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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읽는 여자 May 17. 2022

한국인의 밥상: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아메리카노 인기의 이유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왜 이렇게 인기일까?

긍금했다.


나는 커피는 사랑하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거의) 즐기지 않는다. 한여름에도 진하게 내린 핸드드립에 얼음을 추가해 마실지언정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정말로 거의)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 심각하게 궁금하다. 왜 한국인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걸까?


왜? 한겨울에도 아아 일까?


왜? 사계절 내내 아아 일까?




한국인의 밥상 아이스 아메리카노


© c3k, 출처 Unsplash


한국인의 맛=매운맛


여기에 정답이 있었다.


특히, 김치를 생각하면 답이 딱 나온다. 맵고, 짜고. 김치찌개를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궁합이 기막히게 좋다. 김치찌개 다음으로 많이 먹는 된장찌개, 치킨... 모두 맵고 짠 음식들이다.


A. 매콤하고 짭짤한 음식-> 우린 이런 음식을 맛깔난 음식이라 부른다.


B. 평양냉면 같은 담백한 음식-> 우린 이런 음식을 슴슴하다, 처음엔 맛없는데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는 마성의 음식이라고 부른다.


C. 가볍고 달콤한 음식-> 우린 이런 음식을 좋아하면서도 살찐다며 멀리하고, 멀리하면서도 실은 (몰래) 먹는다.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부른다.


위의 A, B, C와 어울리는 커피는 뭐가 있을까?


아이스 아메리카노?


A의 정답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다크 초콜릿 같은 쌉쌀함과 견과류의 고소함에 밸런스 좋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로 그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이 매콤, 짭짤한 한국인의 밥상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어가는 순간, 매콤,  짭짤 심지어 (한국인의 밥상 디폴트 값인) 뜨거움으로 데어버린 혀가, 입안이 하~소리가 절로 나게 시원하고 개운하다. 쭉죽 넘어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첫 모금은 맛을 느끼는 게 아니다.


어떤 맛을 잘 느끼려고 할 때, 우리는 입안을 일단 물로 헹구어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맵고, 짜고, 뜨거운 입 안과 식도, 위장을 헹군다.


평양냉면 같은 차고 슴슴한 음식을 먹고 나면 무슨 커피를 마시면 좋을까? 이때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정답일까?


이때는 고소함과 산미가 적절하게 섞인 라떼를 마시면 좋다. 따뜻한 라떼가 정답! 이때는 라떼가 입안을 헹구는 게 아니라, 차가움과 슴슴함으로 투명해진 입안을 라떼가 가득 채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덜고, 라떼는 더하는 커피다.


그렇다면, 디저트 류의 달달한 음식들은 어떤 커피랑 어울릴까?


화사한 과일향과 산뜻한 산미가 좋은 에티오피아가 섞인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좋다. 핸드 드립 커피라면 최고의 조합이다. 디저트 전문 샵 기본 페어링이 케이크와 아메리카노의 조합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란 무엇일까?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정수+얼음


보통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샷 1개가 들어가는 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샷이 기본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들어가는 얼음이 녹으면 물의 양은 애초 200ml에서 300ml가 된다. 게다가 음료의 온도가 낮아지면 혀의 감각도 떨어져 맛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샷이 하나 들어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아메리카노에 비해 맛이 연하게 느껴진다. 2샷을 넣어야 맛도, 향도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맛) 아이스 아메리카노 맛이 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본 사이즈 420ml(14oz):                                                           
에스프레소 2샷 50ml(1샷 25ml 기준), 정수 200ml, 각 얼음 7개


맛을 인지할 때 흔히 다섯가지 맛이라고 하는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매운맛이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은 무엇일까? 내가 느끼기에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있어서 '맛'이란 '텍스처' 즉 촉감에 있는 것 같다. 이는 주관적인 나의 견해임을 밝혀둔다. 이건 마치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치킨 먹으면서 마시는 맥주는 맛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시원함, 얼마나 차가운가에 그 맥주의 생사가 달려있다. 치킨으로 후끈 달아오른 입안에서 식도를 쾌속으로 질주하며 뇌를 땡! 하고 쳐줘야 진정한 맥주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같다. 맵고 짠 음식을 먹은 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맥주처럼 시원하게 (진짜 시원해야 한다.) 입과 식도를 강타해줘야 한다. 머무르면 안 된다. 이미 먹은 맵짠 음식과 쫘악~내려가 줘야 한다. 그래야 개운하다. 그러려고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닌가?


그럼, 어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정말 맛있을까?


맛도 있고, 향도 좋고, 양 볼을 쏙 한 번 빨아들이면서 미뢰의 단맛, 쓴맛, 신맛을 팡팡팡 터뜨려 주면서 콧구멍까지 자극하고, 뇌에 기분 좋음이라는 도파민까지 살짝 흘려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면 베스트겠다. 이런 천상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극히 드물다.


원두의 보관 상태가 좋다는 전제하에, 원두 개봉 시간이 최단기인 커피가 좋다. 개봉한 원두의 상미기한은 개봉일 포함해 일주일이다. 만약 홀빈 상태가 아니라 분쇄된 원두라면 카페 마감시 폐기해야 한다. 가끔, 카페가 마감됐는데도 그라인더 호퍼(원두를 담는 통)에 원두가 남아있는 걸 보게 되면 너무나 슬프다. 설상가상으로 호퍼에 원두가 3분의 2가 남아있는 카페를 보면, '어떡하지? 몰래 들어가서 호퍼에 남은 원두 지퍼백에 담아 놓고 나와 말아?' 기본적으로, 불 꺼진 카페의 호퍼에는 원두가 전혀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카페 마감을 하면서 혹여 남은 원두는 옮겨 담고, 호퍼는 깨끗하세 세척해서 말려 놓아야 한다. 위생은 기본이다.


좋은 원두, 최상의 유통기한이라면 향기도 좋을 것이다. 적당한 쓴맛, 특히나 한국인이 좋아하는 쓴맛은 '마일드 쓴맛'이다. 우리는 부드러운 맛을 꽤나 좋아한다. 특히나 아메리카노의 마일드한 (적당하게) 쓴맛을 좋아한다.


커피 입문자들이 "이 쓴 걸 무슨 맛으로 먹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 쓴 걸 무슨 맛으로 먹냐면, 맛있는 쓴 맛으로 먹는다. 쓴데 맛있는 맛이다. 불쾌하게 쓴 맛이 아니다. (간혹 혹은 자주 불쾌하게 쓴 맛이 나는 못된 커피들도 있다.) 커피 입문자들이 두 번, 세 번 그 쓴 걸 마시게 되면, 이제 못 끊는다.



맛있는 쓴맛에 개운함은 덤


커피믹스를 마시면 달고 맛있는데 마시고 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다르게 입 안이 텁텁하다. 커피믹스에 들어있는 설탕과 크림 성분 등이 식도로 쭉쭉 내려가지 않고, 입안 곳곳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모든 성분이 쭉죽 내려가진 않지만, 커피믹스와 비교하면 남아있는 물질은 극히 적다. 맞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쓰고 맛있으면서 개운하기까지 하다.


한국인의 밥상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인기 있는 이유다.




언젠가, 최불암이 한국인의 밥상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제로 다루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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