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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 Mar 20. 2022

이촌동 연가 (4)

■ 한강 맨션-1/2

아래 사진은 한강맨션 단지 안에서 찍은 70년대 사진이다.  당시 한강 맨션에 살던 어린이들은 이런 모습이었는데, 같은 한국 아이들이지만 세월이 너무나도 많이 흘러 그런지 요즘 한강 맨션에 사는 아이들 모습과는 정말 많이 다른 것 같다.


사진) 우리 남매가 미국에서 온 친구 함께 찍은 사진.


사진 가운데 모자를 쓴 친구가 '주 O'라는 외자 이름을 가진 친구인데, 70년대 그 시절 경제력으로는 한국과 너무도 큰 차이가 있던 미국이란 부자 나라에서 살다온 친구라 그런지 입고 있는 복장만 봐도 옆에 있는 우리 삼 남매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어찌 보면 마치 1970년대 어린이 한가운데 2022 미래에서 온 아이한 명 서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진 우측 자전거도 이 친구 것이었는데 지금도 기억나지만 특이하게도 별도 브레이크가 없이 페달만 뒤로 돌리면 그게 브레이크 역할을 해서 정지되는 그런 자전거였다. 그 시절 한국에는 그런 자전거가 없었고 처음 보는 기능이라서 매우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한편 자전거와 친구는 분명히 기억나는데 이 사진을 찍었던 장소가 한강 맨션 단지 안 어디인지 또 사진 찍기 전후에는 어떤 스토리가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긴 반백년이란 세월이 무수히 흘러갔으니 기억나지 않을 만도 하다....


반면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나지만 우리는 한강 맨션 17동 403호에 살았다. 그리고 아래 사진이 바로 403호  베란다에서 누님과 동생이 함께 찍은 사진이다. 1970년대 한강 맨션 단지와 아파트, 그곳에 살던 어린이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다.

 

사진) 70년대 한강 맨션 베란다에서 찍은 누님과 동생 사진


한편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사진 속 두 어린이 모두 성인이 된 이후의 인생은 평탄하지 않았다. 우선 누님은 20대 초반 조현병에 걸려서 나이 60세가 넘도록 평생을 그 병 환자로 살고 있고 누님 뒤에서 옅은 미소를 짓고 있던 동생은 46세 아직 한참 더 살아야만 할 아까운 나이에 뇌출혈로 갑자기 한 순간에 이 세상을 떠났다. 사진 속에 있는 두 어린이들의 미래 운명은 결국 이런 것이었는데, 70년대 한강 맨션 집 베란다에서 이 사진을 찍을 당시만 해도 전혀 상상 못했던 그들의 운명이었다.


1973~4년경 누님이 중학교에 들어간 직후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도 있다. 우리가 살았던 한강 맨션 17동 출입구 앞에서 찍은 사진인데, 누님 독사진 및 어머님과 함께 찍은 사진 두 장이 남아있다. 이제는 60대 중반의 할머님 되신 누님  올해로 92세가 되시는 어머님도 약 50여 년 전에는 이렇게 어리거나 젊은 모습이던 시절도 있었던 것이다. 1층 아파트 베란다 끝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이는 것으로 봐서 12월경에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70년대 이촌동 한강 맨션 아파트 베란다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되어 있는 모습을 회상해 볼 수 있는 사진이다.


사진) 한강맨션 17동 집 앞에서 찍은 누님과 어머님 사진.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1970년대 여중생은 거의 전부 사진 속에 보이는 저런 교복을 입었다. 오랜만에 그 시절의 교복을 다시 보니 반갑기도 하다.


한편 사진 속 저 자리에서 정말로 황당한 일을 겪기도 했다. 한강맨션 살 때 집 안에 안 좋은 일이 있어 한때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로 걱정과 근심이 많았 어머님은 인상, 외모가  좋았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상황에서 어느 날 집에 돌아가려고 아파트 출입구 근처에 도착했는데 사진에 보이는 바로 장소에서 어머님께서 아파트 경비원에게 한참 쫓기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던 그 시절에는 군 부대에서 흘러나오는 미국산 제품들을 받아서 한국인에게 판매하는 아주머님들이 계셨다. 그런 분들을 '미제 아줌마'라 불렀고 아파트 경비원분들은 그런 분들의 아파트 단지 출입을 막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어머님 행색 등이 한강 맨션 주민으로 보기에는 다소 허름하게 보이니 경비원이 어머님을 바로  '미제 아줌마'오인해서 집 앞에까지 쫓아왔고, 경비원의 그런 오해가 너무 창피했던 어머님은 대꾸하기조차 싫어서 도망치듯 집으로 뛰어가던 길에 출입구에서 나와 마주쳤던 것이다.


분명 미제 아줌마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부지런어머님을 쫓아오던 경비 아저씨는 내가 그 미제 아줌마를 갑자기 '엄마'라고 부르는 순간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곧바로 인식했을 것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한동안 엉거주춤 서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오던 길로 돌아갔다.


한강 맨션 살던 시절이 워낙 오래전이라  시절 겪은 일이 그다지 많이 기억에 남아 있지 않는데, 이 일은 내게도 꽤나 충격이었던 일이어서 그랬는 지금까지도 매우 상세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한강 맨션 살던 시절을 생각하면 언제나 함께 떠오르는 70년대 서글픈 기억 중 하나다....


(과거 미제 아줌마에 대한 기사)

https://www.khan.co.kr/article/201001171826155

https://youtu.be/ccVqXF9B4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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