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전시회에 초대를 받아서 꽃다발을 주문했다. 꽃을 받을 이에게 어울릴 법한 꽃을 고르고 꽃말의 뜻을 물어보고 포장을 예쁘게 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
누군가를 위해 꽃다발을 사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을 위한 꽃다발은 한 번도 사지 않았다. 물론 꽃다발이 은유하는 의미를 대체할 만한 다른 위로와 선물을 스스로에게 베풀기는 했지만, 꽃다발을 선택한 적은 없었다.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부족한 탓이었을까?
그 생각은 최근 내게 생긴 예상하지 못한 일 때문에 떠오른 생각이기도 했다. 수술이 필요한 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간단한 수술이라지만 삶의 우선순위를 수정해야 할 시기임을 인정해야 했다. 모든 일은 양날이 있기 마련이어서 건강에 대한 염려만 생긴 게 아니라 삶의 문제를 더 생각하게 했다. 지난 시간과 지금의 문제와 앞으로의 시간을 천천히 돌아보게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위한 꽃다발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꽃다발을 살 일이 종종 있기를 바랐다. 친구가 기뻐할 모습을 떠올리며 나의 기쁨에 대해서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