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독서흥미를 키워요
“글 없는 그림책, 대체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난감해요. 괜히 엉뚱하게 읽어주는 건 아닌지, 아이가 엉뚱하게 이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글 없는 그림책은 그림이 주가 되고 글이 전혀 없는 그림책(wordless picture books)과 글이 거의 없는 그림책(almost wordless picture books) 모두를 말합니다. 지식•정보 그림책부터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까지 다양하지요.
글 없는 그림책을 부모님들에게 권하면 되돌아오는 질문은 “글이 없으니 어떻게 읽어 주면 좋으냐?”는 것이에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지 난감하여 부담스럽다는 거지요. 이야기를 지어 낼 재주가 없다고 고개를 젓기도 해요. 그렇다고 아이 혼자 보게 두려니 찜찜하다고도 하고요. 그래서 잘 선택하게 안 된다고도 해요. 하지만 이것은 부모가 다 해줘야 한다는 마음에서 생긴 걱정일 수 있어요.
글 없는 그림책, 이런 점이 좋아요!
첫째, 책을 쉽고 만만한 존재로 여기게 되어 아이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아요.
아이는 실패나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어요. 물을 흘리기도 하고 걷다가 넘어지기도 해요. 글을 읽거나 쓰는 게 서툴죠. 그러다 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되기가 쉬운데 글 없는 그림책은 그러한 두려움을 싹 날려줍니다. 그림만 보며 마음껏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에 책을 만만하고 재미있는 존재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둘째, 그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답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서 관찰력이 생기고 그림을 해석하며 자기 나름대로 재구성 능력도 기를 수 있습니다. 평소에 이야기에만 몰입했던 부모님도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그림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자유롭게 만드는 경험은 언어 표현 능력과 읽기 준비 기술을 향상할 수 있답니다.
셋째,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글 없는 그림책에는 장면 설명이나 인물의 대사가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이는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표정 등을 살피면서 인물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등을 떠올립니다. 금림 곳곳을 살피며 인물의 표정이나 행동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기도 하지요.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끊임없는 상상과 사고의 과정을 거치며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웁니다.
넷째, 어휘력과 표현력이 발달합니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대화를 많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는 표현이 서툴 수밖에 없는데, 부모와 대화를 하며 표현에 적합한 어휘를 발견하고 적절한 언어 표현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어휘력과 표현력을 갖춰 나가게 합니다.
다섯째, 아이의 정서 상태나 생각, 느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 속에는 아이의 생각과 마음이 담기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에 비추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표현한 이야기를 통해 아이의 정서나 사고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잘 알아채고 반응해 주면 아이는 부모에게 이해받고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정서적인 만족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글 없는 그림책, 어떻게 골라줄까요?
글 없는 그림책을 고르는 방법도 여느 그림책 고르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선 아이의 흥미와 발달 수준을 고려해 자녀에게 읽어줄 만한 그림책을 골라야 합니다. 부모가 책을 먼저 본 후 이야기 구성이 가능한 수준의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이 없기 때문에 글이 있는 그림책보다 쉽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오히려 더 어려운 책들도 많기 때문이죠. 책을 고르며 아이와 무슨 대화를 나눌지, 어떤 놀이나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등을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아이의 낙서는 선긋기로 시작하지요. 낙서하기 시작하면 그림 그리기와 글씨 쓰기에 흥미를 보이는 시기라고 여기면 됩니다. 이 그림책은 선이 그림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어느새 독자가 주인공이 되어 빙판 위에서 마음껏 스케이트를 타는 소녀가 됩니다. 선은 자유롭게 연결되어 멋진 이야기를 만들죠. 낙서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누구라도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무한한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책 속 가득한 선을 손가락으로 따라가 보거나 책장을 덮은 후 아이만의 선을 마음껏 그려보게 한다면 책 읽는 재미가 배가 될 거예요.
아이들은 동물이 나오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동물원을 탈출한 흰곰이에요. 흰곰은 동물원, 놀이공원, 도시의 거리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어요. 길 잃은 아이 같기도 해요. 무엇을 찾는 걸까요? 어디로 가는 걸까요? 동물 사랑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담은 그림책이지만 주제를 몰라도 괜찮답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장면은 아이에게 상상의 즐거움을 맛보게 하고 자연스럽게 흰곰의 마음을 알아채게 합니다.
‘엄마’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고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 그림책에는 아기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의 딸과 젊은 엄마부터 노인이 되는 엄마가 나옵니다. 어떤 설명 없이 오직 ‘엄마’라는 대사와 함께 성장과정의 장면들이 나오죠. 엄마가 필요하거나 원망스럽거나 그리운 순간의 장면이에요. 아이들이 겪었을 법한 장면이기도 하고 앞으로 겪게 될 장면이기도 해요. 딸은 엄마에게 사랑을 받고 자라서 또 그렇게 엄마가 되는 이야기로, 이미 어른이 된 이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또 아이들에게는 우리 엄마에게도 사랑하는 엄마가 있음을 전해주는 책입니다.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의 글 없는 그림책 세 권을 살펴보았는데요. 자녀에게 읽어 줄 만한 그림책을 선택했으면 이제 읽어줄 차례입니다. 아래 제시하는 몇 가지 방법을 참고하여 글 없는 그림책을 만끽해 보세요.
글 없는 그림책, 어떻게 읽어줄까요?
첫째, 부모가 먼저 그림책을 살펴보세요.
그래야 자녀의 반응이나 집중하는 정도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으니까요. 지루해하는 것 같으면 이야기를 단축하여 말할 수 있고 조금 빠르게 읽어줄 수도 있겠죠. 자녀가 좋아하는 장면에서는 부모가 이야기를 덧붙일 수도 있을 거예요. 아이가 원한다면 굳이 부모가 이야기를 해 줄 필요가 없답니다. 아이 혼자 보게 두어도 됩니다. 글이 없으니 보는 사람 마음으로 어른보다는 아이가 훨씬 이야기를 잘 만들기도 합니다.
둘째, 이야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때로 아이가 그림을 보고 엉뚱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데요. 이럴 때 화를 내거나 “그건 아니잖아”처럼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곤란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세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에도 무조건 고개를 끄덕여주세요.
셋째, 다음 장면을 예측하게 하면서 읽어주세요.
책을 함께 보다가 “다음 장면은 어떤 장면일까?” 하고 질문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때 아이의 대답에도 “정말 그렇겠구나. 진짜 그런지 볼까?”처럼 맞장구를 쳐주세요. 상상하여 이야기를 만들고 예측하는 것은 아이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아이는 자신의 예측이 맞을 경우는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낍니다. 예측이 맞지 않더라도 내 생각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에 즐거움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답니다.
넷째, 지나치게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건 금물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 이야기를 풀어내려다 보면 부모는 지치고 아이는 지루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집중력이 짧고, 이야기 전체를 이해하기보다는 작은 부분에 집중하는 특성이 있답니다. 지나치게 긴 이야기는 아이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트릴 수도 있답니다. 상상력을 펼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지요. 어떤 장면의 이야기는 과감하게 생략해도 괜찮답니다. 오히려 그림책 속 작은 사물이나 인상 깊은 장면, 흥미를 끄는 인물이나 상황 등을 하나 정해서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 나누는 게 더 의미 있습니다.
다섯째, 그림을 예술작품으로 대하며 즐겨주세요.
대부분의 그림책의 그림들이 훌륭하지만 특히 글자 없는 그림책은 그림 자체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글이 없으니 그림에 더 많은 이야기를 숨겨 놓기도 하지요. 그림 하나하나를 자녀와 같이 감상하다 보면 이야기는 훨씬 풍부해집니다.
여섯째, 글씨를 쓸 수 있는 아이라면 말주머니 만들기를 해 보세요.
이야기를 말로만 표현하게 하지 말고 인물의 옆에 포스트잇을 붙여 말 주머니를 만들어 주세요. 글씨 쓰기에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라면 여러 가지 모양의 포스트잇을 활용해 그림책 속의 등장인물이 할 법한 말이나 생각을 써 주는 거죠. 글씨 쓰기가 서툰 아이라면 아이가 말을 하고 어른이 받아 적어줄 수 있답니다. 말 주머니를 붙여주면 나만의 그림책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단순히 텍스트만을 읽어주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림책, 부모, 아이가 감정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때로는 글에 얽매이지 말고 아이의 상상과 마음을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해 주세요. 글 없는 그림책을 미뤄뒀던 분이 있다면 오늘은 글 없는 그림책의 문을 활짝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녀와 함께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로 성큼 들어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