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육아를 할 때 꼭 지켜야 할 세 가지

자녀와의 소통, 학습이 아닌 놀이, 양육자가 먼저 좋은 독자되기

by 신운선

그림책은 주로 유아교육의 도구로 활용 되었는데요. 최근 그림책에 대한 다양한 인식은 단순히 유아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0~100세까지 모든 이가 향유하고 즐기는 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도구가 아니라 미술과 문학이 만난 예술품으로서의 미학적 접근을 강조하기도 하고요. 그림과 짧은 글이 어우러진 작품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풍부한 해석이 가능하여 위로와 치유의 텍스트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그림책으로 육아를 할 때 양육자라면 분명히 지켜야 할 조건이 있어요.


이것만은 꼭 지키세요!

첫째, 그림책 육아의 중요한 목적 중 한 가지를 자녀와의 소통에 두세요.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의 고민은 저마다 다르지만 문제의 공통적인 원인은 자녀와 내가 제대로 소통하지 않아서 생깁니다. 자녀의 발달 수준과 상관없이 양육자의 의욕만 앞서서 실패하거나 자신의 문제를 모른 채 육아를 하다 보니 좌절을 겪기도 하지요. 자녀에게 맞는지는 잘 모른 채 남들을 따라하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양육자가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와 소통이 잘 되어야 해요. 진정한 소통을 위해 그림책 읽는 시간을 자녀와 내가 마음을 나누는 시간으로 정해 보세요.


둘째, 학습이 아닌 놀이가 되도록 하세요. 책에 대한 흥미가 붙기도 전에 학습을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책을 멀리하는 아이가 되기도 하는데요. 영유아 교육의 핵심은 ‘놀이’와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이’와 ‘그림책’은 학습 이전에 자발적 동기에 의해 즐거움을 느끼고 빠져든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 속성은 영유아들의 다양한 발달, 즉 언어, 정서, 사회성, 도덕성, 신체 등의 발달과 상호작용합니다. 아이와 어떻게 즐겁게 놀지 궁리하며 그림책을 읽어 보세요.


셋째, 그림책의 독자를 영유아에 한정짓지 않고 양육자 자신이 좋은 독자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책 읽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진심으로 책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양육자가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을 때 자녀에게도 그 정서를 전달하고 공유하며 자녀의 정서도 전달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양육자가 부지런히 책을 봐야 합니다. 자녀는 양육자의 생각이나 정서를 전달받기 때문에 양육자가 책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책에 대한 인상이 달라집니다.


그럼 나에게 책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책의 가치를 보여주는 그림책 세 권을 살피면서 책이 양육자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점검해 보세요.


책의 가치를 보여주는 그림책 셋

첫 번째 소개할 책은《모리스 레스모어의 환상적인 날아다니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이야기는 없어!”라고 말하는 모리스가 나옵니다. 모리스는 책을 좋아하고 이웃과 책을 나누고 마침내 자신이 쓴 책을 남기는데요. 그 책은 한 소녀를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책과 함께 일생을 보낸 주인공의 이야기는 단순히 ‘책은 좋은 것’을 넘어 책이 지닌 ‘치유의 힘’과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관계’로서의 ‘이야기의 본질과 힘’을 보여주고 있어요.


<모리스 레스모어의 환상적인 날아다니는 책(윌리엄 조이스, 조 블룸 저|이진경 역|상상의힘)> 표지
환상적인 날아다니는 책 본문1.png <모리스 레스모어의 환상적인 날아다니는 책>의 한 장면

이 그림책은 아카데미 오스카상과 씨애틀 국제영화상을 받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유튜브에서 <환상적인 날아다니는 책, The fantastic flying books of Mr. Morris Lessmore Vessmore de Oscar>을 검색하면 15분 남짓의 동영상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소개할 책은<책의 아이>입니다. ‘책의 아이’인 소녀는 머뭇거리는 소년의 손을 잡고 이야기의 세계로 모험을 떠납니다. 낱말들과 함께 상상의 산을 넘기도 하고 어둠속에서 보물을 찾기도 하죠. 옛이야기 숲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밤하늘에 소리를 마음껏 지르기도 합니다. 소년은 마침내 ‘우리의 집은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는 곳, 누구나 언제나 들를 수 있는 곳’을 알게 되는데요. 그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며 ‘책’이었습니다.

<책의 아이(올리버 제퍼스, 샘 윈스턴 저|이상희 역|비룡소)>의 표지


책의 아이 본문1.png <책의 아이>의 한 장면

이 책은 문자의 배열을 통해 2차원의 디자인을 만들어낸 타이포그래피 그림책으로 2017년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입니다. 글자들은 모여 바다가 되기도 하고 소년을 안내하는 길이 되기도 하는데요. <책의 아이>는 고전문학의 제목과 저자명이 면지에 빼곡히 등장하고 그림으로 형상화된 글자들은 명작의 한 구절입니다. 그림책 작가 올리버 제퍼스와 타이포 아티스트인 샘 윈스턴은 고전 문학에 대한 존경을 담아 새롭게 오마주하여 이 책을 탄생시켰다고 합니다. 두 예술가의 콜라보인 동시에 이미 고인이 된 거장들과의 콜라보인 셈이지요.


세 번째 소개할 책은 <책으로 집을 지은 아이>입니다. 말리크는 양육자가 모두 돌아가시게 되자 다락방에 있는 헌책들과 함께 쫓겨나게 됩니다. 20명이나 되는 형제자매들은 집, 땅, 솥, 이불, 곡식 등을 얻었지만 막내인 말리크에게 남겨진 건 헌 책들 뿐이었는데요. 혼자가 된 말리크는 책으로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요리할 때는 요리책을, 비가 오는 날에는 팝업책을, 밤이면 하늘에 관한 책을 읽었죠. 어느새 말리크에게 책은 집이며 길이며 세상이 됩니다. 그 힘으로 깨달음과 희망을 품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됩니다.

책으로 만든 아이 표지.png <책으로 집을 지은 아이(파올라 프레디카토리, 안나 포를라티 저|김현주 역|그린북)>의 표지


책으로 만든 아이 본문.png <책으로 집을 지은 아이>의 한 장면


이 책은 책을 통해 성장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희망도 없던 소년이 책으로 세상을 배우고 그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말리크에게 남겨진 책이야 말로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위대한 유산임을 알려줍니다.


아이에게 책을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요? 어떻게 경험하도록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위해 양육자가 먼저 책의 세상으로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 세상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문지기도 되었다가 책의 길을 알려주는 안내자도 되었다가 책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친구이자 스승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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