜리 친구 집이 현재까지도  생애에서 직접 봤던 가장 넓은 아파트였다.


한편 요즘이야 이촌동에 아파트가 가득 들어서서 공터라곤 도무지 볼 수 없지만, 70년대 그 시절 이촌동에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터가 아직은 동네 이곳저곳매우 많이 남아 있던 시절이었다.


아래 사진도 역시 한강 맨션 인근의 그런 공터 주변을 우리 가족이 함께 걸어갈 때 찍은 사진이다. 아마도 휴일에 근처 식당에 가족 모두 식사하러 가면서 찍은 사진 같은데 가족 중 아버님 모습만 안 보이는 것으로 봐서 사진도 사진을 꽤 좋아하셨던 아버님께서 찍으신 것 같다. 요즘과는 많이 다른 1975~6년경의 이촌동 모습인데 아버님은 2001년에 이미 돌아가셨지만 아버님께서 찍으셨던 이 70년대 이촌동 사진만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 한강 맨션 인근 공터 옆을 걸어가는 우리 가족 모습. 70년대에는 이촌동에서도 이렇게 잡초 무성한 공터를 쉽게 볼 수 있었으니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는데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70년대 이런 오래전 이촌동 동네 모습이  그립기도 하다.


사진) 우리 삼 남매가 아버님과 함께 집 근처에서 찍은 사진 역시 아직 이촌동에 공터가  많던 시절의 모습이다. 한편 중학교에 입학해빡빡머리를 하고 있던 나는 뭐가 그리도 불만인지 혼자 인상을 잔뜩 쓰고 있다. 반항이 심한 사춘기 시절이었던 모양이다....


요즘 학생들에겐 생소하겠지만 70년대 남자 중학생은 전부 저렇게 빡빡머리를 하고 학교에 다녀야 했다. 풍경  사람 등 많은 것들이 요즘과는 달랐던 70년대 이촌동 모습이다.


언젠가부터 안전과 범죄예방 등을 로 아파트 옥상 문 개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70년대에는 통상 이촌동 아파트들의 옥상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었고, 따라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아파트 옥상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래 사진우리 가족이 거주하던 한강 맨션 17동 옥상에서  시절 동생 함께 놀면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 한강맨션 옥상에서 동생과 공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1971~2년경 사진인 듯한데 반바지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한여름에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사진 우측에 보면 요즘 아파트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독들도 보인다. 1970년대에는 아파트 1층 마당에 항아리를 묻어 놓고 겨울에 그 안에 김장 김치를 저장해서 먹는 집도 나름 일부 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김치 냉장고가 생기면서 그런 관행이 점차 사라지게 된 것 같다.


사진) 위 사진과는 다르게 겨울에 눈이 쌓여 있는 한강맨션 옥상에서 찍은 누님 사진. 1972~3년 경 사진으로 보인다. 


이제는 60대 중반의 할머님이 된 누님도 어린 시절 한때는 이렇게 예쁘고 인기 많던 시절이 있었다. 한편 누님이 입고 있는 바지를 보면 당시 70년대 한참 유행하던 나팔바지다.


그런데 70년대에 유행했던 그 나팔바지가 최근에도 다시 유행하기도 했으니 유행은 세월이 흘러가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의 시간만한번 흘러가버리면 결코 되돌아오지를 않으니 부끄러운 듯 미소 짓고 있는  속의 10대 여중생은 이제 60대 할머님이 된 누님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뿐이다.


한강맨션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 거주했었는데 우리 가족이 살던 17동 같은 동 1층에는 내가  좋아했던 여자 아이도 한 명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지금도 매우 또렷이 기억나는데 나처럼 흔한 '' 씨 성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다소 드문 '' 씨 성을 가진 아이로 '맹세O'바로 그 아이 이름이었다


물론 초등학생  어린 나이에 무슨 대단한 연애를 한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는 그 아이가 무척 좋았고 나보다 약 1~2살 어렸던 그 아이도 나를 오빠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그 아이가 매우 예쁘기도 했지만, 그 아이는 오빠가 없었고 나는 엄청 무서운 얼음 공주 같은 누님과 시커먼 남동생만 있었지 여동생이 없었던 에서 어쩌면 서로에게  끌렸던  아닌 모르겠다.


그 시절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에 뉘엿뉘엿 해가 떨어져서 어머님께서 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17동 4층에서 내려다보며 큰 소리로 외치때까지 그 아이와 함께 17동 앞 공터에서 마냥 뛰어다니며 놀곤 했었.


사진) 그 소녀와 함께 뛰놀던 공간. 이러한 공간에서 단순히 자전거만 타고 돌아다녀도 마냥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한강 맨션을 떠나 이사를 가게 된 이후 그 아이와의 연락은 끊겼는데 그 아이를 이제 다시 만날 가능성은 전혀 없고 또 어쩌다가 혹 길에서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나이가 너무 들어 서로를 전혀 알아보지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70년대 한강 맨션에 살았던  어린 시절회상하며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정말 오래전에 아이와 함께 놀았던 시간이 한 번뿐인 이 인생에 있어서 나름 참 행복하고 소중했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기도 하고 그만큼 그립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그런 비슷한 미련 또는 아쉬움 때문에 동서양의 많은 사람들이 Carpe Diem, YOLO 또는 청산리 벽계수와 같은 문구들을 만들어 내고 또 반복적으로 언급하게 되는 모양이다.... 


되돌아갈 수 없이 한 방향으로만 하염없이 흘러가는 인생의 세월과 시간 그저 야속할 뿐이다....


사진) 한강맨션을 건축했던 대한 주택공사 이름이 2022년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한강 맨션의 입구  모습. 한강 맨션 31동과 삼익 아파트 사이에 있다.


1962년 설립된 주택공사는 1970년 한강 맨션을 완공했다 그리고 2009년 LH 즉 한국 토지 주택 공사로 통폐합된  해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름은 아직도 이렇게 한강 맨션 구석의 남아있다. 다만,  한강 맨션도 재건축이 오래전 확정된 바 재건축과 함께 언젠가는 벽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지면 '대한 주택 공사'라는 예전 기관의 이름이제는 더 이상 이촌동에서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이촌동의 과거 역사도 계속해서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70년대 한강맨션 모습)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s5we&logNo=150185619615&referrerCode=0&searchKeyword=%ED%95%9C%EA%B0%95


이전 04화 이촌동 연가 (4)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