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대하는 태도 3
“별 것도 아닌 걸로 울지 마라”
어떤 양육자는 아이를 강하게 키운다는 명목으로 아이가 울거나 슬픔에 빠져있으면 혼을 냅니다. 슬픔을 나쁜 감정으로 간주하여 슬픔을 축소하고 무마시켜 일상으로 복귀하는 걸 최선으로 여기는 것이죠. 어떤 양육자는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슬픔이나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그 감정을 아이에게 덧씌우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은 슬픔에 대한 오해나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해 일어나는 문제로 후유증을 남기게 됩니다.
슬픔의 시간을 잘 보내고 건강하게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슬픔을 이해하는 게 중요한데요. 슬픔은 누구나가 경험하는 감정입니다. 가족과 반려동물과의 이별,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렸거나 삶의 이상에 대한 신념의 상실, 신체 능력의 저하나 사회적 지위의 하락, 아이의 독립과 이웃과의 이별 등 많은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하죠.
이러한 슬픔에 빠져있는 상태를 “애도”라고 합니다. 애도의 한자를 풀이하면 슬플 애(哀)와 슬퍼할 도(悼)로 “슬픔을 슬퍼한다”의 의미입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했을 때 느끼는 슬픔의 반응”으로 상실한 대상에 대한 애착만큼 고통이 큽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 경험한 상실은 트라우마로 남아 정신과 몸의 병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애도의 지배적인 감정인 충격과 분노, 그리움과 고통, 무감각 등은 현실 세계에 대한 관심을 잃게 하고 상실한 대상에 대한 기억에만 몰두하게 하여 적응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슬픔을 잘 다루는 게 중요한데요. 오늘은 그림책을 통해 각기 다른 애도 이야기를 살펴보며 슬픔을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슬픔을 존중하기 <곰과 작은 새>
슬픔을 나쁜 감정이나 별 것도 아닌 걸로 홀대하는 게 아니라 “~겠구나” “~슬펐구나” 하며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세요. 그럴 때 슬픔은 서서히 삐져나갈 채비를 합니다.
이 책의 곰은 단짝 친구인 작은 새가 죽어 슬픔에 빠집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작은 새는 돌아오지 않아. 마음이 아프겠지만 잊어야지”라며 곰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곰은 그때부터 아무도 만나지 않고 컴컴한 방에서만 지내는데요. 과연 곰은 슬픔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흑백의 그림에 작은 새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는 장면에만 분홍색을 사용하여 곰의 슬픔을 극대화시켜 보여줍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퀴블러 로스는 애도가 “부정→분노→타협→절망→수용”의 과정을 거친다고 말합니다. 곰의 감정 변화도 이와 다르지 않아 “작은 새가 죽은 게 아닐 거야”라고 부정하다가 분노하고 작은 새의 죽음과 타협하며 절망하다가 비로소 작은 새와의 이별을 수용하죠. 그 과정에서 고양이가 건넨 “작은 새가 죽어서 몹시 외로웠지?”라는 말과 곰만을 위한 연주는 곰에게 큰 힘이 됩니다. 진정한 위로는 조언이나 문제해결의 가르침이 아니라 슬픈 마음을 알아주고 힘든 마음에 공감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힘든 시간을 함께 지켜주기 <이젠 안녕>
믿을만한 이에게 스트레스를 털어놓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속담이 맞는 것이죠. 상실감이 클수록 마음은 고통받으며 약해지기 쉬운데, 이럴 때 그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면 슬픔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2010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수상작으로 반려 개 호퍼를 잃은 해리의 이야기입니다. 해리와 호퍼는 한 침대에서 같이 잘 만큼 둘도 없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호퍼가 사고를 당하며 이별하게 되는데요. 갑작스러운 사건에 해리는 충격을 받고 호퍼의 죽음을 부정합니다. 그런 해리에게 아빠는 작별인사를 하라고 다그치지도, 죽음을 쉽게 이해시키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곁에서 묵묵히 지켜볼 뿐입니다. 해리의 마음은 거친 연필선과 약한 선, 원근법과 수채화의 번짐 효과, 일부분만을 채색한 그림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해리는 호퍼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될까요?
최근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들이 늘어나며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경험하는 아이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돌보고 함께 놀며 애정을 나누었던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커다란 상실감을 줍니다. 헤어질 마음의 준비 없이 이별한 경우 그 고통은 더욱 크겠죠.
애착 이론을 창시한 보울비는 애도를 애착 대상과 분리되는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애착 대상의 상실을 경험하면 그 충격으로 정신이 진공상태가 되며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감각하다가 그리움과 분노, 혼란과 절망의 감정을 거쳐 재조직한다고 말하죠. 마음이 쉽고 빠르게 회복되면 좋겠지만, 복잡하고 힘든 시간을 거쳐야 회복되는 것이에요. 우리 모두에게 그 시간을 함께 지켜줄 누군가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셋째, 빈자리를 채워 주는 새로운 삶을 경험하기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
슬픔에 빠진 이는 아무것도 못하며 자주 울고 집에만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이별 대상과의 추억에 매달리다가 오히려 괜찮은 듯 행복한 척합니다. 이때 새로운 경험은 슬픔의 자리에 희망을 채워주기도 합니다.
이 책의 할아버지는 여름이 오면 아이를 바다로 데려가 함께 놉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많은 것들을 잃어버려 헤엄을 칠 수도 없으며 노래를 듣지도 못합니다. 어느새 할아버지와의 시간은 추억이 되는데요. 이 작품은 삶의 사라짐과 생성을 노년의 쇠퇴와 아이의 탄생으로 보여줍니다. 죽음을 할아버지의 “미소”처럼 따뜻하고 화사하게 표현하며 소중한 것을 잃어 가는 할아버지와 아이의 시선을 담담하게 그렸습니다.
우리는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이, 사랑하던 이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일은 큰 충격입니다. 피아제의 인지발달에 따르면 대략 6세 이하의 아이는 죽음과 일시적 헤어짐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6세 이상이 될 때 죽음의 개념을 받아들이다가 약 12세가 넘어가면서 비로소 죽음을 논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이해합니다. 이 책의 아이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마음의 변화를 겪으며 “하나씩 잃어가다가 결국 사라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미소 짓게 되는데요. 그 깨달음과 미소를 모두가 지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림책은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모두 삶에 안전하고 평화롭게 안착하며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그러기 위한 첫발은 슬픔의 고통을 인정하는 것이었죠. 특히 사회적 상실에 대한 공동체의 애도는 타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회가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함께 슬퍼하는 행위입니다.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찾고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위로하는 것 등을 포함하죠.
자기 자신이나 가족, 이웃 등이 상실의 고통에 직면해 있다면 충분한 감정의 분출과 인지적 이해, 적극적인 행동 등을 통해 건강한 떠나보냄이 되기를 바랍니다. 슬픔을 비워낸 자리에 새로운 에너지로 희망을 채워 나가기를 바랍니다.